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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24. 2020

내 마음은 밤 달처럼 흐른다

어둠 속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움츠려 들었다. 주머니 속에 손을 감추고 머플러로 목을 휘어 감으며 냉기에 저항했지만, 어둠은 더 깊고 검푸르게 빛이 났다. 아무도 나를 구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둠과 빛, 두 가지 대립을 생각하며 보폭을 넓힐 수밖에 없었다.


하늘로 고개를 돌리면 메마르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외롭게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둠을 찌르고 하늘로 더 높은 하늘로 고개를 쳐들었다. 놀라운 기세, 외로운 부활, 헛된 용기, 말이 되지 않는 문장들이 어둠 속에서 활보했다. 


나뭇가지 하나에 생각들이 하나씩 걸쳤다. 그 생각 끝엔 달이 잠시 앉아서 쉬는 것 같았다. 가지 끝에 걸린 달, 위태로운 가지, 달은 미끄러졌다. 무겁지도 않게 옆으로 슬며시 미끄러졌다. 가지를 따라 평행하게 미끄러지는 저 밤 달은 삶을 끈끈하게 유지하려는 우리의 관성적인 삶의 습성과 닮았다.


달은 달빛을 인도하고 가지 둘레를 빙빙 돌며 미끄러지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다.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마음도 반달처럼 계속 미끄러질까. 지탱하고 받쳐주는 존재가 있어서 우리는 어디든 당도할 수 있는 걸까. 내 마음은 지금 어디로 계속 미끄러지는 걸까.


내 마음도 밤 달처럼 흐른다

정처 없이

의식하지 않아도 한 방향으로

천천히 굴러 떨어진다


그 마음이 무한대로 구를 수 있다면

당신에게로 또 당신에게로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면

먼 훗날

그러니까 수천, 수만 년이 지났을 때쯤

우리는 서로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생각이라는 것, 나는 생각할 수 있어서, 이런 쓸데없거나 의미 없는 생각들에게 어떤 당위성을 심어줄 수 있어서 삶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이 단조롭고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24시간이 마감하는 시간, 심야가 또 다른 심야를 잉태하는 세상에서 나는 삶의 유용성을 생각하고 행복과 불행의 총량을 계산한다.


나는 불행과 행복이 체결한 협정에 묶여 있다. 다행히 현재는 행복이 불행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영원히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언제든 이 무기력하고 피곤한 삶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파악하고 있다. 하루가 몰락하고 또 새로운 새벽이 시작되는 것을 예측하는 나는 나뭇가지에 걸친 아주 작은 밤 달의 고달픈 여정을 잠시 위로했다.


앙상한 뼛조각처럼 변해버린 마지막 나뭇가지의 손끝에서 밤 달과 나뭇가지는 서로의 외로움을 보드랍게 쓰다듬었다. 나의 밤도 나를 보드랍게 어루만졌다. 목덜미 부근에서 밤 달의 온기가 피어올랐다. 그 온기는 밤마다 어김없이 떠오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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