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기란 자아의 세계, 더 나아가 내면의 내밀하고 어두운 세계, 표층적인 것이 아닌 깊은 심연의 어딘가 핵심부라고 그럴싸하게 정의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글쓰기의 이상향이 담겨 있다고 저는 써봅니다. 물론 이 정의는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글을 꽤나 써본 사람이라면, 자기 글이 문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많은 관문을 넘어서야만 합니다. 솔직하게, 그러니까 자기를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측면이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거의 모든 글감이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란 결국 자신을 갈아마시는 일이 됩니다.
처음에 글을 쓰는 입장이라면 일단 쓰는 맛에 취해있기 때문에 감추고 싶은 거의 자신의 모든 치부까지 드러내곤 합니다. 부끄러움이든, 두려움이든 무엇이든 다 감당하며 밑바닥까지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죠. 그렇게 당분간? 아마도 몇 달쯤? 모욕과 수치심을 곰처럼 견뎌내며 글을 쓰다, 위기의 순간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무섭고 공포스러운 괴물이 떡 하니 나타나는데, 그것은 자신이 플라톤의 동굴 속에서 열심히 그림자만 구경하는 존재에 불과했다는 사실, 그러니까 자신의 눈앞에서 장막이 걷히며 글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모두 단 번에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 이유는 바로 글쓰기 초보 시절에는 자신의 글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지 처음에는 다 즐겁지 않습니까? 연애도 초반에는 설레잖아요? 나중에는 다소 시들시들... 다른 사람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쓰게 되죠. 세상에 오직 내 글만 존재하는 것 같고 모든 글 중에서 내가 쓴 글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게 되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자만심,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빠져나오려면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감각을 길러야 하는데, 그런 감각은 저절로 생기지 않죠. 혼자서만 죽어라 노력한다고, 꾸준함을 무기 삼아 혼자서 내면을 동네북처럼 두들겨대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나름 재능이 있거나 잘 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면 가능성은 있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아니잖아요. 발자크나 플로베르의 문체를 모방하기 위해서 그들의 문체를 연구하거나 그들의 시각으로 글을 쓰며 사건을 재해석하는 연습까지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뭐, 어디 흉내내는 일은 쉽나요? 문체를 보고도 거기에서 특징을 잡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러니 혼자서 골방에 처박혀 개미처럼 또 죽자사자 열심히 쓰기만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벽에 부딪힙니다. 타인의 벽, 열등감의 벽, 부족한 글감의 벽, 솔직함의 벽, 모자란 표현력의 벽, 소외의 벽, 용기를 내지 못하는 벽, 게으음의 벽, 무모하지 못한 벽,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벽, 자신을 냉정하게 대하는 벽, 온갖 벽 앞에서 굴복하고 맙니다. 우리들은...
나의 글을 타인의 글과 비교하면서 첫 번째 벽을 마주하고 쓸 글감을 모두 소진해버려서 두 번째 벽에 쓰러지고, 합평에 참여하면서 따갑고 매서운 의견을 들으면서,결국에는 가장 두렵고 무서운 자신이라는 장벽과 대면하게 됩니다. 이 세상 벽 중에서도 가장 높고 단단하고 육중한 벽이죠.
글쓰기에는 피드백이 중요하죠. 피드백에는 타인이라는 요소가 따라옵니다. 피드백은 '무한 격려와 칭찬 피드백'과 '비평적 피드백' 두 가지로 나눕니다. 제가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가면서 경험한 식견으로는 그렇습니다.
무한 격려와 칭찬 피드백
이런 모임에서는 오직 칭찬만 주고받습니다. 그것이 룰입니다. 비판하면 가차없이 퇴장 당합니다. 충고 따위, 조언 따위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응원받고 지지를 받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지, 비판을 받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비판을 받고 싶으면 개인 코칭이나 컨설팅을 받으세요. 여러 사람과 함께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게 내 글에 대한 평가를 받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다만 칭찬은 '아 너무 좋아요. 좋은 글입니다.', '잘 썼어요.' 이런 추상적인 칭찬이 아닙니다. 칭찬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고 어떤 표현이 개성적이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칭찬할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요. 저는 어떤 글이라도 칭찬할 구석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글 쓰는 동료로서 칭찬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의무입니다.
