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의 향연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 영상 제작을 하자고 결심했고 실천 중이다. 혼자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영상 제작 모임에 참석도 하고 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응원해주는 문화가 있으니 용기도 얻는다. 게다가 피드백은 덤. 글쓰기든 유튜브든 혼자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타인의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반응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공감이나 구독까지 받으면 더 좋겠지만.
유튜브 하는 이유는 뭘까? 글쎄 글을 왜 쓰냐고 묻는 질문과 흡사하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한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한 5년쯤 지나서 그때 왜 유튜브를 하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할 것 같아서 그게 싫어서 한다고 할까?
영상 한 편 만드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저작권이 가장 문제다. 아무 소스나 가져다 쓰면 나중에 큰 코 다친다. 사진은 대부분 픽사 베이에서 라이선스 문제없는 걸 다운로드하고, 영상은 영화 예고편을 15초 이내로 활용하고 있다. 음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데 쓸만한 소스가 많다. 어쨌든 영상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기획, 스크립트, 촬영, 편집, 영상 소스 찾기, 녹음, 업로드까지 홀로 한다. 음, 원맨 밴드는 아니더라도 원맨 크리에이터는 되겠다. 나뿐만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매일 만들고 싶지만, 주 중에는 직장 덕분에 시간이 없으니 주말 시간 대부분을 소모한다. 글 쓰는 시간까지 멀리 양보해두는 내가 가끔 이해가 안 갈 때도 있다. 고마운 것은 아내의 배려다. 이러다 보니 내 정체성에 의문이 든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인가? 유튜버인가? 선택과 집중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그냥 둘 다 잘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욕심일지. 어쨌든 갈 데까지는 가보는 걸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콘텐츠의 빈곤을 느낀다. 과거에 쓴 글을 정리하여 영상으로 살려보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망한 글을 되살리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글을 다시 퇴고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본다. 무엇이든 만들다 보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몇 년 전에 글을 쓰면서 차츰 여러 세계에 발을 디밀었듯이. 유튜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랜 시간이 경과해서 구독자도 늘어나고 돈 까지 벌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서도. 속물 같은 근성도 드러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hM_f-dY8bs&t=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