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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26. 2022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 세스

만화책 리뷰

짧은 생각(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 세스, 애니북스)


인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 만화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오랜만이라고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만화책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자주 들여다보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꺼내려던 건 아니고 이 만화책에 대해서(생각이 완전히 달아나기 전에) 한 글자라도 남겨보고 싶은 심정에서 출발한 거니까,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라고 나 스스로에게 다시 화제에 집중하자고 다짐을 시켜 본다.(잘 될지는?)


주인공인 세스는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자신이다. 그러니까 이 만화는 만화가 자신이 겪은 수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주인공 세스는 어느 날, 우연히 옛 잡지에서 '캘로'라는 만화가를 발견한다. 우연한 발견을 계기로 그는 예상치 못한 세계로, 말하자면 캘로라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기묘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기묘한, 이라고 썼지만 정말 기묘한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저 쓰는 사람만이 그렇게 주장할지도 모른다. 마치,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 야간열차> 만화판이라고 해야 할까.(나는 그렇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다소 어둡고 그늘진 세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만화책이 끝이 났다. 난 왜 만화책을 읽고 심각해지는가? 난 왜 만화책을 읽고 인생에 대해 깊은 상념에 빠지는 것인가? 난 왜 만화책을 읽고 세스라는 캐릭터에 마음을 뺏기게 되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변하지 않는 옛 세계를 그리워하고 그 세계를 지독하게 고집하는 세스의 감수성에 깊이 공감했달까. 깊은 울림을 전하는 만화책이다.라고 말만 하면,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나를 강력하게 규탄할지도 모른다. 제발 깊은 울림을 표현해 달라고, 그저 울림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해서 우리를 낚시질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만화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전, 추천 따위는 잘하지 않는 인간입니다만...)


평점 : 5점(무려 만점이다!)




책 속의 한 문장(발췌하다 보니 몇 문장이네요)


기대 그리고 실망.

나에게 자명한 진리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기대를 하면 늘 일을 그르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물론 안 그럴 때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렇게 굴러가는 것 같다.


아무리 사소한 기억이라도 어느 순간 마음속에 강렬하게 새겨져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소중해질 수도 있다. 


라이너스가 찰리 브라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로 인용해 볼까. “문제가 생겼을 때 정면으로 승부 보는 게 싫어. 그럴 땐 그냥 피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그게 내 철학이야…” 라이너스는 이렇게 맺는다.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거나 복잡한 문제란 없거든” 인용 끝. 그게 바로 나다. 나야말로 도피주의의 진정한 숭배자다. 그렇다고 그게 다 만화 때문이야.라고 단정 지으면 곤란하다. 오히려 만화를 통해 나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비굴한 개똥철학이지만 난 철석같이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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