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플랫폼에 대한 나의 단상

달라진 것은 없다.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작년의 브런치북 #3


작년 이맘때, 브런치북 #3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받았다.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고 두 번째 만에 얻은 쾌거였다. 첫 번째가 무작정 부딪혀 본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세심한 기획을 거쳤다. 나는 프로그래머다. 코딩을 하기 전에 먼저 설계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는가. 글이란 세상에서 기획은 프로그래밍 세상의 설계와 비슷하다.

브런치북에 참여하는 방법은 매거진에 "브런치북"이라는 태그를 달면 끝이다. 매거진을 중복하여 응모할 수도 있다. 다만 매거진마다 15가지 이상의 글이 등록되어있어야 한다. 분량이 많다면 출간에 도움이 된다. 한 달이라는 기간을 두고 매거진의 방향을 설정했다. 매거진의 제목, 글의 분량, 내용을 정했고, 소제목까지 정했다. 약 50편 정도의 글을 쓰고 발행했다. 퇴근하고 약 2~3시간 동안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엄청난 몰입이었다. 가용한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 실패를 맛보았기에,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현 상태를 시험한다고 생각했다. 한 번쯤은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차원이었다.


브런치북 #3을 준비할 때, #2까지 수상한 글들을 분석했다.


· 기존 에디터나 작가에게 가점을 부여한다. (조금 덜 알려진…… 그 사람들이 훈련이 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출간 경험이 있는 작가의 글을 선호한다.
· 수상한 작가 중에서 유명한 작가가 있었다.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였다.)
· 브런치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의 꿈을 꼭 주목하지 않는다. (현실은 냉정하다.)
·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에서 인정을 받고 와야 대접을 받는다.
·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가는 에세이 류를 주로 선택한다. (감동 코드가 있어야 한다.)
· 정보성 글을 선호한다.(인문학, 전문 분야)
· 출간이라는 것에 있어서 출판사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브런치도 마찬가지)
· 브런치에서 환영받는 글은 여행, 요리, 사진, 일러스트 분야다.

출판사와 브런치 에디터는 출품한 글들을 모두 읽어 볼 수 없다. 매거진의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획의도를 담을 필요가 있다. 내 글에 대한 요약이 중요하다. 기획의도 한 장만으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과거, 나의 실패 원인


첫 번째 도전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주제가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된 탓이 컸다. 그것이 내가 내린 평가다. 모든 글의 중심이 '나''를 향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독자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했는데, 그것에는 화자가 '나'가 아닌 우리, 조금 더 포괄적인 공감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글, 쉬운 글을 써야 했다. 나는 좀 어렵게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 중요한 포인트


· 자신의 이야기를 담되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어야 한다.
· 산문(에세이) 형태가 되어야 한다. (시나 소설의 단독 형태라면 필패한다. 브런치는 문학 공모전이 아니다. 시나 소설은 다른 문학 공모전에서 도전하자)
· 출판사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와 상품성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라고 하는데, 그 진정성이 다른 사람에게 없는 작가만의 것이어야 한다. 나도 그것을 아직 못 찾았다.)
· 작가의 굴곡 있는 삶, 시련이 담긴 이야기가 있으면 좋다.
· 단순한 에세이보다는 소설, 시 이런 것들을 섞은 퓨전 요리 같은 느낌이 들면 더 좋다.
·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많이 담자.
· 기획의도를 멋지게 작성하자.
· 목차를 만들자. 목차에는 세부 제목까지 모두 자세하게 선정해야 한다.
· 기간을 정해두고 집중해서 글을 쓰자. 필요하다면 절이라도 들어가라.
· 서점에 가서 에세이 류 중에서 인기 있는 책들을 모니터링한다. 특히 목차에 집중한다.
· 기간은 한 달 정도이다.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해서 다음 차수를 노려보자.
· 브런치 에디터를 적극 활용하라. 보기 좋게 예쁘게 편집할 수 있다.
·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에디터는 그 많은 글들을 읽을 수 없다. 기획의도! 프롤로그 한 장에 내가 쓸 글에 대한 방향을 담아야 한다.
· 나중에 매거진을 그대로 책으로 출간한다 생각하고 준비하자


