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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Nov 13. 2018

스쳐 지나가는 단상들 #2

미완성을 작품으로 만드는 업그레이드 과정은 지난하다.

#업데이트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업데이트'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처음부터 신과 같은 완벽한 제품은 없는 거니까, 시간을 두고 미진한 부분을 완성해나가는 방식이다. 나에게 무엇이 모자란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무엇인지 알아야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족한 기능을 추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비단 소프트웨어뿐만이 아닐 거다. 인간이 필요한 걸 만드는 사람이 짊어질 고된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사용자의 만족을 얻기 위한 과정은 개발자든, 작가든 모두에게 지난한 과제인 셈이다.


중간에 나가떨어지든지, 줄기차게 패배와 도전을 반복하든지 결론은 두 가지다. 스스로 패배자가 되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가끔 유혹 앞에서 무너진다. 권력에게 굴종하는 길이 편한 거라고, 굳이 나서서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는 경구 같은 거에 휘둘리며 말이다. 


마음에겐 여유가 독이 되기도 한다. 쓸데없는 망상에 시달리게도 하고 허무라는 가면을 쓰게도 하니까. 덧칠을 하고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덧칠로 포장해야 하는 삶. 두꺼운 얼굴로 비겁한 일을 멀쩡한 사람처럼 벌여야 하는 삶. 살기 위한 거라며 치료를 미루는 순위 위주의 삶. 그런 삶조차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것인데……


잘못된 오류를 고치고, 신무기를 장착하고, 미완성을 작품으로 만드는 업그레이드 과정은 인간에게도 필수다. 다만 완성되기까지 기다림은 무수한 피땀이 흐르고 다시 굳는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르지만.  


#고독


'고독'은 왜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라고 해석되어야만 하는가? 가끔은 고유의 뜻도 파괴하고 말장난도 동시에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삐뚤어지고 싶은 날도 있지 

않은가? ':놈 참,:하네.' 이것이 내가 내린 고독의 색다른 정의다. 


나 독한 남자다. 포기해야 마땅한 일은 단념도 빠르지만, 끝까지 가보자고 결정한 일은 세차게 몰아붙인다. '월드 그랜드 마스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 이런 건 가능한 한 빨리 포기해야 하는 목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 음 이건 확신은 없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목표를 추상적으로 세우면 마음은 웬만하면 반응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향성이 중요하다. '중쇄를 찍는 작가가 되겠다.' 글쎄 내가 보기엔 이 목표도 추상적이지만 도달이 가능할지도. '글 쓰는 모임에 100명을 모집하겠다' 그래, 이런 목표야말로 일어날 확률이 미미하게라도 있는 셈이니 도전해볼 만하다고 하겠다.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목표를 향하는 길은 어둡기도 음침하기도 거칠기만 하다. 그래서 독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 상상해봐라. 길거리에서 100명이 필요하다고 외치면 누가 반응하겠는가.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그들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길이 내가 가야 할 방향이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오류도 없이 말이다. 가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긴 할 테니 공부는 필수일 테고. 그리고 아주 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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