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
그곳은 따뜻하니
네가 지내는 세상엔 검은 밤에도 햇살이
봄꽃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니
이곳엔 오늘 억센 바람이 불고 있어
붕괴되어가고 있는 시간의 엄숙함 속에서
이런 날은 앞으로 없으면 하는 마지막 구원의 의식을 올리고 있어
"이런 날, 이런 바람은 우리 모두에게 처음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이렇게 가벼운 편지 한 장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
무거운 내 가슴을 쥐어뜯다 꽉 다문 잇몸만 찢어지게 하는구나
나는 너를 붙잡지 못해서 겨우 꽃 한 송이를 보내놓고
쓴 약을 목구멍에 털어놓고는 갚지 못할 죄목만 세고 있구나
나는 바다 가운데 배 한 척을 이불 삼아 누워서
하늘에 네 얼굴을 펼쳐놓고 있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을 베고 혼자서 쓸쓸히 울고만 싶은데
너는 대답도 없고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는구나
너는 내가 눈을 감을 때만 미소만 겨우 보내주는구나
나는 네가 살다만 세월을 삼키며 살아야 하겠지
울다 웃다 말다 네가 누워있던 마루에 반쯤 걸터앉아 있거나
사진을 가슴에 품다 울다 잠들어야 하겠지
그래도 평생 잊지는 않을 거야 내 가슴속 시계가 고장이 날 때까지
우리가 한평생 사랑하다 이루지 못한 한철뿐인 잔상으로만 남겠지만
그 응어리를 가슴에 쌓아놓고 눈물만 콸콸 쏟아내며 살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wmIyoZrCt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