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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18. 2020

우리 얼굴 보고 이야기해요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이곳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지요. 줄을 서다, 물결처럼 밀려들어오고 다시 사라지는, 그러니까 누구든지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공간일 뿐입니다. 정해진 시간, 지하철 내부에 진입하고 운 좋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전자책 단말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볼까 잠시 궁리하다,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침묵이 흐릅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마스크는 어두운 현상을 대표하니까요. 바이러스, 코로나, 감염 이런 공포스러운 단어를 연상한다면 마스크는 우리를 보호할 최전선에서 성실하게 복무 중이라지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요. 마스크만 정숙하게 착용해도 바이러스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며칠 전 아주 무서운 영상을 봤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과 그것을 탓하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폭행영상이었지요.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가해자 위치에 서 있더군요. 주먹을 휘두르는, 마스크 쓰지 않은 자들은 원인모를 분노에 가득 차 보였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삶에서 늘 뒷걸음질만 치며 살지 않았을까, 주도적인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가벼운 마스크 하나에 목숨을 걸고, 그 울분을 사회에, 아니 평범한 사람들에게 터뜨린 것이 아닌가, 저만의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울분을 토해내 봤자 하릴없는 일입니다. 당장 이 공간에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이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거나 서 있습니다. 속으로 우린 안전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저 역시 오늘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되니, 말이 더 사라진 기분이 듭니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말발(?)이 사는 날도 있거든요. 이를테면,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 강연하는 장소 같은 곳 말입니다. 문화센터, 커뮤니티 오프, 강연장, 발표장, 이런 곳에서는 저와 같은 INFJ형, 즉 내성적인 편에 속하는 사람도 비교적 수월하게 말을 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한쪽에서 말을 절제하는 삶을 살았기에, 그만큼의 내재된 에너지가 말을 하도록 견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재밌는 것은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그러니까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된 이후부터 말이 더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마스크를 쓰면 말하는 것에 더 많은 힘이 투입됩니다. 말할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고스란히 다시 흡입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요. 어쨌든 숨 쉬는 것도 힘든데, 마스크 쓰고 말하면 힘이 추가로 듭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더 말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일상에서 말을 하는 상황이 더 줄어들었습니다. 웬만한 이야기는 카카오톡 같은 채팅앱으로 소화하는 편입니다. 이 채팅앱 역시 마스크를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네요. 마스크가 제 신변을 보호하는 역할도 맡지만, 입까지 막아버리지만 말입니다. 마스크에게 기대한 것이 우산효과긴 하지만, 잠시 내리는 비를 막아주길 바랐을 뿐이지, 완전히 틀어막길 원한 건 아니었지만요.



어제 오후에 문화센터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다음 주 금요일부터 진행할 독서 모임 때문이었지요. 몇 주전 신청자가 6명이라는 말에 차질 없이 진행될 거라 안심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하는 일이 벌어져 현재 2명이 남았다는군요. 이렇게 되면 강의 진행이 어려워져요. 기대했던 오프 모임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날아가게 생겼어요. 지난번 모임 진행도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지만, 그나마 막힌 말문을 해방시킨 덕분인지, 가슴에 쌓인 말의 응어리가 해체되는 경험을 했죠. 하지만 그 경험을 어쩌면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더 답답해지네요.


마스크 쓰고 진행하는 독서 모임이니 혹시 대화에 굶주린 분들,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8주 동안 4권의 책을 읽어요. 한 주는 같이 책을 읽고 한 주는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토론은 책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퀴즈도 같이 진행해서 우승하는 분에게 선물도 드리려고 합니다. 읽을 책은 가벼운 에세이로 골라봤어요.


함께 읽을 책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수강 정보 :


수강기간 2020.09.25 ~ 2020.11.27

수강시간(금) 19:00 ~ 20:30

강의횟수/정원4회/12명

수강료 40,000원

접수기간 2020.07.23~2020.09.20


장소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소공동 본점


자세한 내용과 신청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bit.ly/32PC0HO






마음을 새기는 시간 - 캘리그라피 모임 모집중

https://bit.ly/3dXk29G


- 글쓰기와 독서에 관한 정보 교류 & 소통하기

- 글 공유 책에서 읽은 문장 공유

- 커뮤니티에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소식 공지

- 특강 소식 공지

- 글쓰기 및 독서 모임 할인 코드 제공



참가 → https://open.kakao.com/o/g0KsCKkc



- 매일 쓰는 것이 목적

- 자주 쓰는 습관 기르기

- 홍보에 제한 없음

- 누구나 자신의 글 바닥 홍보 가능

- 내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실컷 자랑질 하기



참가 → https://open.kakao.com/o/g6pnVqoc



공심재 유튜브 채널 : "구독과 좋아요"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aygLYWtjRJoLZbFXP8GhPQ?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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