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an 17. 2016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미니멀리즘을 찾아서...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가?"

   나에게 아주 단순한 질문을 하나 던져봤다. '너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니?' 인생은 복잡하게 살아봤자 고단 할 뿐! 인생은 음미하면 할수록 쓰디쓴 소주 한잔, 그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깊은 탄식일 뿐, 어제의 복잡하며 결론 없는 기억은, 퍼 올릴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또 단순하게 살아오려고 했었지만, 사실은 난 너무나 복잡하게 따지고 모으며, 버리는 건 슬프다 위로하며 살아왔다.



   빈 공간은 처음에 아무 숨쉴 틈도 없는 암흑에너지로 가득한 진공의 상태로 존재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태초의 세상엔 생존하기 위한 원초적인 욕심만이 희미하게 숨 쉴 따름이었다. 순수하며 맑은 영혼에게 욕망이라는 더러운 맛이 찾아왔을 때 그 맛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집착과 욕심을 낳게 하였다. '그래, 그 때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작이었다!' 나의 본능은 거부할 수 없는 집착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쓰일 뿐, 그곳엔 버릴 수 있는 담대함은 있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



   욕심은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잔잔한 물결을 거부하고 반항적인 욕구들을 불러 일으킨다. 빈자리는 불만과 쭉정이 같은 껍데기의 허울만 계속 암암리에 쌓아 올린다. '난 왜 버리지 못할까?' 끝없는 소유의 파도를 잔물결처럼 고요하게 심연 밑으로 침전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근원적인 질문의 해답은 요원하다. 찾아도, 풀어내려 마음을 던져봐도 메아리는 공허하게 비어있는 진공으로 돌아온다.




   사람의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 마음속에 스며든 공감대는 내 고개를 자연스레 끄덕이게 한다. 그렇다 나를 잃고 방황하며 살았던 모든 인생은 똑같은 모양의 후회를 낳고, 쌓아 올린 물질적인 목적(目的)의 성을 이제 허물어뜨리려 한다.
   
   우리는 많은 물건들에 욕심을 낸다. 가지면 가질수록 물건들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욕심으로 얻어진 만족감은 잠시의 안도감을 채울 뿐,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덧없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처럼 흘려 보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를 읽었다. 어떤 책이나 마음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감동 한 가지는 있다. 더럽게 물들게 했던 내 집착의 마음을 맑힐 수 있는 깨끗한 본래의 뜻, 한 구절만 들여다봐도 공감할 수 있는 감동, 굳이 새삼스러울 필요 있을까? 억지스러운 공감은 없다.



  

 저자인 "사사키 후미오"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한마디로 '수치스럽고 하찮은 것이었다'라고 스스로 깨닫는다.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은 보이지 않는 컴컴한 먼 미래일 뿐이었다. 깨달음은 가장 밑바닥으로 꺼졌을 때,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찼을 때 수면위로 드러나는 법, 찰나의 순간에 깊은 깨달음은 반드시 찾아온다. 많이 가지면 행복한가? 방을 가득 차게 메운,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모았던 물건들은 그의 본질을 채울 수 있었을까?    





   돈으로 무엇이든 사서 채워 넣을 수 는 있다. 방에 한 가득 가득 찬 물건들은 어두운 그의 마음을 밝힐 수 있을까? 그는 결정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말이다. 불행은 남들과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그의 인생을 좀 벌레처럼 서서히 갉아먹는다. 자신의 생애가 비참하게 말라비틀어지며 암흑세상으로 더 빨리 도달한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말이다.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모든 자본주의의 산물을 남김없이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결심을 한다.

   집착을 버리는 것, 욕심을 버리는 것, 욕망에 자유로워지는 것, 번민을 버리는 것, 스펙 쌓기를 버리는 것, 돈에 욕심 내는 것, 자리를 차지하려고 집착하는 것, 남을 이기려, 밟고 일어서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새삼스러운 욕망이 아니다. 물건들을 향한 소유욕과 자리를 같이 한다. 소유에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자본주의의 이기(利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건은 나에게 지속적인 행복을 줄 수 있는가?"



