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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y 28. 2018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작가로 이중생활을 즐기는...

직장인과 작가 사이에서

  6월 말에서 7월 초 출간 일정으로 현재 출판사와 원고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부크크를 통하여 자가 출판은 경험했지만, 출판사와 기획하여 책을 출판하는 것은 첫 번째라 낯선 점이 많습니다. 기획 출판과 자가 출판은 엄연히 다릅니다. 자가 출판이 돈도 들지 않고 쉬워 보이지만 한계가 많습니다. 자가 출판은 원고 작성뿐만 아니라 기획, 목차, 표지 디자인, 내지 디자인, 글과 그림 배치, 문서 편집, 판매, 홍보, 등록,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작가가 담당해야 합니다. 그 작업은 마치 아티스트가 혼자서 작곡하고 모든 악기를 스스로 연주하고 편곡하는 흐름과 흡사합니다. 하지만, 작가 혼자서 모든 작업을 부담하기에는 능력도 모자라고, 이런저런 여건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원고 작성뿐만 아니라 다른 작업에 신경을 소비하느라, 원고 자체에 투자하는 시간이 다소 모자라기도 합니다.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 중에는 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제가 문화센터에서 강연할 때마다 시작하는 말을 소개 드려 볼까 합니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작가로 이중생활을 즐기는 남자, 이석현이라고 합니다."

  이중생활이라는 다소 원색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과장은 아닙니다. 직장은 제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권리를 보장하는 곳이 직장이기도 하죠. 사오정(45살이면 정년 은퇴)을 넘어서 아직까지 업계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는 직장에 감사한 마음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른 사람이 됩니다. 직장인이라는 가면을 벗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이죠. 두 가지 삶은 서로 연결되어있기도 하고, 완전히 다르기도 합니다.

  제가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우연에서 출발합니다. 10년 전쯤 저는 겁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모아둔 현금 천만 원과 기술력을 밑천으로 무작정 비즈니스의 사바나에 뛰어든 것이지요. 물론 예상대로 성공은 쉽지 않았습니다. 돈을 번 시간보다 모아놓은 돈을 갉아먹은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그때의 생각을 하면 아내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우습게도 돈을 못 벌면서도 마음은 참 편했어요. 조급한 마음도 없었고, 하루를 어떻게 재미있게 놀아볼 것인가, 그런 궁리만 하고 살았습니다. 낮에는 직원들과 게임을 하고 밤에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면 일을 하는 하루를 보내곤 했습니다. 하긴 그런 낙천적인 생각이 글쓰기의 세계로 초대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블로그가 매력이 있으니 한 번 시작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권유에 따라 무작정 블로그를 만들긴 했는데, 쓸 이야기가 없어서 몇 번 끄적거리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직도 제 블로그에는 2009년 8월에 쓴 최초의 글이 남아있습니다. 지우려다가 남겨둔 것은 저에게도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입니다.

  글쓰기를 잊고 살다가 블로그를 통하여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 2015년 봄 무렵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해보자, 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죠. 그리고 1년 후인 2016년부터는 브런치에서 글을 이어나갔습니다. 브런치에서 무늬이긴 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인연이 되어 상도 받았고 외부에 글이 노출되어 출판사와 연이 닿아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네이버에서 만 3년 글을 쓰고 58만 뷰 정도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브런치에서 만 2년 쓰고 120만 뷰를 기록한 걸 보면 적어도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브런치가 네이버보다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런 공간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3년 정도의 시간을 회고해보니 참 많은 글을 생산했습니다. 브런치에서만 300개 정도의 글을 썼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비슷한 수준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총 29개월 동안 약 300개의 글을 썼으니 2.8일마다 글을 쓴 셈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잔뜩 글을 써놓았다가 주 중에 예약 발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글은 평일 퇴근 후 작성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글을 쓰고 급한 마음에 바로 발행을 했지만, 업력(?)이 쌓이고 나서는 다음날 퇴고 후, 신중하게 발행을 합니다. 블로그나 브런치는 날것의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다소 정제되지 않거나 거친 글이 많습니다. 닥치는 대로 글을 쓰자, 날것의 글이라도 쌓이다 보면 언젠가 다시 활용할 날들이 올 것이다, 라는 희망과 함께 기록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출판을 위한 원고 작업을 하면서 모아 놓은 글은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을 다듬고 깎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 책으로 시선이 흐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입니다. 표적 독서보다는 다양한 독서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더군요. 문학, 역사, 철학, 인문, 과학 등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들을 수집하여 다시 원고에 활용합니다. 독서와 글쓰기가 서로 상호작용을 반복합니다.

  퇴근 후, 물론 힘듭니다. 아주 많이 힘듭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요? 정해진 루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일까요? 글쎄요. 그건 아니라고 단정합니다. 어떤 일이든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래갈 수 없습니다. 사람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행위를 본능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즐겁고 재밌으니깐 하는 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모든 걸 잊고 한 가지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괴로움도 고통도 잊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오롯이 자신만 보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글을 쓰는 맛에 빠졌고, 3년 가까이 줄기차게 글을 썼습니다. 물론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합니다. 무조건 많이 쓴다고 성공하면 '성공'의 희소가치가 하락할 겁니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두운 밤하늘에 간혹 빛나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초신성'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잠깐 밝게 빛나다 사라지는 별말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 별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소망할 겁니다.

  이제 출간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2018 우수 출판 콘텐츠> 사업에 신청했던 제 원고가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사업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탈락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시작부터 삐거덕 거리는 게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제 원고가 벌써 필터링되어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출간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제 몸뚱이가 외딴섬에 버려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분이 잠시 유쾌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제가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쓰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기에는 시간은 무심히 달아납니다.

  지금 쓰는 글도 역시 날것입니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고민을 하다 퇴근 후, 약 2시간 동안 끄적거린 결과물입니다. 마음의 속내를 드러내는 글은 예쁘게 다듬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오늘은 자정 넘어서까지 다른 이야기를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광고 한 가지 하겠습니다. 요즘, 같이 글을 쓰는 모임이 있습니다. 브런치 '피터 김' 작가님이 주선하여 참가 중인 모임입니다. '#1주매일글쓰기'라는 모임인데 그 모임을 통하여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습관처럼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혼자 쓰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과 같이 쓰면서 서로 응원해주면 더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참석 의향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피터 김'님의 모임 소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reading15m/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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