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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23. 2017

GMV 전시회 참가 후기

모바일 앱 및 비콘 제품 출시

 전시회 지원을 나갔다. 지난번 오션월드에서 큰 이벤트를 진행한 이후 다시 우리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회사에서는 동원 가능한 물량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용을 쏟아붓는 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기획력이 뛰어나고 질적으로 우수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부족한 투자 때문에 실패하거나 동력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원하는 형태로 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받는 우리는 복받은 사람인 셈이다. 회사에서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젝트에 꾸준하게 투자를 해주고 있다. 

 프로젝트 팀에서 소비되는 인건비, 장비비, 특허비, 간접비, 이벤트 비용 등을 계산한다면 수십억 대의 투자가 이미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더 투자할 예정이라고 대표님은 강조한다.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비즈니스 하기 점점 힘든 환경이 되고 있다고 곡소리를 외치는 와중에도 회사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회사에서 투자되는 돈의 위력과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내 돈이 아니라고 하여 허투루 낭비해서는 안된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개발자, 기획, 디자이너, 영업, 각각의 파트가 책임감을 갖고 일에 임해야 하며 부족한 일손은 서로 도와야 조직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부족한 리소스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겠지, 이런 무사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조직에서 갖가지 이기주의와 정치싸움을 엿보게 된다. 개발 조직에서는 영업조직이 제품을 제대로 팔아주지 못한다 하여 불만이 쌓일 수도 있고, 영업조직에서는 원하는 기능이 제때 릴리스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디자인 조직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반할 만큼 멋지게 화면을 디자인해줬는데, 막상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뭐 그런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우리 팀에 기술력이 좀 부족한 건 아닌가?" 이런 말들이 우습잖게 튀어나온다.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시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서로의 영역을 모르다 보니 선무당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전문적인 능력을 고루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개발, 기획, 영업, 디자인, 마케팅, 홍보 등의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이끌어간다면 좋겠지만, 작은 회사에서 그러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역량이 되지 않는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고 프로젝트가 추진력 없이 정체되는 일이 다수 일어나기도 한다.


www.wezon.com

 

 우리 회사는 약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지난달에 제품을 출시했다. 이번에는 기업 시장이 아닌 일반 사용자를 고객으로 택했다. 우리가 출시한 제품은 사물인터넷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했고, 수십 차례 TF 팀과 브레인스토밍을 거쳤다. 부족한 인력을 보강했고, 하드웨어 양산을 위한 준비작업도 마쳤다.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위시켓을 통하여 모바일 개발 관련 외주업체를 선정했으나, 해당 업체는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회사에서는 추가적으로 비용을 투입하여 기간을 더 부여함과 동시에 업체의 책임을 면책시켜주기까지 했다. 어쩌면 우리가 많은 욕심을 낸 것일까, 겁 없이 돈만 보고 뛰어든 업체의 오판에 같이 휘말려버린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다.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완성되지 못한 결과물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해당 업체는 비콘이라는 블루투스 기기를 제어할 능력이 부족했다.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것이 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해당 모듈의 구현 상태는 처참한 정도의 수준이었다.

 우리 팀은 외주업체의 소스 코드를 인계받고 부족한 결과물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상태였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것이 쉬워 보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다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처음부터 개발을 한다는 건, 수천만 원의 비용을 그냥 공중에 날려버리는 행위였다. 우리 팀은 약 2달 동안 프로젝트에 밤낮없이 매달렸다. 택시 타고 귀가한 날이 수없이 많았다. 과로로 몸은 부서 질듯 듯했고, 개발팀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때로는 비난 때문에 마음은 너덜너덜해지기를 거듭했다. 하지만 우리는 죽어가는 자식을 소생시켜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우리는 힘들었지만 버텼고 늦긴 했어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제품 : 비콘(블루투스 기기)

 

 내가 회사에 합류한 이후로 줄곧 우리 팀은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 사실 사물인터넷(IoT)라는 용어가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낯설기만 한 용어이다. 사물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어떤 혁신을 일으켜줄지 혼란스럽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언론 매체와 대기업들을 선동질을 하고 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은 일반인에게 다가서지 못한 사물인터넷의 또 다른 유령일지도 모른다. 쏟아지는 정부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사물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봐도 적잖게 혼란스러웠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피커를 한번 이야기해보자.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피커 - 구글 홈, 카카오 미니 - 와 같은 사물인터넷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한 스피커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여 가정의 다른 전자제품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다. 관련 기술적 표준과 경험을 보유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달려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어서,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기억력을 보완하거나 인간의 복잡한 감성을 파악하여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AI 모듈은 실내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조절하여 인간이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 출근 시간에는 커피 머신을 제어하여 커피를 내려주고, 간단한 식사까지 준비한다. 
· 카카오톡과 같은 친숙한 대화형 서비스를 통하여 날씨정보를 비롯한 개인비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 날씨 - 미세먼지 - 에 따라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거나 닫히며 현관을 나서는 순간 비 예보가 있다면 우산을 챙길 것을 권유한다. 
· 주차장에 들어서면 스마트폰에 차량의 위치가 표시되고 자동으로 차량의 위치로 길을 안내한다. - 실내 위치 추적 서비스. 
· 차량 운행시, 교통 정보를 스마트폰에 푸시 해주고 막히지 않는 경로로 안내를 해준다. 
· 차량에 탑재된 사물인터넷 기기와 연동하여 졸음을 방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님과 영업 대표의 바이어 상담

 

 전시회 행사는 3일 동안 이어졌다. 수없이 많은 해외 바이어를 만났고 그들과의 진지한 상담이 이어졌다.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고 판매도 했다. 그 자리에서 개발자, 디자이너, 영업 간의 경계는 없었다. 특히 우리 연구소 개발자들의 활약이 펼쳐졌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때문에 개발 외에는 특별한 재능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은 오판이었다. 영업보다 더 고객과 긴밀한 만남을 가졌다. 


 관점에 따라 개발 인력이 제품의 홍보를 현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과연 역할에 맞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듣지 못하고 개발만 하는 것은 사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고객과 부딪히고 실제 사용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절차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무리 개발을 잘해도 사용자가 써주지 않는다면 그 제품은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 설명을 하고 있는 팀원들

 

 전시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얻은 것은 적지 않았다. 해야 할 일도 더 많아졌다.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버전도 준비해야 하며 그것에 따라 문구를 정리하여 번역 작업도 해야 한다. 많은 기능보다는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UI에 대한 필요성도 요구되었다. 몇 가지 추가해야 할 기능도, 점검해야 할 보완사항도 도출이 되었다. 


 힘들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무리한 일정에 지친 팀원도 발생했다.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그들을 리딩 해야 하는 나의 책임감도 같이 늘어났다. 몇 개월간의 시행착오와 충돌을 통해서 프로젝트 팀은 많은 경험을 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을 서비스 레벨로 올리는 개발-실험-보완-서비스 레벨의 구현이 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것에는 수많은 실패와 반복이 요구된다. 이제는 실패가 쌓이고 쌓여 우리에게 단단한 근육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은 경험하지 못하면 절대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는 소중한 '축적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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