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차이가 만드는 감정의 방향
제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3에서 수상했던 원고를 자가 출판한 경험은 있으나 정식 출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설렘의 감정이 스며있습니다. 과거에 수상했던 책이 멋모르고 덤빈 것이라면 이번 책은 많은 실패, 좌절, 생각, 단련, 홀로서기로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여 갈고닦은 문장들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이 책은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 위하여 나머지 여가 시간을 양보하여 완성하였습니다. 출퇴근 지하철, 자투리 시간, 퇴근 후 저녁 시간, 주말 동안에 집중 작성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단어를 디자인하라>입니다. 작가는 단어를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단어는 우리가 쓰는 말을 이끄는 재료와 바탕이 되기에 그것을 보기 좋게 깎고 다듬는 데 앞장서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입니다. 단어의 사용에 따라 그 속에 담겨있는 미묘한 차이가 삶을 희망으로 만들기도 하고 절망으로 만들기도 하는 재료가 됩니다. 단어 하나로 여러분의 삶을 조금이나마 밝게 디자인했으면 하는 작가로서의 소망이 이 책을 쓰게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 책은 위클리 매거진 연재도 합격이 되어 조만간 10주 동안 연재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연재 일정 확정 후 다시 공지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어는 사람의 인격을 대표한다.
사람마다 고유의 생김새를 가지고 태어나, 자신만의 운명을 개척하며 살아가듯 우리가 쓰는 말도 사람과 비슷한 운명을 지닌다. 우리는 어쩌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말이라는 수단을 쓰게 되었을까? 말이란 지적인 능력을 선물한 신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그만큼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말은 오직 인간만이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심대한 축복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꺼이 신의 은총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는 말의 가장 작은 단위로서 자생한다. 단어는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고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를 대표한다. 단어는 기생하지 않는다. 독립적인 개체로서 인격을 지니며 사용하는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반영한다. 다시 말하지만, 단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인격을 대표한다. 같은 듯 다른 듯 미묘한 단어의 사용으로 인격도 달라지며 인생조차 변한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내면의 깊이를 비추는 거울이며 내면이 따르는 삶의 지표인 셈이다.
우리는 단어의 쓰임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단어 하나로 세상의 섭리를 설명하고 섬세한 인간의 내면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단어는 복잡한 세상의 이치를 설명할 내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삶을 이끌어가는 힘을 보유한다. 그러한 단어들이 모여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또한 우리는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인식함으로써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터득하게 된다.
이 책의 기획은 우연과 인연에서 출발했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작가로 이중생활을 즐기며 살다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이중생활이라는 다소 원색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과장은 아니다. 직장은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곳이 직장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른 사람이 된다. 직장인이라는 가면을 벗고 작가로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낮에는 컴퓨터의 언어를 다루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사람의 언어를 꾸준히 다루는 쳇바퀴의 삶 속에서 우연한 계기로 출판사와 인연을 맺고,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두 가지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나에게는 늘 어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단어 하나를 쓰더라도 문장과 절묘한 배합을 이루는 단어를 발굴하기 위하여 고민했고 천착했다. 깊은 고뇌가 단어에 관한 이야기를 쓰도록 나를 유도했다. 몇 개월 동안 밤과 낮, 생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는 모든 시간에 나는 단어의 바다에서 유영했다. 그리고 기존에 즐겨 쓰던 단어의 숨은 뜻, 낯선 단어를 낚는 재미에 빠졌다. 깨어 있을 때, 심지어는 잠든 꿈속에서도 나는 단어를 공상했다.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인간의 존재와 단어의 삶은 무척 닮아 있다. 인간에게도 저마다의 삶과 사정이 있듯이 단어 또한 한 가지로 정의된 뜻이 아닌 더 다양하고 폭넓은 뜻을 가지고 있다. 단어는 바다와 같다고 해야 할까? 끊임없이 새로운 물결을 만들며 대양을 꿈꾸는 작은 파도 하나하나를 단어라 부르겠다. 단어는 변화무쌍한 존재다. 같은 단어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그 단어를 듣는 사람에게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우리는 말을 할 때마다, 단어를 이어 붙인 문장을 나열하고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여자의 뇌≫를 쓴 학자 ‘루안 브리젠딘’에 의하면 남자는 하루에 7,000 단어, 여자는 그보다 많은 20,000 단어 이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많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같은 단어라도 타인에게 묘한 어감을 전달한다. 말에 담겨 있는 소리와 전달하는 사람의 표정과 제스처에 따라 의미가 반전될 수도 있다. 그러한 것을 말맛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는 그런 말맛을 실어 나르는 존재이다.
사람마다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쓰는 단어 중에는 나쁜 말도 있고 좋은 말도 있다. 부정적인 단어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자신을 무너뜨리는 화살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단어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의식에 지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는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즐겨 쓰는 단어가 어떤 모양인지 한번 살펴보고 버릇처럼 사용하는 좋지 않은 단어가 있다면 그것을 긍정적 방향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총 4가지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서로 닮은 듯 다른 듯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지만, 미묘하게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 두 가지를 사용한 이야기를 다룬다. 2부에서는 한 가지 단어를 다룬다. 하지만 그 단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타인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3부에서는 정반대의 뜻을 가진 두 단어를 통하여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단어가 어떻게 구별이 되고 서로 소통하는지 그것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단어의 의미를 새겨보고, 즐겨 쓰던 단어 몇 가지만 바꿔도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을 바꾸면 말이 달라지고 사람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마지막에는 당신의 미래까지 바꾼다.
이미 알고 있었으나 단어에 숨겨진 다른 뜻에 대하여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삶에서 조금이라도 밝은 생각을 나누고 싶은 사람, 무엇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나아가서는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에 고민하는 사람, 인생은 어두움보다 별처럼 빛나는 부분이 더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친 후 쉼을 생각하는 사람, 무엇보다 바다처럼 넓은 단어의 세계에서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이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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