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인간 '정철'에 반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카피라이터 '정철'이 갖고 있는 사람다운 냄새에 취했다. 그의 짧은 카피 속에는 긴 인생을 살아오며 견고히 구축한 '고뇌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며 웃으며 아하! 무릎을 탁하고 치며 감탄했던 광고 '카피'의 탄생과정이 그리도 오묘한 삶의 진리를 담고 있었다니 놀라을 뿐이었다.
나는 아래 김재동과 함께 찍은 사진들 속에서 '정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책을 처음에 받아 들고 의무적으로 읽어 내려갈 뿐이었는데, 사람 '정철'의 인간적인 면을 알게 되고 '카피책'이 다른 느낌, 같은 공간 속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와 같은 생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음에 마치 오래된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을 길고 자세하게 풀어쓰는 것보다, 한 줄 아니 단 몇 마디 문장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라이터! 매력적인 직업이다. 내 직업은 카피라이터와 전혀 관계없지만, 업무들의 내용을 핵심적으로 압축해서 전달한다는 점에서 '카피'의 맥락과 닿아있었다. 압축이라는 본질에서 늘 부담감을 품고 살았으니.
개발 소스코드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능력, 개발한 제품의 프레젠테이션 시 고객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강렬한 제목, 사업계획서 작성 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적인 요약, 온라인에서 글 작성 시 내가 쓴 글을 더욱 빛나게 하고 가슴에 와 닿게하는 제목과 해시태그들.. 나의 일상은 '카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었다.
카피? 카피라이터?
이 책을 엄밀히 말한다면 또 하나의 '글쓰기 열풍을 대변하는 현상이 아닌가?'라고 진단하고 싶었다. 카피라이터는 기업의 제품 광고, 신문, 홍보, 칼럼 등의 깊고 구체적인 내용을 짧은 몇 마디로 압축하여 요약하는 작업, 바로 핵심적인 '문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철'은 30년 차의 카피라이터로서, 새벽 3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연필 드는 시간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노무현의 자전거를 그리워하며 - 나 역시 인간 노무현과 그의 자전거를 사랑한다. - 글을 쓰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정철은 내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카피의 교본
정철이 이번에 새롭게 펴낸 '카피책'은 그가 몸담은 30년 동안의 카피라이터 인생을 압축한 하나의 카피라이터 '철학서'이자 그의 노하우를 고백한 카피의 '교본'이다. 어쩌면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한 고수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정정당당? 아니 흉내내고 싶으면 어디 한 번 따라 해 봐라!' 라며 오래된 노하우마저 밝힌다.
그가 3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살며 구축한 노하우와 '카피라이터' 삶 속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전달하고자 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굳이 직업적인 카피라이터가 아니더라도 일상은 '카피'의 세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수 많은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잘 쓰려면 세상과 사물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고, 대상의 감정으로 동화할 수 있는 몰입이 필요하다. '카피'의 과정은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카피 : 구체성
카피는 일반 글쓰기처럼, 평범한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다면 필패다. 사람들에게 감응을 일으키려면,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문구들을 사용하거나 애매한 느낌을 주어서는 결코 안된다. 식상한 문구를 사용해서도 안되며 '한 마디의 문장만으로도 소비자에게 생각을 남길 수 있는 여운'을 전달해야 한다.
카피 : 낯설게 하라
낯선 단어의 조합, 어울리지 않는 것의 조합,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통할 것 같지 않는 '희한한 글쓰기가 통하는 곳이 카피의 세계'이다. 평범한 글쓰기 조합에서 잠시 벗어나, 낯설고 불편한 조합을 만들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탄생된다. 이것이 낯설게 대상을 바라보고 말들을 조합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카피' 생산 과정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만나 신세계를 창조한다. 기괴한 느낌을 주는 단어의 조합이 고객의 구미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카피 : 쉬워야 한다.
글을 쓸 때, 짧게 써야 한다는 개념은 알고 있었지만, 때로 한 문장이 숨 쉴 틈도 없이 늘어지는 경향도 있었다. '정철'은 광고 본문에 해당하는 '바디 카피'를 쓸 때, 흥미, 통일, 단순, 강조, 설득을 강조한다. '읽는 사람이 읽기 쉬워야 한다.' 짧은 글을 써야 함을 강조한다.