· 이번 기회에서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는 말자. 기회는 또 온다. 하지만 브런치를 향한 당시 나는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와 같은 투정만 부리고 있었지만……





· 알 수 없지만, 독창적, 독특, 남이 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 책을 읽고 구매하는 주요 독자층은 20 ~ 30대 여성이라고 한다. 글이 아무리 좋다 한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공모전을 통과하여도 출간의 벽을 뚫기는 어렵다.


브런치 플랫폼에 대한 나의 단상


내가 작가로서 내밀 수 있는 유일한 명함은 브런치 공모전을 통과했다는 타이틀이다. 글쓰기라는 세계에 있어서 그 이상 그 이하의 소득은 없다. 수상 이력만 뽐내기에는 2% 아쉽다. 내밀 만한 것이 이것뿐이니 활용을 안 할 수도 없다. 거창한 타이틀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 써먹을 것이다.

금상을 받았을 때 출간까지는 아니어도 소소한 혜택정도는 누릴 것이라 기대했지만, 수상작가들이 늘어나서 일까? 나는 수상자로서의 대우(?)를 크게 받지 못했다. 프로모션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초반에 반짝 있긴 했다. 내 글이 외부에 노출되는 기회는 수상 이후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공모전 통과 이후에 자만했을까? 아니다. 나는 오히려 공격인 투자를 했고 더 지속적으로 글을 썼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유료 강의도 들었고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도 받았다. 하지만, 조회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나는 브런치에서 소외된 느낌마저 들었다. 고향과도 같은 이곳에서 글을 써야 할 것인가 고심을 하게 됐다.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작가로서 공연을 하고 있다. 정기공연을 하고 싶지만, 부정기적인 공연에 그치는 날이 더 많다. 구글 킵과 같은 클라우드 노트에 매일 글을 기록하곤 있지만, 고치고 또 고치느라 포스팅에 신중해졌다. 글 쓰는 작업은 다른 일보다 집중이 잘 된다. 쓰고 고치는 일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마감을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감정을 상해가면서 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닌가. 인간이기에 좌절도 하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다가 회복하는 기간은 짧다. 그것이 내 장점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작가에 대한 꿈을 펼치는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대다수는 아마도 나처럼 꿈만 꾸다가 사라지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작가로서 성공한다는 것은 뜬구름 같다.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구름을 따라 달려간다.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쓰려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모순된 세상. 글의 소비를 작가들끼리 나누어야 하는 협소한 시장. 단지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다고 하여, 늦은 나이에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하여 그 노력을 보상받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남들보다 실패를 덜 겪어서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 욕심은 단순하다.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것이다.

'정선호'라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를 소개한다. 그는 홍대 길거리 스타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의 공연을 접했다. 그의 연주는 탁월하다. 그가 연주를 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연주 실력도 일품이지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대회에서 큰 상을 받고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생활이 달라진 것은 없다. 성공은 아직 먼 얘기다."라고 말이다. 아래의 영상은 홍대 공연 중, 기타 줄이 끊어진 긴박한 상황에서, 단 1분만에 줄을 교체하는 장면이다. 물론 유머도 잃지 않으며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wiJ6RsoFqU&t=22s


https://www.youtube.com/watch?v=nSQIw2yVvIE


그의 젊음이 부럽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고난에 굴하지 않고, 허기를 참아가면서도 버티는 그의 열정이 아름답다. 그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바치고 있다. 길거리 예술가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꿈은 쓰러지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무엇이든 극복하는 그의 기상이 멋지다. 그의 삶과 성공을 응원한다. 성공이 도대체 무엇인지 운이란 녀석이 있다면 그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키다 : 감정의 회복탄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