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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n 03. 2018

작가는 과연 내성적일까?

나는 하이브리드 인간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사실은 사람을 만날 때, 낯을 가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혼자 일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집중할 수 있고,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심지어는 타인을 포용하는 배려와 존중감까지 지녔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깨질 가능성도 높다. 마음이 외향적인 사람보다 말랑말랑하며 부드럽기 때문에 깨져서 상처받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타인을 배려하다 보면 계속적으로 양보를 강요당하는 일이 벌어져 마음에 균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하이브리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품성은 내성적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외향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겪었다. 적어도 몇 십 년을 이곳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은 여러 가지 모습을 원한다. 개발직이지만 가끔 고객을 만나서 상담도 해야 하고, 계약을 따내기 위하여 낯선 사람들 앞에서 멋쩍지만 발표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보다는 컴퓨터와 씨름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든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소극적인 태도가 훨씬 편하다. 아무리 사람들과 열띠게 토론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 해도 기본적인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체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내면의 법칙이 행동을 지배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글보다는 말이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쓰면서 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기도 하는데, 말보다는 글이 더 쉽고 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에서도 그렇다. 말보다는 오히려 글을 택한다. 직급을 막론하고 메일로 소통하거나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받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오해받기도 한다. 굳이 말로 할 수 있는데, 왜 글로 소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글로도 얼마든지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글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다. 말은 표정, 손짓 발짓 등 비언어적인 소통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지만, 글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고가 후미타케는 <작가의 문장수업>에서 말과 글의 차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엉터리인 말을 하는데도 크게 오해를 사지 않고 대화가 성립될까? 답은 간단하다. '말이외의 요소', 즉 얼굴 표정, 목소리의 높낮이나 템포, 시선, 손짓 발짓 등을 구사하며 대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라 부르는 이들 요소는 대화하는 중에 말 이외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타인과 대화할 때, 말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언어적 소통 방법을 통하여 상대방을 설득한다. 하지만 글로서 상대방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오직 글로서만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이 편하고 좋다. 물론 말로서 상대하기 어려운, 나아가서 두려운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때로는 글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적극적인 사람이거나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글과 같은 소통 방법을 꽤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격이 조급한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글은 통하지 않는다.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그랬을까? 얼굴 맞대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상사라면 더 힘들게 느껴졌다. 어쩌면 글이 모든 상황에서 만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소심한 생각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현상을 글로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글이라는 수단 하나만으로 사람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특히 직장에서는 더욱더, 말이 잘 안 통하는 상사의 경우도.
 하지만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글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죽기 전까지는 그 착각 같은 세상에 계속 살고 싶다.
 
  작가라는 꿈을 펼치고 있는 나는 글 쓰는 거 자체가 무척 좋다. 글의 결과물, 즉 돈을 얼마나 많이 벌 수 있다는 욕망보다 글 쓰는 과정, 그 순간 자체가 좋은 것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면 모든 문제를 한 가지로 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내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필연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고 있거나, 작가로 살기 위해서라면 내성적인 성격이 잘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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