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D 2.0 따라잡기
데이비드 알렌은 새로운 책 Making it All Work에서 제어와 관점 두 개의 축을 이야기합니다. GTD v1.0과 v2.0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관점의 적용입니다. 이전 버전에서 관점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관심의 지평선(Horizons of Focus)라고 이야기했었지요. 활주로(Runway)가 나오고 10,000피트, 20,000피트 등으로 높이에 따라 관심의 대상을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GTD v2.0에서 말하는 관점(Perspective)은 관심의 지평선을 확대 및 세밀화한 결과입니다. 잠시 복습을 하면 높은 정도의 제어/낮은 정도의 제어 그리고 높은 정도의 관점/낮은 정도의 관점에 따라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GTD 2.0 #3 - 제어와 관점, 두 개의 축 참조). 제어도 잘 안되고 관점도 제대로 정립 안되어 있을 때 (예: 프로젝트 초기 단계),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희생자가 될 수도 있고 반응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관점이 잘 정립이 되어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막연한 느낌이야 들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다루는 것이 GTD v2.0의 '관점'입니다.
우선 생각해야 할 관점을 여섯 개로 나눕니다. 다음 할 일, 프로젝트, 관심 영역 및 역할, 목적과 목표, 비전, 의미와 원칙 이렇게요. 그리고 각 관점별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어떻게 생각을 담아 둘 건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리뷰하고 개입해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비전을 말하고 의미와 원칙을 말하지만 GTD v2.0은 여전히 Bottom-Up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일곱 가지 습관의 Top-Down 접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각 관점의 높이입니다. 알렌은 가장 처음 관심을 두어야 하는 다음 할 일(Next Actions)을 활주로라고 부릅니다. 그다음 관점인 프로젝트는 10,000 피트, 다음 관점인 관심 영역 및 역할은 20,000 피트 이런 식이죠.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중에 뜨는 겁니다. 활주로에서 이륙해야 10,000피트, 20,000피트에 이를 수 있듯이 먼저 가장 기본적인 다음 할 일들을 정리해야 마음을 더 높은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 높이를 보고 단순히 다음 할 일을 정리하고, 프로젝트->관심 영역 순으로 차례대로 정리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비행기도 올라갔다 내려오고, 필요에 따라 고도를 조정하듯이 관점의 높이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다음 할 일들을 다 정리해놓고 프로젝트 리스트를 보다 보니 새로운 할 일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비전의 관점으로 오 년 후 십 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시작해야 할 프로젝트가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제어의 다섯 가지 행동이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관점도 마찬가지입니다.
1. 다음 할 일 (Next Actions)
말 그대로 눈 앞에 보이는 당장 해야 할 구체적인 일들입니다. 제어 부분에서 포착과 명확화를 거친 후 정리를 하면 다음 할 일 리스트가 만들어집니다. 두리뭉실한 일이 아니라 생각 없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지요. 그게 바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다음 할 일'의 관점에서 다룰 분야입니다.
이때 물어야 할 질문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이지요. 다음 할 일들은 매일 리뷰하고 순서에 따라 실행해야 합니다. GTD를 사용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리스트를 보게 되지만, 최소한 한 번은 다음 할 일 리스트를 점검하고 무엇을 실행할지 결정해야겠지요.
2. 프로젝트 (Projects)
프로젝트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것 그대로입니다. 한 개 이상의 행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요. 예를 들어 여행 계획 짜기, 리포트 작성 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관리를 위해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 년 이하인 일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 이상 걸린다면 일 년 단위로 세분화시키는 게 좋습니다.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떤 일을 마무리해야 하나'입니다. 일을 생각할 때 연구, 완성, 구현, 디자인, 해결 등의 단어가 나온다면 프로젝트 관점의 대상으로 보면 됩니다.
구현은 프로젝트 리스트를 만들고 각 프로젝트 별로 구체적 할 일을 리스트에 담으면 좋습니다. 각 프로젝트 리스트의 첫 번째 할 일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입니다. 자동으로 '다음 할 일'의 대상이 되지요. 프로젝트의 리뷰는 최소 매주 한 번은 하는 게 좋습니다. 진행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태스크를 변경하거나 추가/삭제할 수 있습니다.
3. 관심 영역 및 역할 (Areas of Focus and Responsibility)
이 단계부터는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넘어갑니다. 관심 영역 및 역할은 각자 어떤 모자를 쓰고 있나를 생각하면 됩니다. 제 경우를 보면 저는 남편이고 아버지입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이고, 교회에서는 집사요 대학생들의 멘토입니다. 또한 저는 블로거이고 아마추어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떤 일이나 혹은 어떤 역할을 유지해야 하는가입니다.
우선 관심 영역 및 역할을 나열해야겠지요. 각 영역별로 정의를 내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직무 내역(Job Description)을 작성해보는 거죠. 그리고 영역별로 구체적인 관심 내용을 정리합니다. 체크리스트나 마인드맵이 좋겠지요. 예를 들어 저는 아내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매주, 매달 할 일을 작성한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이 관점의 리뷰는 매달 한 번씩은 하는 게 좋겠지요. 변화가 없더라도 한 번씩 점검하면 무심히 넘어가고 있던 점들이 보일 수 있으니까요.
4. 목적과 목표 (Goals and Objectives)
프로젝트가 일 년 이하에 완성할 일이라면 '목적과 목표'에서 다루는 건 몇 년 걸려 이루어야 할 장기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가?'입니다. 예를 들어, 졸업 논문 작성, CPA 자격증 획득, 빚 청산하기 등을 생각할 수 있지요.
우선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나열해봅니다. 그리고 각 목표별로 아웃라인도 만들어보고 하부 프로젝트의 리스트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더 팬시하게 하려면 프로젝트 플랜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마인드 맵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요. '목적과 목표' 관점의 리뷰는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야 합니다. 연초에 한번, 여름휴가 때 한번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네요.
5. 비전 (Vision)
이제 방향과 이상을 생각할 때입니다. 이런 걸 생각해볼 수 있지요. 내가 성공한다면 (성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어떤 모습일까? 아니면 쉽게 5년 후 어떤 모습으로 있기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원하는 비전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의 비전이 있을 수도 있고, 조직 차원의 비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직이라면 '어떻게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지요.
여기부터는 어떻게 구현하고 관리할지 좋은 답은 없습니다. 간단한 리스트일 수도 있고, 대략 기술한 아웃라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비전과 다음에 다룰 의미와 원칙을 담아 사명선언서(Mission Statement)를 작성하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일곱 가지 습관에서 소개한 사명선언서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소 일 년에 한 번, 혹은 중요한 변화(졸업, 결혼, 이직 등)가 있을 때 한 번씩 들여다보며 삶의 방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의미와 원칙 (Purpose and Principles)
"왜"라는 질문을 할 때입니다. 나는 왜 프로젝트 A를 하고 있나. 왜 나는 박사를 따려고 하나 등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묻는 순간입니다. 더불어 꼭 지켜야 할 원칙이나 가치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곱 가지 습관에서 제시한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 의미와 원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전과 마찬가지로 리스트나 아웃라인, 혹은 자기사명서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리뷰 시기도 마찬가지지요.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 우리는 의미와 원칙을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9.11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 삶의 의미를 물었다고 하지요.
마지막으로 여섯 가지 관점을 요약한 표를 작성해 봤습니다. 각 관점에 대해 익숙해지면 이 표만 봐도 되도록 만들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