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an 03. 2017

평범하게 살고 싶다.

나를 결산한다.

사라지는 기억들……


지나간 2016년을 결산하려니,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연식이 오래되어서 그런가? 이것저것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삐거덕 거리기 시작하는데, 내면을 지탱하는 정신은 든든하길 바라고 있다. 지나간 일들을 차츰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과거보다 현재에 의미를 두고 싶어 하는 내면의 정화작용 탓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비교적 뒤섞여있었는데, 내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방법으로 괴로운 기억들을 먼저 삭제했을 것이다. 흩어져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 주워본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평범함 속에 늘 갇혀있었지만 솟구치는 파도처럼 출렁이고 싶어서 몸부림을 친 순간도 있었다. 그 몸부림 덕분인지 목표했던 한계선 - 업무실적, 브런치 금상 수상 - 을 미약하게나마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렁임은 순간이었고, 일상은 무섭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목적을 간신히 달성했지만, 이전과 이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서 깊은 허무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깊은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를 버틴다.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에너지는 사소한 일상의 행복에서 나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짠하고 인생이 확 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제까지는 모두 예행연습이었고 지금 리셋하는 순간부터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신선할까? 굳이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지 않아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는 것이라면 조급함 따위는 거둬버릴 수 있겠지. 하지만, 시간은 유한하고 마음은 미래를 향하여 뛰쳐나가려 하지만, 몸은 뒤에서 신발 끈을 여전히 묶고 있다.


다시 꿈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을까? 내가 걸어온 길은 짧기만 한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수없이 많은 길에서 사람을 만났고, 함께 걸었고, 흔적을 남겼고, 때로 잃었다. 직장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때론 시간을 갉아먹는 유령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 아닌가? 직장에서의 삶을 깎아내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흠집을 남기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다는 것은 타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들, 이를테면 현재를 구성하는 모든 불협화음과 협상하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살았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을 완수하려고 했다.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 직장에서 리더의 역할 두 가지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나머지 자유시간은 미치도록 글을 쓰는데 할애했다.


인디라이터 전문가인 명로진 작가님과 연이 닿아 정식으로 글을 배우고 있다. 2년 동안 무작정 글을 썼다면, 이제는 채우지 못 했던 기본기를 다시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소중한 글 동무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하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예측하지 못하겠다. 다만 지금 주어진 현실에 몰입하고 싶다. 가정, 직장, 글 어느 것에도 뒤처지고 싶지 않다. 내년에 다시 한 해를 돌아볼 때는 조금 더 분명해진 이야기들을 이 공간에서 나누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나를 성장시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