GTD 2.0 따라잡기
GTD 혹은 나아가 시간/행동 관리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상황에 치여서 사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제어하며 사는 겁니다. 더불어 상황을 제대로 제어하려면 단기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는 관점도 가져야 합니다. 한마디로 GTD v2.0은 제어와 관점, 그 두 개의 축의 조화로운 운영입니다.
GTD v2.0 생활에 적용하기
GTD의 세부사항을 보기 전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서 제가 GTD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용하는 GTD 어플은 Things입니다. Things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0. 회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한잔 빼는 일입니다. 커피를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Things의 맥 버전으로 갑니다. iPhone이나 iPad에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입력량이 클 때는 맥 버전이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1. 매일 반복되는 태스크로 Daily Review를 설정했습니다. 5개의 서브 태스크가 있습니다. 먼저 마음속에 있는 해야 할 일을 다 입력하고, 휴대용 Inbox를 점검하고, 이메일 Inbox를 점검하고, 보이스 메일을 점검합니다. (GTD v2.0의 Capturing에 해당합니다.)
2. Inbox안에 담긴 태스크를 하나씩 처리합니다. (Daily Review의 서브 태스크 중 하나입니다.) 할 일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태스크를 변경하거나 서브 태스크를 만듭니다. 그리고 분류를 합니다. Things에는 4개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Today, Upcoming, Anytime, Someday입니다. 해야 할 일중 오늘 중에 해야 할 일은 Today로 분류하고 그 밖의 다른 일은 Upcoming에 담습니다. 시간에 상관없는 일은 Anytime, 당장 하지 않을 일은 Someday에 담습니다. 이외 참조를 위한 태스크를 담기 위해 Reference 폴더를 만들어놨습니다. (GTD v2.0의 Clarifying과 Organizing에 해당합니다.)
2.1 GTD는 Context를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집, 전화, 사무실 등의 Context를 설정하면 집에 있을 때 집 Context가 설정된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Context에 신경을 덜 쓰게 되더군요. 그건 보통의 업무가 5~6시간 걸리는 일이고 서브 태스크를 설정할 필요가 없기에 태스크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또 Due Date를 설정하기에 그날의 태스크가 10개 정도로 정리되기에 굳이 Context를 나눌 필요가 없는 겁니다. 작은 일을 많이 처리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Context를 사용할 필요가 있겠지요.
3. Today에 있는 일을 처리합니다. 이 리스트는 수시로 봅니다. 알람을 설정해 아침 10시, 오후 4시에 리스트를 다시 보게도 해놨습니다. (GTD v2.0의 Engaging에 해당합니다.)
4. 수시로 태스크를 정리합니다. Upcoming으로 분류했지만, 당장 못할 거라는 걸 알면 미련 없이 Someday로 바꿉니다. 불필요한 태스크는 지웁니다. 빠진 게 있으면 추가합니다. (GTD v2.0의 Reflecting에 해당합니다.)
5. 분기별로 Perspective Review라는 태스크가 생기도록 설정했습니다. 이때 관점을 달리하며 제 상황을 분석합니다. 당장 급한 일중 처리 못한 일, 단기/중기 프로젝트, 제 역할을 감당하기에 필요한 일, 목표와 비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을 점검하고 필요한 태스크를 만듭니다.
6. 반년에 한 번씩 서랍/서류 정리 태스크가 생깁니다. 말 그대로 주변 정리입니다. GTD의 Full Sweep을 반년에 한 번씩 하자는 게 목적인데, 사실 게으름에 잘 못합니다. 그래도 매번 이 태스크를 보면 최소한 몇 군데는 정리를 합니다.
GTD 제어 프로세스
보통 GTD라고 말하면 GTD의 5단계(Collect, Process, Organize, Review, Do)를 말합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보이듯이 GTD 5단계는 순서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단계보다는 5가지 행동이라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그러면 그 다섯 가지 행동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까 합니다.
사람들 마음에는 보통 미뤄놨던 일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속삭이지요. 그중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해야지"하는 마음을 먹었었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중요한 일인데 그냥 머리 속에 담아두고만 있기도 합니다.
GTD의 기본 전제 중 하나는 사람의 머리는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많은 것을 기억할수록,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전화번호를 듣고, 어딘가에 기록하기 전까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돼내어본 경험이 있는 분은 동감할 것입니다.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을 "열린 고리 (Open Loop)"라고 부릅니다. GTD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열린 고리를 머리에서 꺼내어 외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데로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생각이 섞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누구와 통화하면서 프로젝트 세부 계획을 세운다고 해보세요.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그걸 피할 수가 없지요.
