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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pr 28. 2017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도 고맙다!

시원한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돌아왔다.
회사 건물 내, 경쟁적으로 생겨난 커피전문점에서 취향에 따라
천원 주고 사 먹는 커피가 부담도 없고 양도 많아 나쁘진 않지만
가끔은 돈을 가볍게 흘려버리는 것 같아 천 원도 아까울 때가 있다.

회사 탕비실에는 원두커피 머신이 두 대 있다.
커피 머신에 싱싱한 원두만 제때 공급할 수 있다면
편하게 자리에 앉아 휘파람을 불며 
365일 전자동으로 고소한 커피를 무한으로 내려 먹을 수 있다.

가끔은 천 원짜리 커피와 탕비실 머신이 내려주는 커피 사이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는데 선택에 문제가 있는 나는 그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뭐 딱히 고민할 거리도 아닌 일이기도 하다.
그럴 때는 사무실에서 직접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제조해 마시는데,
며칠간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다 발견해낸 쉬운 방법이 있다.
비법이라고까지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혼자서 고민하다 고안해낸 기술이니 그렇다고 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탕비실에 얼음 정수기가 들어서기 전에는
커피를 내린 다음 뜨거운 것을 냉동실에 오래 두었다가 
커피가 얼음으로 변신할 때쯤 꺼내서 마셨다.
다른 방법으로는,
종이컵으로 반컵 정도 커피를 내린 후에
냉동실에 얼려놓은 얼음을 폭탄처럼 들이부어 열기를 식혀 마셨다.
이 방법의 단점은 얼음을 쟁취하려는 경쟁자가 늘 득시글댄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얼마 전 들여놓은 '무한 얼음 공급기'(?)를 사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프로세스다.
최신의 얼음 정수기가 사무실에 포스를 드러낸 이후로 모든 수고스러움이 사라졌다.


내가 고안해 낸, 별스럽지 않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빈 텀블러에 얼음을 꽉 찰 정도로 채운다.
그다음 커피 머신에서 'Extra Strong Taste'로 가장 진한 세팅을 한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커피가 흘러내리며
꼭대기의 얼음부터 녹아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이때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한 개의 얼음만 집중적으로 
녹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머그컵을 살살 돌려주는 일이다.
그렇게 머그컵을 수동으로 회전시키다 보면,
위의 얼음은 뜨거운 커피와 함께 생을 다하고
아래의 얼음은 살아남아 서늘해진 커피를 맞이한다.
그리고 완성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면 된다.
참 쉽지 않은가?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한 후,
무료한 하루를 특별하게 시작해보려는 나만의 아이디어였다.
어쩌면 남들에겐 굉장히 무의미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커피는 이제 나에게 분리할 수 없는 친구다.

나와 같은 직장인에게 하루는 커피와 함께 시작한다.
커피 없이는 업무에 몰입할 수 없으며 시작조차 선포할 수 없다.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버티기 위하여
억지로 쥐어짜낸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래도 커피 덕택에 나는 오늘 하루도 넘길 수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늘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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