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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30. 2017

미세먼지 주의보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최악의 미세먼지를 뒤집어쓴 서울의 아침......

외출을 자제하라는 뉴스의 자막이 눈에 뜨인다.


"오늘 회사 안 가도 되는 건가?" 가끔은 꾀병을 부리고 싶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티비를 바라본다.

현실성 없는 멘트를 날리는 사무적인 앵커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희뿌연 먼지 더미 속으로 뛰어든다.


"아뿔싸! 마스크를 못 챙겼네......"


내 얼굴이 썩는 것 같다.

헛기침을 연신 뱉어낸다.

더러운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콧속에서 시커먼 것들이 들락날락 거린다.


"지금 무방비 상태인데 큰일이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나?

아예 숨이라도 쉬지 말걸 그랬나?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어릴 적 부르던 동요 하나가 떠오른다.

더 이상 우리가 찾는 깨끗한 나라는 없다.

하얀색이 파란색을 차지했다.

아파트도 하얗고, 도로도 하얗고

한강 다리도 하얗고 강물도 하얗게 변했다.

깨끗한 것들을 덮어 버리는 순백색의 가루들......

순도 100%의 불순물이 온 천지를 덮는다.

내 몸도 하얗게 그리고 창백하게.....


동심의 세계도 잠시뿐, 꿈 속에서 깨어난다. 


출근이 시작되고 또 다른 나로 변해야 할 때 

눈을 가리고 마음을 가리는 것보다 

차라리 코를 가리고 입을 가리는 것이 쉽다고......

미세먼지 따위야 아무렇지도 않다고..


마지막 주문을 건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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