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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y 23. 2018

힘을내요 그대 - #안녕

열심히 살아야 할까?

  20대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내 꿈은 45세에 은퇴하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은퇴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야 하지만, 물론 그 계획은 현재 실패했다. 생각해보니 너무 막연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다 보면 꿈이 현실이 될 줄 알았는데,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20년 넘게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나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했으나, 다른 도전이 생겼다. 이번에는 조급하지 않게 조금 더 먼 곳을 보고 차분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계획 없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과정에 열심히 하여 훗날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시대, 그렇지 않으면 별종 취급을 당하는 시대에 나는 살고 있다. 서점에 가보니 열심히 살지 말자는 책이 홍수를 이룬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산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헐레벌떡 뛰어가야 하고, 버스 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늦는 건 아닌지 시간을 또 확인하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사람들에 부대끼고 치이고 녹초가 되어 겨우 출근하면 실적은 나를 절망시킨다.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에서 쫓겨나기 싫다면. 학교 떠난 지 한참인데 성적표는 여전하다. 나는 이리저리 타인에 의하여 등급이 매겨지고, 그 등급이란 것은 내가 살아있는 한 평생토록 따라다닌다.



  반복적인 삶 속에서도 나는 변화를 꿈꾼다. 삶은 대칭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면 밝은 부분도 존재한다. 현실이라는 축은 하부에서 나를 지탱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기꺼이 돈의 노예 - 어두운 세계 - 가 되기를 자청한다. 온몸에 음지의 기름을 바른다. 자본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나는 속물이 된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그까짓 속물이라는 말 듣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하지만, 내가 구정물 속에서 자맥질을 하고 있더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잃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희망이라는 또 다른 축이다. 살다 보면 그것의 존재를 잊기도 하지만 희망 - 밝은 세계 - 은 분신처럼 내 주변을 따라다닌다. 

  희망으로 과연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쓰러지지 않게 버티게 해준다. 나이를 먹고 낯선 것이 점점 사라지는 경험을 하며, 나는 점점 미미한 존재가 되어 간다. 감각도 무디어진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도 얼마 안 가서 좌절한다. 희망은 이 모든 절망, 실망, 무기력, 우울, 허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틀이 된다. 비록 그것이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 같은 존재라 할지라도, 손에 잡히지 않을지라도 상관없다. 생각할 수 있고, 눈을 감아도 그릴 수 있고, 잠들어도 꿈이라도 꿀 수 있어서 실망하지 않는다.




  '더 필름'의 '힘을내요 그대'라는 곡을 소개한다. 보컬은 '안녕'이 맡았다.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가수다. 목소리는 전성기 때의 김연우를 연상시킨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양한 모양의 감정이 실려있다.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안녕'의 노래를 모두 찾았다. 몇 년 전에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20대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아니다. 


  열심히 사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다. 가사 중에서 마음을 건드는 몇 소절을 소개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나 역시 세상에 길들여져 
한없이 내가 작아 보였어 
많이도 울었고 많이 힘들었어 

그리고 여기 다시 선거야 
얼마나 해낼진 모르겠어 
하지만 내 모든 걸 걸 거야 
보석처럼 빛나게 찬란하게 
또 아름답게 나 


  그래 나도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에 길들여였지. 직장생활을 반복하며 자존감은 무너졌고 나라는 존재는 하찮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지. 그래서였을까,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걸고 있지 않았고, 손에 든 것도 없었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만 했었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zGgk3MeuW-k

#안녕 (Hello) - 힘을내요 그대 (I'm your fan) [Official M/V]




  산다는 거 자체가 '열심'이라는 단어를 설명한다.  '열심'은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쓴다', 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은 지금도 열심히 뛴다. 불처럼, 뜨겁고 우렁차게 고동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거 자체만으로도 축북받을 일이다. 생명이란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열심히 노력한 행동의 결과다. 따라서 성공했든 실패했든 아니면 그냥 어떤 과정에 놓여 있든,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증거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내 생각은 과연 모순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삶은 녹록지 않을 것이고 더 혹독하게 우리를 채찍질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자유를 찾기 위하여 직장을 때려치우라는 책임 없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 들려주는 사탕발림 같은 이야기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 그런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희망은 싹을 틔우려다 더 배고픈 현실에서 고개를 떨굴 뿐이다. 사회는 냉정하고 잔인하며 무엇보다 부조리에 가득 차 있다. '열심히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책의 문제점은 타인의 다양한 현실을 돌보지 않는 데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종교처럼 믿고 따른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것처럼.


  나에게 말한다. "미안하지만, 앞으로 더 어려워질 거야" 만약,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이 설자리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그럼에 따라 인간이 창조한 수많은 직업군도 지구 상에서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프로그래머조차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 라는 문장보다는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될 거야'가 더 냉정하지만 맞는 말이 아닐까. 물론 각자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영역은 다르겠지만. 그걸 잘 찾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겠지만.



  요컨대,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엉뚱하지 못한 곳에서 열심히 살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깨어있어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서도 안 된다. 현명한 사람은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방향을 찾는다. 다만 열심히 살더라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적성을 찾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나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물론 나를 받치고 있는 것은 적성과 그것이 낳을 다른 희망의 축이다. 그 도움을 받아서 나는 미래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이 절망이 될지도 모른다. 빛을 발하다 다시 꺼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다시 힘을 내고 막장 같은 현실이지만, 그곳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내 희망을 꼭 움켜쥐고서. 그리고 열심히.




힘을 내요 그대여 
견디기 힘들어 울고 싶을 때 
애써 눈물 참지 마요 
너 잘해왔잖아 잘 견뎌왔잖아 

괜찮아요 잘했어요 
기죽지 말아요 당당해도 돼 
누구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나니까 
멋진 인생을 살 그대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나 역시 세상에 길들여져 
한없이 내가 작아 보였어 
많이도 울었고 많이 힘들었어 

그리고 여기 다시 선거야 
얼마나 해낼진 모르겠어 
하지만 내 모든 걸 걸 거야 
보석처럼 빛나게 찬란하게 
또 아름답게 나 

어쩌면 힘이 들 거야 
하지만 기억해 네가 선택한 일에 
후회는 남기지 마요 

두려워 말아요 
어디서도 난 그대 편이죠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나 역시 세상에 길들여져 
한없이 내가 작아 보였어 
많이도 울었고 많이 힘들었어 

그리고 여기 다시 선거야 
얼마나 해낼진 모르겠어 
하지만 내 모든 걸 걸 거야 
보석처럼 빛나게 찬란하게 또 아름답게 

나 나 이렇게 살래 
세상에 시선 따윈 접어둘래 
수많은 비웃음과 걱정 앞에 당당할래 
모든 걸 딛고 나 일어날래 

힘을 내요 그대여 
그동안 충분히 잘 해왔잖아 
조금만 참아줄래 
멋지게 넌 해낼 거야 
보석처럼 빛나게 찬란하게 
또 아름답게 
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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