두 번째 원칙은 그렇게 꺼낸 "열린 고리"들을 믿을 수 있는 시스템에 담고 규칙적으로 검토하며 처리하는 것입니다. 처리를 할 때는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합니다. 이를 위해 열린 고리를 외부에 기록합니다. 효과적인 처리를 위해 GTD는 다음의 다섯 가지 행동을 제안합니다. 그 다섯 가지 행동을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그런데 GTD는 처리방법이지 형식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종이 폴더와 이면지만으로 구현할 수도 있고, Things, ToDo 혹은 Pocket Informant로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검색을 해보면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GTD를 구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효과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1. 포착 (Capture)
모든 열린 고리를 포착하는 행동입니다. 열린 고리는 사방에 널려있습니다. 카드 청구서, 동창회 초청 이메일, 청첩장, 책상에 싸여있는 서류들... 그리고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 이 모든 것을 모읍니다. 포착하고 모으는 것 이외 다른 것은 아직 하지 않습니다. 다만 버려도 되면 과감하게 버립니다.
이를 위해 수집함(Inbox)이 필요합니다. 먼저 실제 물건을 담기 위한 상자가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담습니다. 정리안 된 서류도 넣고, 부피가 큰 건 종이에 항목을 적어서 넣고요. 처음 회사와 집에 있는 정리안 된 서류들을 수집하니 라면상자로 두 개는 족히 나오더군요. 몇 년 동안 들쳐보지 않았던 곳은 포기한 상태였는데도 그렇습니다.
물리적 수집이 끝나면, 머릿속의 생각을 담습니다 (Mind Sweep). 생활의 각 영역(회사, 가족, 개인, 취미 등등)을 점검하며 "이거 해야 하는데" 하는 것이 있으면 다 적습니다. 몇 년 미룬 계획부터 오늘 아침 일어난 일까지. 알렌이 제시한 대로 종이 하나에 생각하나씩 적어 물리적 수집함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Things의 Inbox에 담습니다.
2. 명확화 (Clarify)
수집함에 모아논 열린 고리들을 하나씩 꺼내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두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1) 순서대로 한 번에 하나씩. 2) 수집함에서 꺼낸 것은 다시 집어넣지 않는다.
명확화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는가?"입니다. 열린 고리에 대해 할 일이 없다면 갈 수 있는 곳은 세 군데입니다. 1) 버린다 2) 참고 항목(Reference)으로 철해둔다 3) 아직은 때가 아닐 경우 Someday로 보낸다.
뭔가 할 거리가 있는 경우, 당장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합니다. 하나 이상의 행동을 필요로 한다면 프로젝트로 바꿉니다.
GTD는 해야 할 일이 2분 내에 끝난다면 바로 해버 리라고 제안합니다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 걸려도 신경이 분산되기에 일 처리는 나중에 하는 걸 좋아합니다.
다음에 물을 질문은 그 일이 내가 할 일인 가입니다. 내가 할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넘깁니다.
3. 정리 (Organize)
어떤 행동들은 명확화를 거치며 정리가 됩니다. Someday나 Reference가 그렇지요. 아직 남은 열린 고리에 대해 물을 질문은 언제/어디서 입니다. 이에 따라 Due Date나 Context를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 세부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합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정리를 마칩니다. 나중에 상황에 맞는 목록을 보고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요. 알렌은 일주일에 한 번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정리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지요.
GTD에서는 Context에 따른 설정을 제안합니다. @Computer/@집/@교회/전화/@OnLine 등으로 처하게 될 상황에 따라 나누는 거지요. 분명 Context를 사용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분류 방법은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계속 자신의 방법을 검토하며 효과적인 정리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합니다.
4. 반영 (Reflect)
열린 고리들을 믿을만한 외부 시스템에 모두 기록을 한 후에, 자주 검토하며 실행합니다. 아무리 정리를 잘해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실행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나 플래너가 이점이 있습니다.
반영은 양쪽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정리된 태스크 목록을 보고 해야 할 일을 수행하기도 하고, 상황에 맞게 저장된 태스크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또한 하루에 몇 번씩 태스크를 검토하는 것 이외에 주간이나 월간, 혹은 분기별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반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렌은 주간 검토(Weekly Review)를 제안합니다. 시간도 금요일 오후 점심 먹고 나서가 가장 좋다고 하네요. 일주일의 기억이 남아있으면서, 아직 처리 못한 것이 있으면 남은 몇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5. 참여 (Engage)
GTD v1.0과 v2.0의 가장 큰 차이는 참여 (Engage)입니다. 전에는 실행(Do)라고 불렀지요. 해야 할 일을 단순히 실행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말처럼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Do에서 Engage로 명칭을 바꾼 것은 현실적 차이를 인식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우선순위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고려하는 것도 달라졌습니다.
참여란 포착 및 명확화를 거쳐 정리된 태스크를 수행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순서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처한 상황의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전략적 관점으로 어느 일이 중요한지 바라봅니다.
2) 제한되는 요소를 생각합니다.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인가? 시간은 충분한가? 힘은 있나를 봅니다.
3) 태스크를 그 상황에서 수행할지 아니면 추가적인 명확화 과정을 거칠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래 그림은 GTD 프로세스를 Making it All Work에 맞추어 발전시킨 것입니다. 여기서 가지고 왔습니다. 조금 복잡해서 오히려 이해에 방해를 줄 수도 있지만, 제 설명을 참조하시고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