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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16. 2018

윤기나는 밤

나는 어디에


밝은 밤, 풀벌레는 어디에 숨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수줍은 얼굴만 떠오르는 밤. 기억은 멀리 방황을 떠나보내고 나는 답장을 받을 수 없는 적적한 밤이다.

산책인지 운동인지 분간할 수 없는 사람의 발걸음도, 느지막한 밤도 으슥한 곳에서 윤기처럼 매끈거린다. 유난히 어설픈 밤의 노래는 오늘도 낮게 흐르고 너의 계절을 붙잡으려 나는 낮은 손을 뻗지만.




뜨겁다. 너무 뜨거워 누군가는 이 온도를 식혀야 한다. 너에게 향했던 거센 바람이 잠잠해지려 할 때마다 나는 폭풍을 맞는다. 생각하려 할수록 잠드는 너의 외침을 오늘은 들을 수 있으려나. 아무런 말도 삼키지도 못하는 나는 철없기만 하다. 

차갑다. 하늘엔 회색 별이 흐른다. 이슬방울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투명한 너의 말을 대하는 나의 불투명을 본다. 낯선 하늘의 경계에선 재가 떨어진다. 차갑기만 하다, 낯선 이와 인사를 나누어도 우리는 평행한 길만 달린다.

다리는 무겁고 모호한 새벽은 가깝다. 너는 방금 태어난 별을 향해 눈웃음을 짓는다. 죽어간 나의 발자국들에게 인사를 남기는 것으로 밤은 숨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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