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에 있어서 가장 불확실하며 떨리던 하루
AK 플라자 분당점에서 글쓰기 강연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살아서 이곳에서 다시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를 만큼
생애에 있어서 가장 불확실하며 떨리던 하루였습니다.
몽롱한 아침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나니 눈부신 아침 햇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루를 시작했는지 경황이 없었지만 흠뻑 빛에 샤워를 하고 정신을 겨우 차렸습니다.
강연이라는 것이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따랐지만
설렘의 감정이 먼저 앞질러갔습니다.
긍정적인 긴장감은 자신도 모를 힘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입니다.
긴장을 떨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연습 또 연습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도 바로 연습 아니었겠습니까?
매일 밤 12시 무렵 저는 지독한 벌레로 변신했습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 속의 주인공 그레고리처럼 말입니다.
아니 카프카처럼 현실을 잊기 위해 질긴 껍데기를 벗기 위해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살기 위함 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극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훌쩍 튀어오른 걸지도 모릅니다.
자꾸만 숨으려 하고 포기하려는 자아를 극복하기 위해 말입니다.
더듬이로 무언가를 자꾸 더듬었습니다.
건드려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찾아봐야죠.
죽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반복적인 훈련은 두려움조차 얼어붙게 합니다.
강연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궁리합니다.
욕심이 하나둘 자꾸만 가슴에 붙습니다.
잘하는 사람의 동영상도 보고 인사말도 만들어 봅니다.
요런 걸 넣어볼까, 이런 걸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평상시 습관이 그대로 배어 나옵니다.
욕심이죠. 잘나 보이고 싶은, 출세하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뭐 때로는 솔직하고 싶어요.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로서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은 그런 심정 아닐까요.
미지근하게 시작했다가 끝낼 수는 없죠.
화끈하게 불 한번 살러야하지 않겠습니까.
내 마음대로 기획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무대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강연에서 저는 주연이자 조연이었고 소품이었고 조명이었으며 또 이야기였습니다.
완벽하게 공간을 홀로 차지했습니다.
시뮬레이션-새로운 시도-아이디어를 조합했습니다.
무대공포증이라는 것이 막상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그리 섬뜩할 정도는 아니더군요.
다만 부족한 것들은 좀 배워서 채워야겠어요.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다시 취해서 다음번을 위해 다시 가야죠.
새로운 가능성을 캐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