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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an 19. 2017

호주 시드니 : 토브록 농장 체험기

나는 시드니에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나그네였다

햇살이 가득히 내리쬐는 날, 시드니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태양과 후끈후끈한 기운으로 나를 반겼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한 후, 숨 쉴 틈도 없이 바로 버스에 올랐다. 나는 그저 흔한 관광객 중 하나였다. 피곤에 지친 나는 곧바로 잠에 빠졌다. 나는 관광객의 신분으로 시드니를 찾았지만, 우습게도 잠을 먼저 원하고 있었다.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던져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매일 보고 듣는 것은 나에게 피로를 안긴다. 삭막한 건물, 오염된 먼지에 둘러싸인 도시의 삶은 나를 지치고 숨 막히게 한다. 가끔은 도시로부터 한 발짝 벗어나 가벼운 바람을 맞고 싶었다. 시드니는 거대한 도시의 얼굴로 나를 환대했다. 옅은 잠 속에 빠지면서도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진기한 광경에 취했다.

몇 시간을 달려 시드니 외곽, 한적한 농장에 도착했다. 작은 농장은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했다. 농장의 하늘은 맑았고 들판은 푸르렀다. 몇 그루의 나무는 푸른색의 멋을 뽐냈다. 무거운 다리를 연녹색의 들판에 내딛는 순간, 나는 도시의 삶을 잊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분위기를 살폈다. 파란 빛깔은 높은 곳에서 구름과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차분한 발걸음을 옮겼다. 과년한 여자 목동이 농장 귀퉁이에서 양 떼를 몰고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는 목동의 지시에 따라서 양 떼를 이리저리 몰았다. 양 떼를 몰기 위한 훈육의 과정인 듯했다. 양들은 좁은 곳에 갇혀있었다. 강아지는 쉴 새 없이 양들의 등을 밟으며 앞으로 앞으로 방향을 리드했다.


여자 목동은 우리를 농장 안으로 인도했다. 그곳에서는 양털 깎이 쇼가 펼쳐졌다. 목동은 무거운 양 한 마리를 부둥켜안은 채 힘겹게 털을 깎았다. 두꺼운 옷을 벗는 양이 처량해 보였다. TV에서 가끔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벗겨진 양털을 만져보았다. 몇 조각의 털은 부피가 있었고 그만의 공간감이 있었다. 양모 이불을 살 것 같은 미래가 잠시 그려졌다가 사라졌다.


본격적인 목동 - 아까 그 여자 목동 - 의 체험이 시작됐다. 목동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부메랑을 날렸고,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 끝에 화약을 발라놓았기 때문에 바닥과 충돌할 때 강렬한 소리가 났다. 손목 힘을 이용하여 스냅을 제대로 가해야 소리가 난다. 나는 이쪽에 체질이 맞나 보다. 한두 번 해보고 나서 바닥에 휘둘러보니 부딪힐 때마다 딱딱 제대로 소리가 났다. 몇 번의 둔탁한 충격음을 들은 후에 나는, 다른 사람의 분위기를 살폈다. 일행은 채찍을 바닥에 있는 힘껏 찍었지만, 가벼운 솜털 같은 소리만 날 뿐이었다.



자리를 옮겨 아웃백 식사를 받았다. 접시에 몇 가지 음식을 담아줬다. 시드니에서 첫 번째로 맞는 식사다. 스테이크가 약간 탔지만, 본 거장에서 맛보게 되는 혀의 감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파리가 너무 많았다. 내 음식을 탐하는 파리가 미웠다.



시간은 재빨리 지나갔다. 프로그램은 예정된 채로 갈 길 바쁜 관광객의 발걸음을 따라 흘러갔다. 나는 그저 움직임에 몸을 맡기면 되었다. 그곳에 있던 나는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나그네일 뿐이었다. 시간은 반나절을 지나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관심 없이 가이드가 지시하는 대로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냈다. 무감각적인 시간은 그렇게 과거로 흘러갔다. 다만 그곳에는 바쁜 시간을 정지된 장면으로 압축하려는 낯선 남자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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