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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Feb 05. 2016

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나를, 의심한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나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풍의 '산문집'을 즐겨 읽는 편이다. 피천득 선생의 고고하면서도 천연히 아름다운 문체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경험과 적당한 상상이 버물어진 산문 속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드는 편이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지만, 산문은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남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은 나와 같은 한국사람에게 산문집 속의 이야기는 합법적으로 남의 사생활을 들춰보거나 작가의 내면적인 성향과 생각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산문집을 즐겨 읽곤 한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서점에 들렀다. 원래 계획상 구매하려던 책들이 있었는데, 발길이 자꾸만 베스트셀러 쪽으로 향했고,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꼼꼼하게 배치된 책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출판사 또는 서점의 마케팅 또는 판매 촉진을 위한 흔한 상술일 거라 의심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넓지 않은 한 켠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 것일까? 궁금함이 더 컸다.
 


목록에 없었던 책 들 중, 덥석 제목에 이끌려 집어 온 책은 강세형 작가의 <나를의심한다>이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아무런 정보 없이, 진열대에 다수의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동구매했던 책이라, 내용이 부실하면 어쩔까  걱정했던 나의 마음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다! 어느 작가의 작품도 부실하다고 잣대를 들이대는 건 작가가 기록한 정성스러운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브런치>에 몇 줄 안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시간, 노력을 투입하는가? 하물며 작가를 직업으로 삼는 이가 한 줄, 두 줄 글을 써내려 가기 위해서 상상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양의 정열이 투입된 것인지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나는 본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 개발자다. 취미가 아닌 주업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작가가 글을 뽑아내는 창작의 고통만큼이나 인고의 시간과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열정, 노력의 시간을 요구한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강세형' 작가는 자는 동안 꿈속에서도 글을 생각하고 그리며, 자다가 벌떡 일어나 글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개발자도 유사한 경험을 한다. 나 역시 자다가 꿈속에서 소스 코드와 알고리즘이 떠올라 중간에 일어나서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코딩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글을 쓰는 작가와 개발자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고 할까?
 


<나를의심한다>는 작가 주변에서 일어난 주변 인들의 이야기, 또는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다양한 문체로 독자가 아주 읽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때로는 1인칭 시점에서 전지적인 작가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달하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소설같이  풀어쓰기도 한다.
 
<나를의심한다>가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는 단순한 1인칭의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작가는 시, 소설, 때로는 판타지와 같은 특이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굳이 예술적으로 화려하게 쓰지 않아도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기존의 형식에 제한을 받지 않고, 다채로운 방법으로 본인의 경험들을 재미있게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의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작가 또는 주변 지인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현재 나이가 정확히 몇 인지는 잘 모르지만, 젊은 시절에 경험했던, 아직은 늙지 않은 어린 마음으로 살아가고픈 솔직한 심정을 과거 속의 이야기로 기록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를의심한다> : 나는 40대이다. 현재 나의 모습을 의심하지 않으려면, 지나온 40년의 시간을 반추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내가 기록한 시간들은 정확히 현재의 나를 반영하고 있다. 사물을 의심 없이 바라보고, 남에게 틀린 말을 사실처럼 지껄이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 본다. 거짓을 전달하면서도 한 치의 의심과 부끄러움 없이 나를 미화시키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본다.

 작가가 쓴 몇 가지 글귀를 인용해본다


내가 그를 단단히 찍어 놓고 한쪽 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보지 않을 거야너의 장점 따윈 찾고 싶지 않아어쩌면 너는 내내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그래 봤자 내 마음만 미워질 뿐인데.”
 

마치 사람을 두고 얘기하는 것같이 들리지만, 위의 내용은 겨울을 싫어하는 작가가 겨울이 본래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했고, 들으려 하지 않았던 점들을 스스로 찾아내고 하는 말이다. 작가는 겨울을 두고 얘기했지만, 대상은 우리가 미워하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일 수도 있다. 이 사람은 어떨  것이다.라는 선입견으로 그 사람의 특성과 유형을 내 독단적인 생각만으로 단정 짓는 경우가 있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시각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만족을 모르는 인간인가 봐요어쩌면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왜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자꾸만 다른 꿈을 꾸는 걸까요?
 
이 부분의 대화 역시 공감이 되었다. 항상 부족하고 더 배워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만 하고 사는 나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되었다. 언제나 나보다 잘 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되기 위하여, 닮기 위하여 맹목적으로 따라 하며 살았다. 지금 내가 이루어놓은 결실이 언제 무너질까 두려워, 더 견고한 성을 쌓기 위해 또 다른 것을 배우고 익히며 사는 40대의 남자가 보였다.
 


그 시절에 행복했나하지만 역시 기억은 조작되고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어서그 시절이라고 힘든 일이 없었고 고민거리가 없었을 리 없다다만 그것은 이미 지나쳐 왔을 뿐지금의 힘듦이나 고민 또한 언젠가는 또 지나갈 것처럼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니깐.”
 
나의 20, 30대는 어땠을까 스스로 돌아본다. 아무 생각 없이 회사에 들어가서 닷컴 열풍 속에 대박을 꿈꿨고 지금도 미래의 대박을 꿈꾼다. 꿈이 있었던 젊은 시절을 굳이 미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밤을 새워 일하며 원하는 결실을 맺으며 환희와 열광 속에 나날을 보냈던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죽을 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단순한 생각 하나로 힘든 시절을 버텼다.
 
지금의 고달픈 하루도 먼 훗날 다시 돌아보게 될 때, 지나온 인생을 거짓으로 미화시키지 않고, 나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되돌아볼 수 있도록 미래를 꿈꿔 본다. 


사진 출처 : 플리커 이미지(C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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