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다 : 포기

저항하라.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오마하 비치' 상륙 Scene에서는 해변을 장악하려는 연합군과 그곳을 사수하려는 독일군과의 생사를 건 싸움이 펼쳐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지금까지 제작된 그 어떠한 영화의 전투 장면보다 더 사실적으로 현장을 묘사했다. 그곳에서 두려움은 용서되지 않았다.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앞으로 앞으로 전진뿐이었다. 숨거나 뒤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사실, 어느 편이 정의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순간에 있어서 어느 편이 정의가 될 것인지, 불의가 될 것인지는 승리자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다. 전쟁에 마침표를 찍는 영웅이 되는 것보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으리라……


3022414417_463061e4a9_o.jpg?type=w966 너무나 평화로운 Omaha Beach, Normandy


MG-42의 총알이 난무하는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싸워야 하는 의미를 어떻게 찾겠는가. 동료가 피떡이 되어 나뒹구는 상황에서 어떤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싸워야 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 단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절함 앞에서 그들은 이미 시체 그 자체였다. 전쟁은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지만, 나는 또 다른 형태의 전쟁 중이다. 때로 삶은 영화보다 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라 한다. 나는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았는가? 어쩌면 나는 밀러 - 톰 행크스 - 대위이고, 꼭 구해야 할 라이언 - 맷 데이먼 - 일병일지도 모른다. 나는 현실에서 버티기 위해 '긍정의 힘'에 취해 살았는데 꼭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모순된 현실에서도 꾸역꾸역 살아남아 승자의 노래를 불러야 할까. 부조리에 침묵하며 바른 말 한마디 내밀지 못하는 나의 비겁함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주어진 상황에 무조건 긍정하는 묵묵함만이 내가 강해지고 살아남는 비결일까.


목숨이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를 내밀어야 하는 것인가. 열심히 달렸고, 지금도 쉬지 않고 또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욕망을 불태우고 있는 지금, 가끔 찾아오는 텅 빈 마음은 왜일까. 이 사회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의지조차 때론 무너진다. 내가 속한 사회, 직장, 사랑하는 가족. 그 안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버리고 버려도 또 채우고 싶은 내면의 배고픔은 이어진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MG42)


가끔 나에게 빈틈이 찾아왔을 때 또 다음 단계를 대비해야 하는 현실, 척박한 내일을 위해 버티는 것이 전부라는 사실이 무섭다. 밀란 쿤데라가 얘기한 것처럼, 이 세계는 농담일지도 모른다. 현재가 최선이며 주어진 선택이 전부라 의심하지 않는, 착각이라는 농담 속에 묻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냥 포기하면 편해. 아무것도 하지 마"

누군가의 농담 한마디가 진담처럼 새겨진다. 그럴듯하다. 포기하고 가만히 있으면 실패할 두려움도 없겠지. 다만 건너편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려볼 기회도 갖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무지를 낳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평온한 삶이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저녁엔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시간을 맞이하는 삶. 그 소소한 삶이 내가 원하는 전부다. 평온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 흘려야 할 피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라는, 노병의 외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내일은 단지 오늘과 숫자가 다른 날일 뿐이야'라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가슴을 메마르게 하지만, 나는 무한한 반복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라는 말을 다시 새겨본다. 지금의 내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나는 그것을 무의미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삶의 의미를 찾는 건 유한한 삶 속에서 찾아야 할 영원한 숙제인 셈인데, 내일이 오늘의 하루와 그리 다르지 않더라도 나는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를 찾고 싶다.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하여 그 굴레 속에 머물러 있지 말고, 끝까지 저항하여 또 다른 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래서 조르바의 말들에 그토록 심취했던 걸까.


저항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필연을 극복하여 외부적 법칙을 영혼의 내부적 법칙으로 환치시키고 존재하는 것을 깡그리 부정하고 자기 정신의 법칙에 따른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긍지에 찬 돈키호테적 반동이 아닐까! 이것은 결국 자연의 비인간적인 법칙을 반대하고 지금 존재하는 것보다 더 순수하고 우수하고 도덕적인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행위가 아닐까?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생존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총알이 빗발치던 전장에서 어떻게 저항하여 자유를 얻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희망의 카드를 계속 찾아야 한다. 불확실한 삶 때문에 미래에 대하여 어두운 전망을 내어놓을 때에도 나는 가능성을 찾는다. 나의 꿈을 찾기 위한 길에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y-lyqc0ZDCA



http://www.yes24.com/24/GOODS/4183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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