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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Aug 18. 2018

리뷰 글쓰기

글쓰기 모임 2회 차 후기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의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는가 한다.

- 피천득


 2주째 글쓰기 모임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왜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을까?" 생각을 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다. 모임의 정체성과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처음에 품었던 꿈의 방향과 지금의 길이 어긋나고 있지는 않는지, 현실과 이상의 격차는 어떻게 좁힐 수 있는지, 그러한 사유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연히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을 읽다, 위의 문장을 접했다. "아름다운 인연을 맺고, 착한 일을 하고 살아가는 것". 나에게 아름다운 인연이란 무엇일까. 삶에서 많은 인연은 우리에게 찾아오고 서로 맺어지기도 하지만 그냥 사라지기도 한다. 인연에는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과 인연의 가교를 연결할 수 있는 넓은 안목과 식견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가끔 현명하지 못하다. 그리고 놓치는 것도 많고 쉽게 흘려버리는 것도 많기에, 직접 경험해야 깨달 수 있는 사실들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시행착오를 거칠지라도 직접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얻는 경험이 이론과 사상을 훨씬 앞선다.


 무엇이든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구성원이 가진 장점을 서로 공유한다는 일도 즐거우려니와 글쓰기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때로 위안까지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기쁨이다. 우리가 글을 쓸 수 있고, 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타인이 알아준다는 사실이 마냥 즐겁다. 그런 마음으로 글쓰기라는 울타리 안에 우리는 모여 있다.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에서는 행복의 조건으로 "각자가 가진 독특한 꿈, 가치와 이상을 있는 그대로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는 것, 이것이 사람과 '함께'사는 모습이다. 그래야 사람의 가장 단맛을 서로 느끼며 살 수 있다"를 강조한다. 우리 글쓰기 모임의 목적은 각자의 꿈을 응원하는 것이다. 각자의 비전은 모두 개별적이지만 모임에서 우리는 하나의 일관적인 꿈을 꾼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언젠가 작가가 되어서 책을 내고 강연하고 싶다는 것, 그리하여 많은 사람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것, 그런 순수한 목적 말이다.


 이번 주 주제는 '리뷰 글쓰기'였다. 영화 또는 책을 읽고 마음속에 품은 여러 감정을 화면에 나열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만의 이야기는 어디가 원천이며,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환영받는 글쓰기가 되는 걸까? 어떤 형태의 리뷰 글쓰기가 모범이라 할 수 있을까? 글쎄, 정답이라고 부를만한 형식은 존재하기는 할까? 다소 식상할만한 구성의 글쓰기라고 한들 그들의 시간을 환영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글쓰기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줄거리를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늘어놓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누군가의 첫출발이자, 첫 단추이자, 첫 경험이기 때문에 우리는 마땅히 그 서사를 흥미롭게 읽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리뷰 글쓰기와 관련하여 그 어떤 글쟁이도 초보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초보의 티를 채 벗어나지 못한 사람에게 프로가 바라보는 기준을 들이댔던 것 같다. 글쓰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초보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서야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터. 그들을 밀고 끌어주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하면 짧고 긴 터널을 숱하게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개성적인, 신선한, 독보적인 등의 형용사를 사용해도 될만한 틀을 그들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 수업 때 낭독한 그들의 몇 가지 명문장을 소개하고 글을 맺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제공하는 안정감과 담아주는 환경(containment)을 원한다. 따뜻한 신체 접촉을 통한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세포 구석구석에 각인되고 저장되어 '건강한 자기 감'을 형성한다. 이렇게 좋은 관계의 경험들이 오래 반복되고 쌓이면 '안정적인 성인 애착 상태'가 되어 고통을 회복하는 능력이 생기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다.  - 모모님 


 언어의 차이로 인해 시공간의 인식, 수학의 능력, 색상의 인지 속도, 문법적 성별 구분에 따른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 비난과 처벌 혹은 목격자의 기억 같은 생각에 개인별로 차이가 생겨난다. (...) 영어가 글로벌 공용 언어가 되면서 이런 연구뿐 아니라 대부분의 것이 영어에 의해 매개된다. 결국 이는 거의 모든 인류를 배제한 것과 동일하다. - 일과삶님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며 사는 것과, 알고 난 이후 작은 꿈틀거림을 이뤄내는 건 분명 다를 거 같아서. 나의 아이들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리고 나조차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면서 종종 허기가 지는 배를 물로 달래며, 나는 오늘도 내면의 허기와 마주해 보려 한다. 되도록 주저하지 않고. 좀 더 당당하게. 그렇게 함으으로서 좀 더 괜찮았던 오늘이기를 바란다. - 김혜원님


 대만 사람에게도 우리의 88만 원 세대와 같은 2만 K 세대(20,000 TWD, 약 80만 원)가 있고, 집값은 대물림하면서 갚아야 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높고, 심지어 물가와 임금은 20년째 정체하고 있는 답답한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답답한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첫사랑 같은 미화된 추억들을 소환해 내는 것 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와일드멜론님


 난 사실 열심히 살고 싶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즐길 수 있는 삶'을 선택하자'는 작가의 생각에는 찬성한다. 내가 원하는 속도로 마음을 챙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빠른 템포로, 두 손 꼭 쥐고 이 악물고, 인생의 퀘스트를 하나하나 클리어하면서 사는 게 취향이다. 그래서 작가님이 잘 친절하게 얘기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열심히 살 것 같다. 작가님을 만나서 이런 말을 하면 아마 이렇게 답해 주실 것 같다. "아, 그 삶도 맞아요. 어디로 가는지 알고, 가고 싶은 속도로 가고 있잖아요. 우리 둘 다 맞죠." 이렇게. - 티라노님


 이시구로는 망각과 기억, 그리고 용서 중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옳지 않은 망각과, 고통스러운 기억, 그리고 무엇도 전제되지 않은 용서의 관계는, 아마도 쉽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도 그는 "기억하는 우리는 어떻게 용서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 - 소피아님


<국가란 무엇인가>와 <개인주의자 선언>은 전개 방식과 내용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가치는 선형적으로 연결된다. 즉,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발로 되고, 그 시민의식의 본질은 바로 ‘합리’에 바탕을 둔 ‘개인주의’에 있다는 점이다. (...) 두 저서의 연결고리는 ‘성숙’과 ‘합리’로 귀결된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훌륭한 국가를 만들고, ‘합리적’ 개인주의가 행복을 존중하는 사회로 인도한다.  - 라떼파파님


 사람 사이의 만남은 은인이든 원수든 다시 돌고 돌게 됩니다.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요. 불교에는 연기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 

세상은 인과 연에 의해 생성하고 소멸되며 만물은 서로 상호 의존적이라는 뜻입니다 - 이준희님


 아빠와 아이가 하루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고작 (평균) 6분인 한국에서 (...) 아버지들에게 가장 소중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자기 자식들이라고 말할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자식들과 보내는 시간은 겨우 하루 6분이다. 하루 6분의 시간을 보내며 아버지와 아이들은 점점 마음의 거리가 생긴다. 피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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