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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11. 2020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를 읽고


상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다가가기 위해 문학을 읽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느끼는 어둠을 확대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축소하는 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의 독서는 아픔의 개별성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타인의 아픔에 닿지 못하는 슬픔을 향한 위로이기도 했다. 생을 살아가는 한 아픔의 개별성을 끊임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네가 될 수 없으므로, 나의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나 또한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서로의 아픔에 닿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읽는다.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중에서



2년 전 여름, 여의도에서 미디어 촬영을 마친 후 출판사 대표와 잠시 통화를 나눴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이웃 블로거 분 중에서 글을 잘 쓰는 분이 계시다고, '독서 에세이'라는 장르로 출간 제안을 해보시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드렸고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블로그 주소를 알려 드렸다. 그 이후 그 블로그 이웃은 출판사와 연결되어 자신의 첫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독서 에세이'라는 장르를 갖췄다. 독서가 저자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지, 삶의 태도를 문학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자신의 역사를 그러니까 책과 함께 하며 기록한 여정을 글과 책으로써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독서는 대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아니 저자에게 독서는 어떤 쓸모 있는 행위를 수반하는가. 책의 제목대로 독서는 아름답지만 쓸모없는 행위에 불과할까. 그 쓸모없는 행위 때문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고립을 자처하며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의 무게 때문에 울고 웃는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맞는다.


독서는 아름답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택하기 때문에,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일이기에, 험한 길을 끝없이 말끔하게 닦아가는 여정이 되기에 아름다운 활동이 되는 것이다. 다만, 그 아름다움은 혼자이기 때문에 더 빛이 난다. 오직, 스스로만 관찰 가능한, 타자에겐 보이지 않는 작은 빛, 어쩌면 암흑 속에서 더 빛이 나는 물질이 독서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삶을 견딜만한 조건이 필요하다. 누군가에는 암실 같은 공간에서 책에 빠지는 것이 삶을 버틸만한 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서재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혼자 누리는 기쁨이 독서라고 강조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고독,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곱씹었다. 끝도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고독'이라는 단어 앞에서, 나는 왜 역설적인 기쁨을 얻는지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떠남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마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달빛에 의지해 밤길을 걷는 광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이 누린 혼자만의 기쁨을 기꺼이 우리에게 배분한다. 그것은 양보이자 나눔이자 베풂이라고 정의하겠다. 햇살처럼 떨어지는 수천 개의 달빛 아래에서.


우리는 가끔 자신의 존재를 잃는다. 원하지 않지만 그렇게 되도록 사회가 방치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 용기와 도전을 잃지 않는 사람은 결단한다. 떠남으로써, 어떤 본질적인 여행 끝에서 발견할 자신의 이상향을 향해서. 우린 그런 저자의 매력에 이끌리는 것이다. 강렬한 메시지가 여행 끝에서 우리에게 전송되어 오는 것이다.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초월,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는 일이 되겠다.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나를 디자인하는 일이 되겠다. 현실을 기피하는 것이 아닌, 삶의 개별적인 순간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서 내리는 단순한 결단이 되겠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왜 그토록 내가 문학에 이끌렸는지, 비로소 설명이 됐다고 할까.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다가가기 위해 문학을 읽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나에게 결핍된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타인의 삶을 배운다고 독서의 의미를 정의하련다.


그리고 저자의 첫 책을 응원한다. 얼마 전 출간 한 달 만에 2쇄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출간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2쇄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블로거 민님이 아닌 저자 김성민 작가의 행보를 기대하며 짧은 서평을 마친다. 독서, 진심으로 아름답고 쓸모가 넘치는 일이 아닌가. 우리는 아주 적은 돈으로 저자가 보낸 아름답고 쓸모 있는 삶의 이야기를 훔친 셈이므로 문학의 효용성에 대하여, 독서의 의미에 대하여 굳이 논하지 않아도 충분하겠다. 나는 이 아름답고 쓸모 있으며 지적인 황동을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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