비평적 피드백
건전한 피드백이라고 강조하지만 그 속에 숨긴 날카로운 칼날을 봅니다. 따뜻한 말에 비수가 감춰져 있어요. 칼날을 비평적 피드백이라고 위장한 채 상대방의 약점을 들쑤셔댑니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비평적 피드백을 감수할 만한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얘기에요. 그러니 단 칼 한방에 쓰러지고 맙니다. 영원히 글 따위는 쓰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해 버립니다. 바로 여러분이 말이죠. 겨우겨우 용기를 내어 몇 백자의 글을 제출했는데, 돌아오는 건 오직 충고와 날선 비평으로 위장된 비판들 뿐입니다. 잘한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문제투성이의 글만 쓴 느낌이 드는 겁니다. 세상 바깥에서도 문제, 글쓰기 모임에서도 문제, 나는 문제아인가 봅니다.
문학이 좋아서 어쩌다 글을 쓰게 된 사람
저는 '문학이 좋아서 글을 씁니다'라는 온라인 합평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기가 얼마 전 종료됐고 이제 2기를 준비 중입니다. 글쓰기 모임은 벌써 6년 가까이 진화하는 중입니다.
'문학이 좋아서 글을 씁니다' 모임은 위에서 제가 강조했듯이 오직 칭찬과 격려 그리고 위로와 힐링만 주고받는 글쓰기 모임입니다. 오직 다정하고 따뜻한 말만 주고받아요. 물론 기본은 글을 써야만 칭찬이 기능을 하겠지만요. 미션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칭찬이든 격려든 받을 수 있겠죠?
고백하자면 저도 과거엔 비평적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 방법이 글쓰기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던 거죠. 사람들이 깨우치게 만드는 게 제 소임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제 믿음을 이제 바꿉니다. 사람은 자꾸 변해야 하니까요. 어리석게 한 가지의 사상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어서는 곤란하죠.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칭찬과 격려가 난무하는 '문학이 좋아서 글을 씁니다'의 철학은 바로 칭찬과 격려를 통해서 자신의 강점, 장점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계발하는 것이에요. 단점은 장점을 계발하다 보면 그 장점이 단점까지 덮어버릴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단점은요. 타인이 지적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볼 줄 알아야 해요. 내 글과 타인의 글을 모두 볼 줄 아는 눈이 생기면 단점은 지적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돼요. 왜냐하면 내 글만 열심히 쓰는 것과 동시에 타인의 글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고쳐야 할 부분이 나타나게 되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되지 않아도 우리 수준으로 얼마든지 타인의 문체를 흡수할 기회가 생긴다는 겁니다. 칭찬과 격려만 존재하는 글쓰기를 통해서 말입니다.
칭찬과 격려, 위로와 힐링이 난무하는 합평 글쓰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설문지를 작성해 주세요.
'문학이 좋아서 글을 씁니다'는 늘 그랬듯이 문학 작품을 함께 읽으며 운영자가 제공한 커리큘럼대로 글을 씁니다. 이번 2기에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와 '찰리 초콜릿 공장'을 함께 읽습니다. 넷플릭스에 뮤지컬과 영화도 있으니 함께 보면 더 좋겠네요?
1차시 2023년 3월 18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0:00
2차시 2023년 3월 25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3차시 2023년 4월 1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4차시 2023년 4월 8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5차시 2023년 4월 15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6차시 2023년 4월 22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7차시 2023년 4월 29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8차시 2023년 5월 6일(토요일) 오전 10:00-오전 11:30
신청은 아래에서
https://forms.gle/JTQCVdJH2otYrZ1s9
문학이 좋아서 글을 씁니다
저는 공심재라는 커뮤니티에서 글쓰기 모임과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모임은 저마다의 정체성과 고유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독특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을 나름 접하다가 새로운 모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뾰족하고 다듬어진 그런 형태를 생각했습니다.
