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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11. 2018

스쳐 지나가는 단상들 #1

박준 시인, 당신의 연음 필사 그리고 글쓰기 모임


#시필사 #박준 #당신의 연음

온통 딱딱하고 차가운 것들이 전부인 세상에 시는 드문드문 살아간다. 시는 연약하고 바스러질듯한 언어로 가득하다. 그래서 빈약한 내 그릇은 요란스럽지만 미어진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여 아무리 씻고 닦아도 희망을 찾지 못할지라도 시집 한 권이라면 마음 기댈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이 사는 이유라고 슬쩍 던져놓곤 하는 연음일지도 모르는 셈.

시인의 숙소는 마음이다. 마음은 흙길로 뒤덮인 시골 냄새다. 아무도 기거하지 않는 거처에서 시인은 혼자 쓸쓸함을 지피고 고독을 지어먹는다. 그런 날도 밤과 낮은 서로를 밝히는 존재가 되어 서로를 보살핀다. 그럼에도 불쑥 찾아오는 빈 마음을 어찌하라. 

며칠 전 꽤 흐린 날, 노란 은행 잎이 물든 거리를 걸었다. 붉고 노란 것들만 흐르는 사이로 간혹 빗물이 흘렀다. 미끄러질까, 내 시선이 온통 발밑의 세상 하나만을 신경 쓰는 순간, 나는 멀쩡한 것들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나뭇잎이 으스러지는 비명 소리에도, 누군가의 눈물이 담쟁이를 타고 흐르는 소리에도 반응이 없는 목석같은 인간. 

노란빛이 전부였다. 누군가는 흐르는 운명을 탓하며 쏜살같이 달려가기도, 누군가는 시간이 멈추길 바라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후드득 하늘에서 가끔 물방울이 떨어지거나, 우산이 접히고 펼쳐지거나, 버스가 늦게 도착하거나 모든 소리는 당신을 기다리는 연음이었다. 이토록 내가 해석하는 소리는 모두 당신의 길로 정해진 듯했다.

눈으로 기억하기보다 가슴에 글자 하나 새기면 충분한, 어떠한 이유도 없는 오전과 오후쯤이면 상관없는 무심한 한때면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마음을 약간만 열어두기로 했다. 당신을 위하여.

당신의 연음들은 따뜻한 면발이 되어 내가 요리한 저녁을 기다렸다. 나는 국물 한 모금을 후루룩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당신의 식탁에는 가을이 풍성했다.





#글쓰기 모임
시즌 2 베이직 클래스는 4주가 지났고, 어드밴스드 클래스는 2주가 지났다. 요즘같이 바쁘면서도 동시에 즐거움을 맛보는 시간이 있었을까 싶다. 글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2시간, 빠르다. 이렇게 마음이 꽉 차있으니, 이제  빈 날을 찾지 않아도 되어 즐겁기만 하다. 좋아하는 일은 사람을 살린다. 힘든 것도 잊게 하고 하루 동안 쌓인 분노조차 다스린다. 글로써 소통하는 일은 서로의 허물조차 덮는다. 그리고 나는 배운다. 글에서 삶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힘을 얻는다.

베이직 클래스는 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 글쓰기의 첫 번째 단계는 내면에 등불을 밝히는 일이다. 혹시 꺼져가고 있다면, 주변에서 방황을 하고 있다면 자신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여행은 멀리 떠나 생경한 풍경만을 감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듯, 글쓰기는 방치한 내면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만들고 낯선 체험을 누리게 한다.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잊힌 것은 무엇일까? 당신이 미쳐 챙기지 못한 건 무엇일까? 그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베이직 클래스에서 글을 쓰는 목적중 하나다. '나는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 '스트레스받게 하는 것' 등을 이야기한다.

어드밴스드 클래스는 기본기를 확장하는 일이다. 나를 떠나 더 멀리 시선을 세계로 확장한다. 나의 기초를 완성했다면 그다음은 나를 세상에 던져 놓는 일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다음 단계인 셈이다. 그래야 독자에게 시선을 보낼 여유가 생긴다. 

조르바를 첫 번째 인물로 제시했다.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아가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했다. 그리고 '작가는 지배하기 위해서 쓴다'는 정희진의 칼럼을 통하여 '나는 왜 쓰는가'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묵직한 주제였던 만큼 다들 힘들어했다. 나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가 아닐진대 그것을 가볍게 생각하는 작가가 아닐진대, 어찌 가볍게 글을 술술 써 내려가겠는가. 

몇 가지 글귀를 소개해본다.



제로니모님


티라노님


라떼파파님



일과삶님


플라워피그님


작은물방울님


라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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