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것

자작시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아침부터 비가

무한대로 원을 그리다,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미래에 붙잡히며

빗속으로 말려들어갈 테지만

목격자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그러니 다만 흘러가야 할 거라고


비는 말도 없이

빤히 나를 바라다보더니

초원에 증거를 인멸시켰다


세상엔 슬픈 일이

그리고 붉은 그을림이 강물처럼 떠돌았다


너도 나도, 오늘처럼 흘러내리던 수억 개의

눈물자국들에게 기대어 본다면

아니 같이 잠들어 본다면

우리는 조금 더 포근하게 서로를 감싸줄 수 있을까


먼 길을 떠날 여름꽃에게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었다고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그러니까 강물의 손을 꼭 붙잡아야 한다면

풍경 속의 그림이 되어 떠나가라고

손가락 열개를 걸며 여름꽃을 덮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무한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어디든


이런 날은 묵묵하게

수억 가지 생각에 말없이 몸을 담그는 것도

기꺼이 붙들려 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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