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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Oct 03. 2018

어둠

그리고 당신


어둠은 까만 팔로 나를 안는다둥그런 원을 그리다 고소한 향기를 품으며 나를 끌어 당긴다나는 그러다 스르르 잠에 기대고 싶다향기에 취하면 적적한 밤과 속 깊은 정을 나누어 보고 싶다잠에 취하다가도 선뜻 정신이 들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가랑비가 내리듯 슬쩍 적셔도 보고 싶다하루 동안 켜켜이 쌓인 울분의 덩어리들역한 환상들을 모두 창문 너머 검은 바람에 맡기며검은 별로 편도 여행을 보내며.
 
공기는 볼륨을 키우다 벽을 타고 흐른다침대매트리스배게빈 공간을 가르는 마찰음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사방이 고요함이고 넉넉함이고 무한함 뿐이다숨을 가만히 보낸다고요함을 찾아 어둠에 어떤 이름을 던진다날아가다 노을처럼 지는 당신의 계이름박자호흡멜로디.
 
음악을 듣는다어둠은 신이 작곡한 낮은 음자리표의 배열이다귀를 열고 눈을 닫으면 세상은 돌아온 친구같은 선율로 허공에 착지한다나는 철 지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거다무음으로무표정으로무감각으로.
 
창 밖에 널린 그득한 어둠을 따와 벽에 바른다벽은 검은 꽃무늬를 그리고 나는 어둠의 감시자가 되어 당신과 어둠을 조율한다구름처럼 흘러가는 어둠의 기차들방황하다 제 집을 찾은 방랑자들그리움이란 바다를 품은 눈물의 채색들.
 
나는 말없이 흐른다잠의 정령과 별빛의 환영과 그리고 여전히 빛나는 당신의 미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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