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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14. 2017

자기 자신과 펼치는 경쟁

남보다는 나를 이긴다.

고객사에서 악전고투(惡戰苦鬪)를 펼치고 있다.
평소에 내가 쓰지 않던 느린 컴퓨터
부산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공간
조금은 어색해서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
내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감시자의 시선들……

새로운 것은 대체로 나를 흥분시키지만
자꾸 마음속에서 울컥 불편한 맛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내가 있어서는 안될 곳에 있는 것 같다.
하기 싫은 것들도 해내야만 하는 의무감 탓일까.
해결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탓일까.
그냥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서걱댄다.

나를 포위하고 있는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주변인의 눈빛은 까칠하기만 하다.
늘 사용하던 도구를 사용할 수 없는 인터넷조차 차단된 상태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순수한 기억력 뿐이다.
그 어느 것에도 기댈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은
나를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더 작게 만든다.

누구도 거들어줄 수 없고 대신해줄 수도 없다.
고독만이 전부인 이곳
멀리 떨어진 섬과 같은 곳에서 외롭게 사투하고 있지만
원하는 목표에 가까이 왔다고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일은 나에게 승리감을 맛보게 하는데
생각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무아지경으로 빠져들 때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이기려는 것은 무엇일까.
어려운 숙제를 겨우 풀어서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투자한 시간만큼의 노력들과
이루어낸 결과에 대하여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일이란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성취감이며
도움 없이 혼자 거둔 보람인데
시선은 다른 사람의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에 쏠렸고
남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누군가를 제치고 올라서려 했다.
'일은 경쟁이다'라는 공식을 믿고 산건 아니었을까

경쟁은 또 다른 나와 하는 것이며
남들과 겨루며 누군가는 살고 죽어야 하는 게임이 아닌
나를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다.
최진석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부족한지 더 나은지를 따지지 마십시오.
오직 자기 자신과 경쟁하십시오."


경쟁은 자기 자신과 펼치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나아지겠다며 경쟁하려 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여 달라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그 과정에서 내가 조명을 독차지하고
승자의 감정을 누린다 하여도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경쟁은 또 다른 새로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을 반복하게 한다.
그것은 나를 지치게 하고 어둡게 한다.

나를 밝게 만드는 것은
일하기 편하고 쾌적한 환경도 아니며
내가 부릴 수 있는 사람의 숫자도 아니며
내 모자람을 보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들도 아니다.
나는 나로서 존재를 증명하고
어제의 나를 극복하기 위해
어제의 굳은 생각에서 떠나기 위 오늘을 산다.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생각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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