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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11. 2020

1,000번째 글을 발행하다.

숫자 1,000의 의미

1,000번째 글을 발행하다.


1,000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깁니다. 1 다음에 무한대를 연상하는 0이 세 개나 찍힌 탓일까요. 물론 0이라는 숫자는 얼마든지 오른쪽으로 더 길게 늘어뜨릴 수 있지만, 100은 다소 가볍고 10,000은 너무 멀다고 생각하면, 1,000은 멀면서도 가까운 사이를 뜻한다고 우겨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단순하게 길다고 하면 연상이 잘 안되니까, 천 량짜리 칸이 연달아 붙은 열차를 생각해봅니다.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칸에서 또 다른 칸으로 횡단하는 길은 참 멉니다. 걸어도 걸어도, 저는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제자리걸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어떤 일이든 1,000에 근접하는 일은 100이라는 숫자를 10번을 반복하거나 10번을 100번 반복하는 것처럼 점점 무겁고 단단하고 심각한 일을 감당하는 일이 됩니다.


다짜고짜 숫자 1,000을 언급하면서 엉뚱한 이야기만 지껄였습니다만, 1,000이라는 숫자를 언급한 이유는 어제 쓴 글이 '브런치 1,000번째' 발행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지금 이 순간 역시 너무나 평범합니다. 오늘도 출근해서 일을 하고 여느 날처럼 빈틈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단지 저는 숫자를 의식하지 않고 글을 썼을 뿐입니다. 브런치 에디터를 열고 한 줄을 쓰곤 다시 이어서 다른 줄을 붙였더니 문단이 만들어지고 어느새 글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 줄에 집중했더니 1,000자를 훌쩍 넘어서는 글이 만들어진 셈이지요. 애초에 커다란 그림을 미리 그리거나, 1,000편의 글을 완성하자고 거창한 계획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어느 날 완성된 계획처럼 보입니다.


브런치 1,000번째 쓴 글

https://brunch.co.kr/@futurewave/1000


숫자에 대한 예민한 반응


저는 숫자의 줄어듦과 늘어남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입니다. 구독자 알람을 여전히 꺼두지 못하는 사람이고, '좋아요' 알람이 도착하면 몇 건의 숫자가 찍혔는지 신속하게 눌러보는 사람입니다. 심지어는 하루 단위로 늘어나는 구독자 숫자를 기록하겠다고, 구글 시트에서 몇십 줄짜리 스크립트에 집착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매일 교보문고 사이트에 접속하여 몇 달 전에 출간한 책의 재고가 몇 권 남았는지 확인하고, 예스 24의 구매 평점이 몇 점인지 확인하며, 새롭게 계약한 책의 원고를 끝내려면 몇 개월의 시간이, 몇 십만 자의 글자가 필요한지 자주 계산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숫자를 좋아하고 그러면서도 숫자를 두려워하며 계산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사람입니다. 여러 페르소나를 가졌지만, 유일한 공통점은 숫자에 대한 강박증입니다.


그런 사소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숫자 놀음에 휘말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갑니다. 마감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다만 그것이 인생의 마감이 아닌, 하루의 마감인 것이 참 다행입니다. 자정을 훌쩍 넘어서, 새벽 2시 부근이 되면 고민에 빠집니다. 글을 더 쓸까, 말까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저를 삶의 전면으로 배치하는 것도 역시 숫자입니다. 한없이 가벼운 숫자 3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저는 속으로 항복의 한 마디를 외칩니다. "잠시만, 조금만 시간을 더 줘, 이제 쓰기 시작했단 말이야, 10분만, 아니 5분 만"을 외칩니다. 그렇게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몇 문단의 글이 완성된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대체, 숫자는 어떤 일을 벌이는 건가요. 이것은 숫자가 가진 위력인가요, 저는 또 오늘 심야 시간에 숫자에 굴복하고 마는 건가요. 저는 어떤 기세에 눌려, 명령에 복종하듯이 글자를 침묵 속에서도 이어나갑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늙어가면서요.


다시 말하지만, 브런치 주소 끝에 1,000이 찍혔습니다. 1,000이라는 숫자는 1,000일 이상의 기쁨, 감동, 격정, 환희, 좌절, 슬픔, 공허의 감정들과 현재의 위치를 모두 포괄합니다. 또한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1,000이라는 여정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저는 큰 숨을 몰아쉬고, 얼마나 더 많은 숫자 놀이에 빠져야 할지 상상하며, 지금 쓰는 이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대쪽의 쾌감을 기대합니다.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다.


글쓰기와 책 정보를 교환하는 채팅방을 한 달 전쯤에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공대생의 심야서재' 공식 채팅방이 존재했지만, 책이나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이유가 다툼을 만들었기에 고심 끝에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오직 두 가지 정보만을 나누겠다고 채팅방을 다시 개설했죠. 네, 그 방은 '글쓰기와 독서', 두 가지와 관련 없는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나누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운영하는 취미 모임조차 홍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방은 넓으면서도 한편으론 좁은 세계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글쓰기와 책에 관심 있는 분이나마 포용하겠다는 저만의 편협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죠.


그런데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방에 들어왔다, 나가는 분들을 봅니다. 숫자의 급격한 오르내림을 목격하는 것이지요. 어떤 목적으로 방에 들어와서 무얼 얻어 가고 나누려는 걸까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무성의하게 시간을 소비합니다. 채팅방에 자신의 시간을 보탠 만큼의 시간을 찾아갈 수 없다면, 채팅방에서 나가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 없는 숫자들을 하루에도 수없이 바라봅니다. 그 깊이 없는 숫자들은 감정의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립니다. 그다지, 가볍게 그 상황을 바라볼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모임을 계획하는, 그러니까 '공대생의 심야서재', 라는 하나의 생명체를 오래 살아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이니까요. 그런 시간은 저에게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가볍게 드나드는 분들의 시간과 제 시간은 상대적이겠지요. 그 닿을 수 없는 비대칭성이 저를 가끔 힘들게 합니다.


아마도 저는 앞으로도 숫자 놀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숫자에게 소중한 부분을 하나씩 하나씩 뺏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지나가는 시간을 놓고 계속 도박을 펼칠 예정입니다. 다만, 부디 제 시간과 여러분의 시간에서 교집합을 찾길 원합니다. 더 시간을 미세하게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시간에서 의미를 퍼즐처럼 맞춰보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이 시간을 대하는, 그러니까 숫자를 바라보는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오늘 쓴 글은 공교롭게도 1,000자의 세 배를 기록했습니다. 길게 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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