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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23. 2022

교보문고가 문을 닫을 예정인가 봅니다


어처구니가 없다.




위의 화면은 그제부터 교보문고 웹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마주치는 (짜증 나는) 화면이다. 물론 나는 저 화면의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애석하게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그래서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 끓어오르는 분노는 자제하고 최대한 건조하게 문장을 전개해 보자. (잘 될 수 있을까?)


교보문고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얼마 전, 일주일 전인가, 한 달 전인가, 아무튼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패치, 아니 전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그런데, 첫날 작은 문짝부터 삐거덕거렸다. 그들은 거의 아마추어적인 행태를 보였다. 거의 모든 IT 프로젝트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편이다. 하인리히의 법칙도 아닌데, IT 프로젝트는 때로 마치 심각한 재난을 당한 것처럼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런 과오를 매우 자주 범했다. 이것은 애석하지만 우리 IT 업계가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IT 업계를 빨리 떠나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변명을 가동한다고 해도, 웹사이트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오류투성이뿐이라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심지어 나는 오늘 저녁 책을 대량으로 주문할 예정이었단 말이다!)


나는 교보문고의 플래티넘 고객이다. 자랑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래, 자랑이다. 솔직히 책 사는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자라면 이 브런치에 들어올 자격도, 이 문제적 글을 읽을 자격도 없다. 플래티넘 고객이라는 사실을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웬만한 책 주문은 교보문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니 불가피하게 플래티넘 고객이 되었다고 자랑하련다. 그래, 나는 월급의 약 20% 이상을 집중적으로 책 사는데 소모한다. 내, 월급이 음...


그런데, 리뉴얼 후에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답변 없는 고객센터는 기본이고 1:1 문의도 답변조차 없으며, 주문 후 마일리지는 공중분해가 된 것인지, 분자 단위로 소실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소중한 적립금은 어디론가 소실되어 버렸다. 게다가 배송이 이미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는 여전히 배송 중이라고 사막에 사는 뱀의 혀처럼 메시지를 길게 늘어뜨린다.


게다가 이미 로그인을 완벽하게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 로그인 세션 처리가 안된 것인지 - 다시 로그인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고 그러다가 위의 Bad Request가 뜨고 만다. 나는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하고 나도 모르게 비명을 냅다 질러버렸다. 옆에서 낮잠을 자던 아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같이 소리를 지르곤 불이라도 난 것인지 대피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 나는 교보문고 웹사이트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어쩌다가 정상적으로 화면이 뜨면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물건이 사라지거나 주문 배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도 한다. 내 장바구니는 또 어디로 사라진 걸까? 결제 안 한 게 천만다행이 아닌가. 이러다 나 헐크로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우린 이런 상태를 총체적 난국, 완벽히 망한 것으로 간주한다. 심각하게 Yes24로 옮겨야 할 것인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겨우 1시간 만에 연락된 고객센터 담당자는 주말까지 모든 문제점이 클리어 될 거라고 장담했다.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세 번 질문을 했고 그 담당자는 자신 있게 세 번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소실된 적립금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긴 방황이다. 나는 지금 그 담당자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다.


현재 교보문고는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그런데 오프라인 교보문고를 탐방하니 지극히 평화롭더라. 하지만 진정한 전쟁터는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이다. 온라인을 장악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시장을 경쟁자에게 잃을 수 있다. 충성도 있는 고객은 없다. 고객은 언제든지 상대방의 달콤한 말 한마디에 넘어갈 수 있다. 아무리 프레스티지 회원까지 10만 원 앞으로 다가왔다고 해도, 나는 언제든지 가차 없이 교보문고를 버릴 수 있다.


이런 상태의 서비스는 절대로 오픈하면 안 될 일이었다. 장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카카오톡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개발자들은 지금도 아마 밤을 새우고 개발에 열중이겠지만, 미안하게도 작동하지 않는 그러니까 고객에게 서비스되고 있는 공간을 테스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린 실험용 쥐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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