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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16. 2017

글쓰기의 진기한 체험

환절기에 몸이 바닥나버리다.

해마다 이맘때, 환절기가 되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불쑥 찾아온다. 

목이 칼칼해져 침 삼키는 것도 힘들어지고 머리도 아프고 

몸이 그만 바닥상태로 꺼져버리는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올봄은 그냥 어물쩍 넘어가는구나 싶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정직한 몸의 반응이랄까... 

계절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비루한 몸의 발악이랄까... 

일요일 아침, 눈을 뜨는데, 마음이 상쾌하지 않은 것이 

몸을 바윗덩어리가 찍어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올해 들어 최악의 아침을 맞는 것 같았다. 

할 일이 줄을 지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지금 아파서 될 일이 아니라고 걱정이 앞섰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이 따라주면 참 좋겠는데, 

서로 엇박자로 가고 있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목에 적셔주었다.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보이지는 않아도 보드랍게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하면 불편한 느낌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아픈 것들을 좀 밀어내주지 않을까, 싶은 작은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상황에 반전이 일어났다. 

몸은 무거워져서 거동이 쉽지 않은데, 

마음은 차분해진 것이 펜이라도 하나 잡으면 그 무엇의 글쓰기도 가능할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은 때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까? 

차분하게 마음이 진정된 기분이 들어 

바로 노트와 펜들 들고 묵혔던 글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빠져들면 들수록 마음은 더 정갈하게 매무새를 차렸고, 

몸은 믿음직한 마음에게 의지하였다. 

좋지 않았던 상태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정지되었을까? 

아팠던 것도 잊게 하는 '글쓰기의 힘'은 이런 걸까? 

진기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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