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향기
감정을 허물어뜨리다 다시 쌓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위태롭다. 직장은 모순일까.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걸까. 상한 과일은 잘라 버릴 수 있는데 사람은 그렇게 못한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고칠 수 있을까. 어긋난 방향을 바로잡아 줄 수 있을까. 건방진 생각이다. 나도 내 마음을 지배할 수 없는데, 남을 조종한다니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무감각해지고 싶다. 아니, 모호한 글이나 남기련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 했거늘. 그가 나를 거둔 역설적 상황인지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현시점에서 나는 문제를 묻어두거나 방관하는 것이 전부다. 감정이라는 것엔 사람을 휘몰아치는 물질이 담겨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성도 강하지만 휘발성도 강하다. 견딜 수 있다면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원리인데,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전하는 감정은 영향력이 크다. 무너진 표정, 무디어진 내 마음을 본다. 무너진 감정에 휘말리다가 다시 회복하는 흐름을 본다. 내가 가진 회복탄력성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내 마음은 부서졌다가 다시 맞춤을 매일 되풀이한다.
나는 가끔 쓰러져 신음을 토하는데, 아내의 도움으로 회복한다. 아내는 고무줄처럼 탄탄하고 질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모난 내 성격을 펴주고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내 근본을 아내의 것으로 희석시킨다.
주방에선 아내가 작은 파티를 연다. 나는 손님으로 초대를 받는다. 커피 한 잔이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나는 연기와 함께 숨을 쉰다. 호흡을 내쉴 때마다 기관이 확장되고 생각은 부푼다. 아내는 따뜻한 커피 같다. 마실수록 음미할수록 깊은 맛이 가슴속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나는 아내의 공간에 초대를 받은 손님이다. 아내의 자리에 앉아 데워진 커피잔을 손으로 만지거나 곡선의 미학을 감상한다. 아내가 선물하는 저녁 풍경은 삶의 위안이 된다. 나는 그 그림에서 주인공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사람이 되었다고 평가할 만한 구석은 모자라지만, 그래도 친구 같은 아내가 있어서,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동지가 있어서 좋다. 쓰러져도 일어서는 습관이 아내 덕분에 자리 잡았다. 혼자만의 힘으로 일어설 수 없다면 어깨를 빌려도 된다. 아내의 어깨는 고우나 강하다. 나를 향한 믿음은 호수처럼 깊다. 나는 그 호수에 눈물을 쏟고 싶다.
나는 울고 싶어도 멀쩡한 얼굴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서랍에 담아두었다가 턱밑까지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버티고 이겨 낸다. 무기는 사용하지 않을 때 제 빛깔을 낸다는 믿음 하에...... 아내는 내 적개심을 억제한다. 널뛰듯 정신 차리지 못하는 마음을 정돈한다. 아내의 향기는 참으로 고와서 예리한 내 감정을 순화시킨다.
나는 오늘도 아내 덕분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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