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19. 2021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마음을 열어봐요

시 필사 모임 23기 오픈

시필사 파트너 라떼파파님의 말씀


봄날의 향기가 어느덧 자취도 없이 저물고 있습니다. 연분홍으로 곱게 치장한 벚꽃이 도심을 수놓으며 그나마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작은 안식처가 되었는데 말이죠. 고개를 떨구며 순식간에 낙하하는 걸 보니, 헛헛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내년 이맘때는 오래도록 봄을 바라보며, 그간 챙기지 못한 여죄를 가슴에 쟁여놓고 그 아름다움에 취하고 싶습니다.


[공심재] 시 필사가 23기를 맞았습니다. 소소하게 발걸음을 뗐던 ‘시 필사’가 이제는 생활의 일부로 천착하였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어둠의 질감을 맛보기도 하고, 몽실몽실한 어지러움에 취하기도 하고, 심상의 바닥을 드러내는 치부와 마주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마다 채색하는 필사의 수고로움은 다르겠지만, 마음 속 담장을 허무는 경계 속에서 시는 한층 고매해지고 농익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시가 생활이 된다는 것. 제가 꿈꿨던 삶의 목표였습니다. 물론 자작시를 쓸 역량도, 시인의 언어를 삼키는 깜냥도, 시를 제대로 보듬는 아량도 없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시 필사’가 이러한 한계를 조금씩 지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하면 멀리 간다."라는 속담이 절절히 와닿는 요즘입니다.


시와 동행하실 분들은 고민하지 마시고 23기 '시 필사'방을 노크해 주세요. 23기 '시 필사'는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라는 시집으로 4주간 운영될 예정입니다. 맨 아래에 신청서 링크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 필사 모임은 '공대생의 심야서재' 모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참여하는 분들도 가장 애착하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과의 관계도 각별한 편입니다.(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필사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따뜻한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시 필사 모임입니다.


필사를 하게 되면 어떤 긍정적인 일이 벌어질까요?


"문장력이 좋아집니다."

"내 글에, 시인의 감성이 저절로 담깁니다."

"마음이 굉장히 풍성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시를 쓰게 됩니다."

"글을 자꾸만 쓰고 싶어 집니다."

"다른 공심재 모임에 계속 참여하고 싶어 집니다.(늪)"


음, 원인은 모르겠지만, 필사를 하게 되면 글(시)을 쓰고 싶어 집니다. 시인의 문장을 깊이 해석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시를 읽으면 삶에서 시인이 말한 의미를 찾고 적응하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노력이 글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내면의 발산이겠죠. 세상을 향한 나만의 고유한 외침 같은 것들 말입니다. 숨 죽인 채, 고요한 물결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시 필사는 그냥 내 마음을 흘려보내는 겁니다.


필사가 좋은 점


1. 아날로그 감수성 키우기


필사는 아날로그적입니다. 시대의 흐름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다는데, 왜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할까요? 우리 마음이 디지털 세상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결되지 못하는 우리의 관계 사이에 시인의 감수성이 다리를 놓아주기 때문입니다.


감수성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능력입니다. 감수성은 자극에 따라 훈련이 가능합니다. 시를 읽고 시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바로 필사의 목적입니다. 물론 시를 많이 읽고 필사를 매일 반복한다고 하여 시를 잘 쓰게 될 능력은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작가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다만 읽고 필사하게 된다면 쓰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속에서 자라날 수도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필사는 시인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 캘리그래피 & 드로잉


제가 경험해보니 필사는 필사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글을 배울 때, 필사가 많은 동기부여가 됐지요. 게다가 필사, 즉 손으로 쓰는 손글씨는 다른 자극을 건드리기도 합니다. 더 예쁘고 멋지게 쓰고 싶다는 동기부여 말입니다. 필사는 자연스럽게 캘리그래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새기는 시간'이라는 캘리그래피 모임을 탄생시켰고 이제는 필사를 캘리? 형태로 시도 중입니다. 더불어 캘리그래피 만으로는 모자라 그림까지 그리게 됐지요. 설마 제가 그림을 그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필사 하나가 글쓰기, 캘리그래피, 드로잉까지 이끌게 된 셈이니, 필사의 위력이 놀랍지 않습니까?


3. 꾸준한 쓰는 습관 기르기


필사는 이제 루틴이 됐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편의 필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그날을 넘긴다 하더라도 몰아서라도 반드시 합니다. 이제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됐습니다.


4. 새로운 시도


필사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합니다. 같이 읽고 필사하고 21기에도 낭독을 올렸습니다. 참여하는 분 중에서 낭독에 재능을 보이는 분이 계십니다. 성우보다 더 멋진 낭독 재능을 보유하신 분도 계십니다.


