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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y 02. 2017

잘할 수 있다고……

이시은의 나에게 쓰는 편지

성가신 하루를 마감하려니 정리되지 못한 생각이 방황을 원한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한적함을 찾는다. 도시는 정체되어 있고 형식적이지만, 길에서는 나를 규정하는 모든 범위에서 잠시 벗어날 자유를 누린다. 

정신을 잃은 채 걷다 보니 나는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점점 어긋나고 있다. 잘못된 길임을 알아차렸지만 돌아갈 수도 없고, 그곳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무작정 걸어가면 내가 찾던 올바른 것이 나올 것이라 믿었던 걸까? 나는 의심을 거두고 어두워지는 시야를 버티며 더듬더듬 나아간다.


"잘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어디쯤일까? 낯선 카페 부근, 진한 커피향에 취해 서성이고 있을 때, 선명하고 맑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와 내 귀를 휘감는다. 몇 소절의 가사에 기울이다 그만 다리 힘이 풀린다. 가슴 구석구석으로 밝은 햇살이 퍼지는 듯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빈 의자에 자리를 잡은 나는 뜨거운 화염을 토하는 심장을 지켜본다. 그리고 메마른 가슴을 뚫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느낀다.

어느새 내 시간은 세상을 잡아먹을 듯이 훌쩍 몸집을 불렸으나 꿈이란 것을 담을 내 가슴은 부피를 줄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점점 희미한 모습으로 바뀌고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내 작은 키는 바닥으로 꺼진다.

붙잡고 싶어도 멀리 달아나는 꿈,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지난날의 다짐은 바람에 잘게 부서져 힘없이 흩어진다. 힘없이 버티던 눈물샘은 눈물 한 방울을 뚝 떨어뜨리고 세상으로부터 벽을 쌓아올린 채 소통을 닫는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가사처럼 꿈이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잘하고 있는 걸까.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지난날의 내가 부끄러워 숨고 싶다. 멈출 수 없어 달리기만 했던 나도 이제 지쳐간다. 바람에 흔들려 날아가는 꽃잎처럼 나도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간을 소모하며 살고 있는 나에게도 미소가 찾아올까.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멀어지려는 별을 향해 손을 뻗는다. 나에게도 밝은 날이 다가와 손짓을 하겠지.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찾을 수 있겠지. 새날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 꿈을 좇는다.


노래를 듣다가 멍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어떤 그림을 상상했다.
위의 글은 그 상상의 결과다.




https://www.youtube.com/watch?v=sHU_RxTKzrQ


꿈을 좇던 어린 날의 아이는
저 멀리 빛나는 별처럼 
되고 싶던 아이는
환한 저 빛을 향해서 
날아가는 새처럼
거친 이 세상을 이긴 
저기 저 나무처럼

잘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았던
나의 작은 꿈들이
어느새 다가와

잘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가끔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그 날의 아이처럼
꿈을 꾼다

날아가는 새들도
뿌리 깊은 나무도
한 번 흔들림도 없이
아무 아픔 없이 
단단해 질 수 없는 것처럼

잘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았던
내 작은 꿈들이
반짝이는 별들이
닿을 듯 어느새 다가와

잘할 수 있다고
멈출 수 없어 날아올라
어릴 적 꾸던 꿈처럼
눈앞에 있는 별처럼

꿈을 좇던
어린 날의 나에게
여기 새로이 펼쳐질
세상 앞에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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