짧은 글 쓰기는, 다른 글쓰기 책에서도 유난히 강조한 부분이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긴 문장을 습관적으로 사용했다. 짧게 끊어 쓰는 일은 바디 카피뿐만 아니라, 수필, 기사, 연설문 모두에 필요하다. 쉽다는 것의 의미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
장난쳐라
'말장난', 재미를 주면서도 의미가 가볍지 않은 글을 써야 한다. 사람은 늘 유머와 위트로 숨 쉬며 살아야 한다. 유쾌하지 않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상상의 글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평상시 생활에서 장난치듯 명랑하게 살다 보면, 진지한 일상을 반영한 재치 있으면서도 진중한 '카피'가 탄생될 것이다. 그리고 말장난의 원천적인 소재는 '국어사전'에서 온다. 그리고 '역순사전'을 적극 활용하라.
반복하고 나열하라
우리의 삶은 많은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 갇혀 있다. 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어떻게 정보를 가공해야 할지, 수집된 정보가 쓰레기인지 안테나를 곧게 세우고 정보들을 필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카피 작업에는 반복과 나열함이 현실과 다르게 작용하는 때가 많다. 반복하라는 것이 쓸데없이 길게 쓰라는 의미가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반복되는 음률 같은 글을 써야 한다. 카피라이터는 자신의 글에 철학과 인생의 욕심을 녹여 넣는 사람이다.
너무 많은 생각
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경쟁
너무 많은 승리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유혹
너무 많은 생산
너무 많은 소비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
지구를 힘들게 하는 것들
꼭 필요한 것만
꼭 필요한 만큼
LIVE SIMPLY, 파타고니아
카피라이터는 말을 채집하는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는 세상에 존재하는 말을 수집하여 '카피'라는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는 사람이다. '카피를 쓴 다음엔 그곳에서 군더더기를 찾아 걷어 내라.'에서 깨닫듯이, 주워 담은 '말'바구니에 맛 좋은 예쁜 열매만 가득 차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상하거나 안 좋은 열매를 솎아내는 작업' 그것이 카피라이터가 평생 동안 해야 할 숙명일지 모른다.
'정철'은 노무현을 사랑한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는 '노무현'과 관련되어있는 카피들을 수 없이 창조했다. 노무현과 함께하는 인생 동안 자신을 변화시킨 노무현에게 빚을 졌음을 그가 만들어낸 자식과 같은 '카피'에서 느낄 수 있었다. 노무현은 그를 바꿨지만, 그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카피로 만들어 간다.
5월은 노무현 입니다.
인생을 '카피'해 비교해본다면 어떨까? 인생은 끝없이 나를 발견하는 성찰의 과정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관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갈고 다듬는 작업이 끊임없이 지속된다. 그 흐름에서 자신의 대표적인 모습을 찾는 것, 자신을 완성하는 작업!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카피'의 작업이 아닐까? 카피는 나의 생각과 고뇌의 발걸음을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얻는 길이다.
많이 쓰다 보면 '잘' 쓸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듯이, '카피'라는 범주만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글을 쓴다는 큰 범주에서 생각했을 때, 우리는 저자의 경험들과 인생의 교훈들 속에서 내 안에 숨은 '카피'를 발굴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라 믿어본다.
인생 '카피'를 각자 만들어 봅시다!!
내가 주목하는 그의 카피속 이야기들
P. 117 찾아라. 카피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그리고 눈으로 써라
P. 146 공감과 동의가 받쳐줄수록 단정적인 카피에 힘이 실립니다.
P. 158 헤드라인이 엉뚱할수록, 똥 딴지 같을수록, 말이 안 될수록 소비자 시선은 그 광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P. 168 힘 있는 단어를 선점하려면 그 단어에 집착해야 합니다.
P. 212 사람이 카피를 쓰고 사람이 카피를 읽습니다. 이 절대 원칙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람은 가장 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마음을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는 주제와 소재일 것입니다.
P. 225 카피 중에서도 어떤 카피 먼저냐고 묻는다면 슬로건 먼저라 대답합니다.
P. 258 겁을 주자
P. 266 아트라이터가 돼라. 카피와 그에 맞는 비주얼을 찾으라.
P.292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며, 당연하지 않은 시도를 통해 당연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역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