5. 문구 용품 수집


필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구 용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필사가 캘리그래피까지 연결되다 보니, 문구 용품에 집착하게 되더군요. 특히 필기도구를 꾸준하게 수집하게 됩니다. 더 필기감이 좋은 펜을 쓰면 필사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이래저래 모으다 보니 아래처럼 많이 생겼습니다.


6. 타인의 감정 이해


필사를 하게 되면 내 감정선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필사를 공유하면 타인의 감정선까지 타게 됩니다. 비로소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섞이면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시의 심오한 세계로 함께 걸어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공대생의 심야서재 시 필사 모임이 다른 필사 모임과 다른 것


1. 매 기수마다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필사를 넘어서 낭독까지, 그리고 자작시까지 쓰는 시간을 경험합니다. 22기엔 온라인 낭독 시간을 갖습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시를 직접 낭독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2. 시인 한 사람의 시를 집중해서 읽습니다.


시인 한 명의 시를 한 달 동안 읽습니다. 여러 시를 접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시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 시인 한 명의 시를 읽으면 시인에게 동화되는 길이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3. 시를 읽고 느낌을 서로 공유합니다.


단톡방에서 필사를 하고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4. 시인의 꿈을 꿉니다.



모임 소개


글을 배우고 싶을 때 필사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문학적 감수성을 기르고 싶다면 시인의 문장에 푹 젖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아름다운 문장에 빠져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시인의 언어를 따라 하게 되거든요. 필사가 의미 있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력뿐만 아니라 시인의 삶까지 이해하게끔 마음을 열어준다는 점이에요. 시인의 마음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셈이죠.


시 필사 모임의 목적은 시인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시인의 사유를 내 삶에 받아들이는 거예요. 열심히 따라 하다 보면 시인의 감성과 하나가 될지도 모르죠. 저는 그런 가능성을 품고 여전히 필사적으로 필사 중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이 없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죠. 막연하게 시 필사하는 거 걸로는 만족이 되지 않아요. 필사에 대해 신경숙은 아래와 같이 말했어요.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한 자 한 자 노트에 옮겨 적어볼 때와 그 소설들의 느낌은 달랐다. 소설 밑바닥으로 흐르고 있는 양감을 훨씬 세밀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부조리들, 그 절망감들, 그 미학들. 필사를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이다. 나는 이 길로 가리라. 필사를 하는 동안의 그 황홀함을 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각인시켜준 독특한 체험이었다. (신경숙)



시 필사를 생각하면 '찬란'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찬란한 하루, 찬란한 인생,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떠올리게 되네요. 시 필사 모임은 '하루에 시 한 편'을 필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신 시 문장 전체를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건드린 몇 줄' 골라 필사해도 됩니다. 전날 밤에 운영자가 다음날 필사해야 할 시를 알려드리고 하루 동안 필사합니다.


▶️23기 모집 

-4/25(일)까지 모집 


▶️모임 기간 

- 4/26(월) ~ 5/21일(금) , 주말 제외


1. 시 필사 23기는 4주(20일, 주말 제외) 동안 진행합니다.

2. 운영자가 전날 밤 10시, 한 편의 시를 선정하고 채팅방에 공유합니다.

3. 시를 읽고 마음을 건드린 한 줄을 골라 필사합니다.

4. 필사한 시는 오픈채팅방과 SNS(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합니다.(옵션)

5. 게시글에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합니다.

6. 채팅방엔 게시한 글의 URL을 인증합니다.

7. 23기에도 한 권의 시집을 같이 읽습니다. (필사할 시집은 각자가 구매합니다.)

    23기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허수경)

8. 월-화-수-목-금 : 운영자가 선정한 시의 일부분을 필사합니다.

9. 23기에도 다양한 미션이 있습니다.(다음 중에서 한가지만 인증하면 됩니다.)

   1. 시필사(부분 필사 권장) : 사진 찍어서 채팅방 공유

   2. 낭독(부분 낭독 가능) : 녹음해서 채팅방 공유

   3. 시인 체험하기(일부 단락 바꿔보기) - 교정하여 채팅방 공유

   4. 느낌 짧게 문장으로 표현하기 - 텍스트 채팅방 공유

10. 마지막주에 자작시 쓰기 이벤트를 진행하여 우승자에게 선물을 증정합니다.


신청은 아래에서

https://forms.gle/YqV7GFPEzwKN2zNh6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할 말이 있다고요. - 여러분도 이미 강사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