'문학이 좋아서 글을 씁니다'는 이렇게 진행 됩니다.
1. 문학 작품 함께 읽기
2. 제공된 커리큘럼으로 8편의 글쓰기
3. 힐링 합평하기(나의 느낌 공유하기, 칭찬과 격려만 하기)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내용
1. 문학 작품 함께 읽기 : 2기 작품(로알드 달)
- 《마틸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
2. 문학이라는 거울에 나의 내면 비춰보기
3. 나의 마음 돌보기/위로하기/힐링하기
4. 내 인생의 이야기 찾기
5. 《마틸다》를 주제로 4편의 글쓰기
6. 《찰리와 초콜릿 공장》를 주제로 4편의 글쓰기
7. 칭찬과 격려를 중심으로 한 문우의 글 합평하기
8. 자신의 글 낭독하기(일부)
문학으로 힐링하는 글쓰기는 글쓰기 첨삭과 지도를 위한 클래스가 아닙니다. 문학 작품을 함께 읽고 내가 느낀 것을 글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문학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내 인생을 예비하는 체험도 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진정으로 응원하고 나의 잘못을 용서하며 나의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체험합니다. 그 과정이야말로 나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내 존재를 위로하고 힐링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클래스 진행 기간
8주 진행 - 1주 1편의 글쓰기
함께 읽을 책
1. 《마틸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329500
2. 《찰리와 초콜릿 공장》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35086
운영자 소개
카카오 브런치 북 프로젝트 #3 《공대생의 감성 글쓰기》로 금상 수상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특강 참여 ( 분당점, 수원점, 원주점, 평택점)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치유하는 글쓰기》 강의
롯데백화점 평촌점 문화센터 글쓰기 특강 및 정규 강의 진행
명로진 아카데미 인디라이터 과정을 이수
각종 글쓰기 모임 참여 및 리드
《단어를 디자인하라》 출간
《단어를 디자인하라》 카카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참여
브런치 작가 (구독자 9천6백 명)
공대생의 심야서재 글쓰기 모임 리드(2,000 시간 이상 모임 리드, 온라인 합평, 첨삭)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공저 출간 베스트셀러
경희대학교 '마인드맵으로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특강 및 영상 제작
S시 스마트 시티 시나리오 작가 참여
《프로 일잘러의 슬기로운 노션 활용법》출간 - 천그루숲
《New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 출간(5쇄)
서강도서관 노션 강의
카이스트 노션 특강
노션 공식 엠버서더 인증
강남 못골도서관 노션 강의
경기문화재단 노션 강의
수원문화재단 노션 강의
단국대학교 노션 강의
《프로 일잘러의 슬기로운 노션 활용법》 2쇄 출간 - 천그루숲
글쓰기 합평 모임 6년째 리드 중
참여 방법은 이렇게 하면 돼요
일주일에 한 편씩 정해진 마감일에 글을 발행합니다. 마감일까지 올리지 않으면 합평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글자 수는 2,000자 내외로 쓰셔야 합니다. 분량을 지키는 것도 훈련입니다. 너무 적은 양도 많은 양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여러분 자신에 대한 믿음의 증거입니다. 쓰지 못한다고 부정하지도 의심하지도 자책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책상에 차분하게 앉아 마음을 비우면 됩니다.
온라인 클래스 참석 전, 문우의 글을 꼭 읽어야 합니다. 합평의 목적은 타인의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피드백을 나누는 것입니다. 타인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공감이 여러분의 글을 빛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서로 질문하세요. 왜 그런 글을 썼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공감을 얻었는지, 짧은 느낌이나마 전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내 글만 잘 쓰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타인의 글을 불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내 글도 제대로 보게 됩니다.
수업은 Zoom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 전에 꼭 설치해주세요.
신청은 아래에서
https://forms.gle/JTQCVdJH2otYrZ1s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