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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y 20. 2018

중국 청도 출장 - 1

양꼬치엔 칭다오

  중국이란 나라를 처음 찾게 되었다. 커다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내가 찾은 곳은, 한국에서는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청도다. 인천 공항에서 청도까지는 비행기로 약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약 500킬로미터 정도 황해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체감상 제주도 가는 느낌이다. 그냥 마음 편하게 다녀오면 될 듯한 거리다.


  

  인천 공항 가는 길, 온갖 모양의 비가 오락가락한다. 엄청난 빗줄기가 땅바닥을 뚫어버릴 듯한 기세로 폭주하더니 난데없이 해가 쨍쨍하게 비치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진다. 고속도로 여러 군데에 곰팡이 같은 여드름이 터진 듯 구멍이 슝슝 패어있었다. 어제 랩걸에서 읽었던 한 에피소드가 갑자기 기억났다. 작가인 호프 자런과 그의 친구 빌, 그리고 학부생 두 명은 학회 발표를 위한 여정에 나섰다. 시급을 다투던 그들은 고속도로에서 로드 무비를 찍다 차가 미끄러져 그만 전복되는 사고를 맞았다. 물론 사고를 당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정신을 다시 수습하고 무사히 발표를 마치게 되지만, 나는 빗 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미끄러지는 상상을 하게된 덕분인지 벨트만 공연히 더 꽉 붙든다.

  우리는 다행히 도로에서 전복당할 위기를 넘기고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이거 예상외로 규모가 작다. 이거 도대체 기종이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보잉 747은 설마 아닐 거야. 양팔을 벌리면 한쪽 끝에서 반대쪽까지 팔이 닿을 듯한 기세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중국 쪽에 난기류가 심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사이즈가 작으면 더 심하게 흔들리는 게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통신 장비를 꺼두라는 스튜어디스의 따뜻한 멘트가 나에게는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라는 경고 신호로 들린다. 아내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고개를 서서히 돌려보니 바로 얼굴 옆에 주 엔진까지 보인다. 맙소사, 저 막심한 소음까지 다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눈이나 감는다. 공항이 혼잡하여 이륙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기장의 속삭임이 들린다.


  엔터테인먼트라도 즐겨보는 것이 이 상황을 타개하는 좋은 방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이륙까지 지연된 시간 20분, 비행시간 약 한 시간, 청도 공항에 착륙하기까지 공중에서 몇 바퀴 선회하는 데 드는 시간 약 20분, 그래 이 정도라면 블랙 펜서 한 편보고 라면 끓여먹을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스튜어디스에게 영화가 끝날 때쯤 신라면 블랙 곱빼기를 하나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블랙 펜서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가지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그것은 시어머니 잔소리하듯이 끼어드는 기장의 친절한 멘트와 엑센트만 들어도 짜증 나는 중국어 실시간 번역기의 작동이었다. 그래 그것은 오작동이 분명했다. 적당히 실수도 해야 허술한 인간이 아닌가. 스피커에서 튀어나오는 말투는 너무 기계적이고 상투적이었다. 터뷸런스가 예상된다는 말, 기내의 면세품울 소개한다는 말, 또 좌석 벨트를 꼭 매라는 말, 도대체 우리 엄마도 아니고 뭔 잔소리를 그리 한단 말인가. 결국 블랙 펜서를 보기 위한 내 계산은 어긋나고 만다. 영화 30분 이상을 남겨두고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한다. 빨리 돌리기로 나머지 30분을 돌리는데, 인과 관계도 없는 장면이 누더기처럼 지나가는데 스토리를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보기로 한다.   


 

 무사히 착륙한다. 랜딩 기어가 활주로에 닿는데 신체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바닥에 끌리는 비행기의 하중을 내 몸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그래도 오늘도 살았다.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입국 심사를 받는데, 이거 공산주의 국가는 좀 무섭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모두 험악하다. 뭔 인상을 그리 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여권을 패대기치고 종이를 휙 던지고 암튼 무섭다. 4개 손가락의 지문을 인식하고 엑스레이 검색대를 또 통과하고 중국의 첫 발자욱을 드디어 내민다. 바로 업무 시작이다. 벤에 올라타고 우리는 고객과의 미팅을 위한 자리로 이동한다. 한국과 비슷한 공기가 주변에 가득 차있다. 간판이 중국어로 되어있다는 것, 외제차가 꽤 많다는 것 빼고는 한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내가 중국에 온 건지 분간이 잘 안된다. 벤에 오르며 나는 생각한다. 양꼬치엔 칭다오, 꼬치는 언제 먹으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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