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
어둠은 까만 팔로 나를 안는다. 둥그런 원을 그리다 고소한 향기를 품으며 나를 끌어 당긴다. 나는 그러다 스르르 잠에 기대고 싶다. 향기에 취하면 적적한 밤과 속 깊은 정을 나누어 보고 싶다. 잠에 취하다가도 선뜻 정신이 들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가랑비가 내리듯 슬쩍 적셔도 보고 싶다. 하루 동안 켜켜이 쌓인 울분의 덩어리들, 역한 환상들을 모두 창문 너머 검은 바람에 맡기며. 검은 별로 편도 여행을 보내며.
공기는 볼륨을 키우다 벽을 타고 흐른다. 침대, 매트리스, 배게, 빈 공간을 가르는 마찰음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사방이 고요함이고 넉넉함이고 무한함 뿐이다. 숨을 가만히 보낸다. 고요함을 찾아 어둠에 어떤 이름을 던진다. 날아가다 노을처럼 지는 당신의 계이름, 박자, 호흡, 멜로디.
음악을 듣는다. 어둠은 신이 작곡한 낮은 음자리표의 배열이다. 귀를 열고 눈을 닫으면 세상은 돌아온 친구같은 선율로 허공에 착지한다. 나는 철 지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거다. 무음으로, 무표정으로, 무감각으로.
창 밖에 널린 그득한 어둠을 따와 벽에 바른다. 벽은 검은 꽃무늬를 그리고 나는 어둠의 감시자가 되어 당신과 어둠을 조율한다. 구름처럼 흘러가는 어둠의 기차들, 방황하다 제 집을 찾은 방랑자들, 그리움이란 바다를 품은 눈물의 채색들.
나는 말없이 흐른다. 잠의 정령과 별빛의 환영과 그리고 여전히 빛나는 당신의 미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