   나는 모든 소유한 물건에 이름과 속성을 부여했다. 물건을 소유한 기억은 쉽게 뇌 속에서 파동을 잃어 알 수 없는 망각의 세포와 함께 숨을 거둔다. 나의 이끌림을 받은 물건들은 새로운 욕망을 생산한다. 공간을 차지했던 암흑 에너지들은 물건으로 차곡차곡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 동안 빈 마음을 달랬던 물건들은 쾌락의 기쁨을 안겼지만, 이내 긴 슬픔과 허무한 마음의 침입을 방어하지 못한다. 허무함은 소중함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행복이라는 미명하에 또 다른 탐스런 물건에 집착의 바통을 넘긴다.




   내가 모았던 물건들을 되새겨 본다. 한 무더기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한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애써 사소한 물건들에 추억을 입혀 버리는 것은 추억을 지우는 것이라 이성을 거부하려 나에게 변명을 늘어댔다. 서운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물건에 이입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이다. 서글펐던 마음도 버린 기억도 송두리째 물건의 존재까지 앗아가 버렸다. 버리면 불행할 것이라 여겼던 어리석은 마음은 홀가분한 상태로 바꿔놓는다. 가지려고 얻으려고 끊임없이 목표했던 굶주림은 결국 단순한 욕심일 뿐이었다. 방에 쓰레기처럼 가득한 물건들을 채우려 했던 것은 뒤틀린 생각이었다.

"냉정한 생각"



   저자에게 삐뚤어진 시선을 만들어본다. 그는 원 없이 만족할만한 물건들을 가져봤을까? 원했던 가치를 완전하게 실현했다고 볼 수 있을까? 자신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없다고, 한계까지 뻗어나갈 자신이 없어지자 미리 마음의 차단 벽을 설치하고, 스스로 논란을 잠재워버린 것은 아닐까? 전부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겠다 선언하면 편안하다 그렇게 자위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저자에 대하여 확신은 없지만, 열등감에 휩싸인 사람, 남과 늘 비교했던 사람, 자신은 안 될 것이라 불평불만이 넘쳤던 사람이라는 것은 책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그 열등감이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로 포장한 것은 아닐까 살짝 의심의 눈초리를 흘긴다. 사실 이 책은 또다른 인생의 가치를 포장한 단순한 자기계발서 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물건을 계속 사는 이유"



P. 77 우리가 계속 물건을 사는 이유는 '미래'의 감정을 '현재'를 기준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신선한 자극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김정운 교수는 아내까지 바꿔버리고 싶다고 거침없이 솔직함을 내뱉은 것일까? 익숙함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요구하고, 반드시 필요한 물건의 대상은 또 다른 익숙함을 위해 포장이 된다.




  

 애써 물건이 나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스스로 논리를 세운다. 모든 물건들은 나에게 가치가 있음을 세뇌시킨다. 내가 소유한 물건의 가치가 사회적인 지위를 영락없이 증명하는 멋진 장식품이라 모든 사람에게 자랑 질하고 나의 물질적인 능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버려야 산다."



   방안에 가득 쌓아놓은 물건들은 나의 카르마를 상징한다. 나의 감출 수 없는 원초적인 욕망의 자극을 드러낼 뿐이다. 내가 살기 위하여 마음을 어지럽히고, 굳은 의지를 교란시키는 복잡한 물건들에 자유로워져야 한다. 내가 그 동안 쌓아 올린 성공이란 가치들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부끄러울 따름인 맹목적인 욕망의 결과물들일뿐이다.



 

  물건에 얽혀있는 추억들도 언젠가는 나의 존재와 함께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그것들에 휩싸여 고통 속에 남은 인생을 살지 말자. 그리고 과거의 잔재 때문에 현재의 인생이 번잡해서도 안될 것이다. 나의 빈자리를 꼭 채워 넣겠다 부담을 스스로에게 안기지 말자. 부족한 곳은 그대로 놔둬도 아름답게 여백을 빛 낼 것이다. 우리가 공간을 비워놓는다고 그것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비움은 나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와 귀중함을 선물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버린 이후, 우리의 삶에 새로운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물건 때문에 잃어버렸던 나를 되찾을 수 있으며,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새롭게 변화됨을 인지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하여 지금 이순간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쓸데없은 물건들을 버리고 내 몸을 가볍게 해보자!

주변의 쓸데없는 물건들에서 자유로워지자!

그리고 다시 원래의 빈 모습으로 거슬러 오르자!
 
내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에 빠지지 말고,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은혜로운 것을 생각하라. 또한 나에게 그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그것을 갈망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감사하게 여겨라.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것을 불시에 잃어버리는 불행을 당하더라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라. - 아우렐리우스

매거진의 이전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