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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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주일에 절반만 출근하는 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 일주일 7일에 절반도 못 미치는 3일만 출근하고 있어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삼일만 말이죠. 왜 이런 결정을 했냐고요? 그게 말이죠, 출근하는 것도 싫고 일하는 것도 너무 싫어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어요. 엄밀히 말한다면, 일이 싫다기보다는 회사 자체가 싫었달까요?
영혼 없이 일만 죽도록 하는 곳이 회사라고 생각했거든요. 남들처럼 살다, 회사에서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진 않았어요. 회사에서는 자기 얼굴이 필요 없더군요. 모두가 같은 얼굴로 출근해서 같은 얼굴로 일하다 퇴근하면 됐어요. 이상한 것은 누가 누구인지 서로 다를 게 없다는 점이었어요.
도대체, 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가면 속에 어떤 얼굴을 감추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죠. 심지어는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과연 나다운 것인지, 내가 원하는 모습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평상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이는 제 모습과 매칭이 되지 않았어요.
22년 넘게 직장 생활을 반복하고 나서야 깨달은 거죠. 이곳에 나는 없다. 내 현재도 미래조차도 없을 거라고 말이죠. 이 무료하고 따분한 곳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더라고요. 전 이렇게 표정 없이 남의 얼굴로 오래 살아가다가
늙어서야 겨우 은퇴하고, 나라에서 주는 국민연금이나 받아 가며 감사하며 살겠구나,라고 상상하니 소름이 끼치고 만 거죠.
늦더라도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안정적인 회사를 작년 봄에 퇴사하게 된 겁니다. 근데, 막상 퇴사하니 먹고사는 일이 숙제로 남았네요? 놀고먹을 만큼 벌어놓은 돈이 충분하다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그러니 세상과 타협이 필요했어요. 젊었을 때처럼 아무 데서나 불러주지 않는 신세가 됐으니, 이젠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결정한 것이 절반만 일하자, 바로 이것이었어요. 근데, 누가 불러주나요? 심지어는 제가 절반만 일하고 싶다는 욕구에 다들 코웃음을 쳤죠. 그러다 우연히 거래처 회사가 제 경력에 관심을 보였어요. 저는 그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주 3일만 일하고 싶다며 당돌하게 말이죠. 의외의 결과가 일어났어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온 거죠. 그 회사에 운 좋게 입사하여 현재까지 일주일에 3일만 일하며 무사히 잘 버티는 중입니다.
회사는 뭐랄까 안전지대 같아요. 안정적인 지지기반이라고 할까요? 보통 회사는 우리를 이용하지만, 역으로 회사를 이용해볼 수도 있잖아요. 적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면 모험적인 시도들을 계속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일주일에 절반만 일하면서 이런저런 실험들을 계속해보는 거죠.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어떤 실험을 하고 있냐고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실험이라 생각하며 실컷 하는 중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거든요. 회사는 제가 선택했지만 내가 없는 삶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내가 주체적으로 하게 되죠.
그 일은 ‘공대생의 심야서재’ 부캐 키우기였어요. ‘공대생의 심야서재’ 부캐엔 저의 현재와 미래의 정체성이 담겼거든요.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작가로 살아가는 삶 말이죠. 저는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일을 좋아해요. 너무 좋아한 나머지 회사에 3일만 나가는 선택까지 했고요. 물론 양보와 희생이 필요했어요. 3일만 출근하는 대신, 그만큼의 수입이 줄어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여전히 안전지대가 되고 있죠. 회사가 말이에요.
그럼, 출근하지 않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어떤 일을 하냐고요? 열심히 부캐를 키우고 있어요.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모임도 직접 운영하고 책을 내는 부캐 말이에요. 회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캐릭터죠. 그리고 부캐는 구청이나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수업도 진행해요. 기업과 대학교에서 강사라는 부캐로 활동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지금처럼 유튜브도 하고 있네요 부캐가 말이죠.
회사에 다니지 않으니 과거보다는 비교적 편해졌을 거라는 분들이 계시네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반드시 편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바쁜 편이에요. 운영하는 모임이 워낙 많다 보니(거의 20여 개) 관리하다 보면 집에서도 늦게까지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밤 12시까지 일해도 피곤함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아요. 매일 회사에서 일할 때와 지금의 차이는 내일을 하느냐, 남의 일을 하느냐 차이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회사 다닐 때보다 만족감이 높아졌다는 게 중요해요. 회사에 나가지 않는 단 ‘2일’이, 제 미래에 보장되면서 인생이 예전보다 훨씬 충만한 것으로 채워졌거든요.
물론, 절반만 일하기 위해서 저는 많은 것들을 버려야 했어요. 안정적인 회사와 수입을 버려야 했고요. 승진과 같은 명예욕과 출세욕을 버려야 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얻은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점이에요.
인생엔 수많은 길이 있잖아요.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얘기했듯이. 저는 두 갈래 길에서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을 뿐이에요. 그것이 제 운명을 바꾸어 놓을 거라고 확신하면서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내 길을 직접 개척할 수 있다고 믿어요. 기회는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퇴사를 하라거나 적게 일하는 회사를 찾아보라는 말씀은 아니에요. 선택과 결정은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그것을 아는 게 제일 중요해요. 나에게 이로운 일, 내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먼저예요. 그리고 그 선택을 책임질 만큼 내가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시고 그 일에 뛰어들어 보세요. 내가 주도하는 삶 그 안에서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일에 빠져 보세요. 더 늦기 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