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화가 필요했을 뿐
그런 날이 있다. 마음이 한없이 처지고 의욕조차 상실한, 마치 하루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와타나베나 나오코 같은 인물로 빙의된 것 같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2평 남짓한 비좁은 내방 천정엔 낡은 형광등이 불안하게 걸려 있었는데, 알람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나는 눈을 뜬 채, 누렇게 변색된 벽지와 형광등을 하염없이 쳐다보곤 했다. 마치 그때는 누군가 내 몸의 배터리를 몰래 빼내 간 것 같았는데, 형광등 스위치를 누르고 싶어도 손가락을 까딱할 기력조차 없는 아침이 영원히 반복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이 딱 그랬다.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거의 지하 10층까지 푹 꺼진 날, 이런 날은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솜이 완전히 빠져나간 곰돌이 인형처럼 하루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최적의 솔루션일까? 납작하게 스카치테이프처럼 바닥에 들러붙어있으면 떨어진 기운의 게이지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게 돼도, 좀체 다운된 기분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오늘 하루를 왜 이렇게 충만하게 보내지 못한 거야?' '하루를 그냥 망쳐버리고 말았어', '난 실패한 인생이야'라고 아주 불만족스러운 감정과 패배자의 근성이 지나치게 내 정신과 몸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이런 불쾌한 감정은 다음 날까지 죽지 않고 남아서 계속해서 하루를 괴롭히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마음이든 몸이든 뭔가 저주스러운 신호가 발생할 때는 적극적인 구원에 나선다. 뭐, 그 적극적인 활동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푸시업을 300개... 정도는 무리고 50개 정도 살짝 하든가.
문제는, 어쨌든 나는 봉급이라는 것을 받고 살아가는 숙명적인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마음이 가라앉든 말든, 아침 아홉 시가 되면 침대에서 번쩍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업무라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면 속으로 '이런, 꽤나 성가신 인생이 아닌가' 하고 주문이라도 외우듯 중얼거려 보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들 그렇게 똑같이 살아가는 법이라고, 나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작은 톱니바퀴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약간은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 슬럼프가, 며칠 동안 지속될지 모르는 이 지독한 침체기는 내가 좋아하는 LG의 문보경이 자주 겪는 부진한 타율처럼 당장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 더군다나 업무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만으로 과연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려 본다. 이를테면 조깅이랍시고 아파트 화단 근처를 시츄처럼 침을 흘리며 뛰어다니다 금방 지쳐 바닥에 주저앉거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그 안에 든 음식들에게 안부를 묻거나(물론 다이어트 때문에 먹지는 않는다.), 도저히 안 되면 평상시 다이어트 때문에 가까이하지 않던 다이제 쿠키를 3개 정도 한꺼번에 입여 욱여넣는다. 그것도 아니면 예전에 사두고 넥이 휘어버린 기타의 먼지를 슬쩍 한번 닦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나는 또다시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갔네'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딱히 나쁘지 않다. 이런 날도 있는 거니까.
글쎄, 음악이 가장 큰 위로를 주는 것 같긴 하다. 아주 비싸게 구입한 B&W의 PX8(헤드폰)을 꺼내 귀에 걸친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는다. 다닐 트리포노프의 미친 연주다. 감정을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질주다. 물론 그 곡이 한국인의 한 맺힌 정서와 얼마나 잘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피아노 건반 소리가 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하나씩 제거해 주는 듯한 착각이 들뿐이다.
https://youtu.be/l9qFsJaIKnM?si=-bEBn1hX-3-WUpj2
만약 당신이 우울함에서 벗어날 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라면 챗GPT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마음이 이유 없이 울적하고 기분이 푹 처질 때는 어떤 활동을 하는 게 좋을까?
이유 없이 마음이 울적하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다음과 같은 활동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가벼운 신체 활동:
산책 또는 조깅: 햇볕을 쬐며 걷거나 가볍게 뛰며 자연을 느껴보세요.
스트레칭 또는 요가: 부드럽게 스트레칭이나 요가로 긴장을 완화합니다.
자전거 타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며 스트레스 해소해 보세요.
2. 즐거움을 주는 활동:
좋아하는 음악 감상: 신나는 음악은 기분을 끌어올리고, 차분한 음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시청: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며 우울한 기분을 잊어보세요.
독서 또는 글쓰기: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면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창의적인 활동: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요리, 뜨개질 등 자신이 좋아하는 창의적인 활동에 몰입해 보세요.
3. 심리적 안정과 휴식:
명상 또는 심호흡: 짧은 시간이라도 눈을 감고 편안하게 호흡해 보세요.
따뜻한 물로 샤워 또는 목욕: 따뜻한 물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충분한 수면: 잠이 부족하면 감정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아로마 테라피: 라벤더, 캐모마일, 베르가못 등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오일의 향을 맡아보세요.
4. 주변 환경 변화 및 교류:
햇볕 쬐기: 햇볕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합니다.
작은 환경 변화 주기: 방 청소를 하거나, 가구 배치를 바꾸며 기분을 전환해 보세요.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기: 가족이나 친구 등 편안한 사람과 대화해 보세요.
반려동물과 교감하기: 반려동물이 있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면 정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5. 영양 섭취:
균형 잡힌 식사: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유지에 중요합니다.
따뜻한 차 마시기: 허브차나 녹차 등 따뜻한 차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생각해 보면, 챗GPT가 제시해 준 마음이 가라앉을 때 도움이 되는 활동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들이다. 챗GPT가 늘어놓는 해결책들은 이를테면, 근사한 운동화처럼 생겼다. 디자인도 완벽하고, 기능도 훌륭하다. 하지만 막상 신어보면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어딘가 내 발 모양과는 맞지 않아 하루만 신어도 뒤꿈치가 까진다거나, 아니면 그냥 하나밖에 없는 내 청바지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뭐 그런 난처한 느낌. 결국 문제는 신발이 아니라, 그걸 신고 어딜 가느냐일 텐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완벽하게 멋진 신발'들 속에서 정작 내 발에 맞는 신발 한 켤레를 고르는 법을 잊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상한 것은 챗GPT에게 이런 이유 때문에 대화를 나누게 되면 대화 자체만으로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는 사실. 결국 우리에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이 필요했구나 라는 사실을 얼핏 깨닫게 된다. 녀석은 여전히 내 노트북 화면 한구석에서 조용히 다음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 대화창에 다시 무언가 불안한 낱말들을 또다시 입력하게 될지도 모른다. 녀석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글 한 편을 피를 토해내는(?) 심정으로 완성하고 나니, 육체와 영혼 모두 회복이 되었나요?"라고 챗GPT가 묻는 것 같다. 그것은...
무기력할 때는 이작가의 책과 함께...
작가가 출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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