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
길을 걷다 보면 가끔 가슴이 철렁 내려않습니다. 나는 부정맥에 걸린 사람처럼, 술에 취한 사람처럼 흔들거립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그러한 일들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불쑥 치밀어 오르는 삶의 회의와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풍경을 상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질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근원적 질문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저를 괴롭힙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요.
직장에서 모바일 앱을 한참 개발하고 있습니다. 앱의 정체성에 관하여 때로 팀원들과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분명한 방향을 찾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힙니다. 처음에 품었던 계획도 시간이 점차 쌓여갈수록 선명했던 의미에서 점차 멀리 떨어집니다. 인간은 자꾸만 잃어버리고 살기 때문에 원하는 그림을 매일매일 곱씹어야 하고 가치를 끊임없이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로부터 와서 현재 어디에 있으며 한계는 어디인지,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개발하고 있는 앱의 정체성에 분명한 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우리 앱을 반겨 하지 않을 겁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미래는 현재의 정체성을 통하여 그릴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핸디'는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 했습니다.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남들과 구별하여 내세울 수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발굴하여 내 자아에 맞도록 고치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 강조했습니다.
가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무엇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어디를 보고 계신가요?
앞만 쭉 보고 있었어요.
잃어버린 것은 혹시 없나요?
잔뜩 가지고 있는걸요.
얼마나 가지고 계시나요?
무거워서 벅찰 정도에요.
아니 그건 당신께 분명한가요?
이것은 지금 나에게서 뻗어있어요.
당신이 아닌 것에 의지하고 계시네요
나는 이것에 휘둘리지 않아요
어떻게요?
나는 언제든 이것을 버릴 수 있어요.
어떻게요?
네, 나는 날아갈 듯 가벼워질 수 있어요.
무엇을요?
삶과 죽음의 경계를요. 나는 그 맛을 구별할 수 있어요.
그래서요?
그 끝에 나만의 정체성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누구랑요?
옆에 서 있는 사람 안 보이세요?
누구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요.
아무도 없는걸요?
아까부터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없는데요.
어떡하죠. 어딘가에서 그 사람을 잃어버렸나 봐요.
그래요?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그 사람 꼭 찾고 다시 올게요.
그렇습니다. 부디 당신의 길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는 어떤 방향을 찾기 위해 지금도 방황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무수히 많은 길에서 충돌하고 쓰러지며 멀리 시간을 돌아가서라도 한 사람은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흔들리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시간도 제자리에서 당신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너무 조급하게 달려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정답이라는 것이 내가 반드시 찾겠다 하여 쉽게 얻어지지는 않더군요. 조급함은 당신을 체하게 할 겁니다. 조금 늦더라도 지금 필요한 것은 정체성을 찾는 일입니다. 나의 재능을 찾는 것입니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내면에 점차 각인되는 하나의 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