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 자작시
날아가요
멀고 먼 우주 끝으로 성간 여행을 시작해요
떠날 때는 당신을 사랑하던 모든 마음일랑
침묵으로 남겨두고 나는
화석으로 변신할 거예요
화석은
달의 뒷면에서 굳어가고
당신은
미련 없이 속도만 가속할 테죠
뒤는 돌아보지 말아요
몇 백만 광년을 날아가서
누군가의 뒷모습이 문득 그리워지면
그러니까 지치는 날에는
가장 빛나던 순간으로 잠시나마 돌아가면 되니까요
옆으로 모래시계를 슬며시 밀어두면
그럴 때마다 흔적이 살아나서
우리를 기다렸다며 가슴에 품은
고운 초신성 하나를 선물로 안겨주겠죠
먼 우주에서도 우리는
극히 한 점에 불과하다네요
그 작고도 동그란 곳에서 우린
자라나고 다투고 사랑하고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살았다네요
그럼에도
몇 개의 찢긴 순간들은 어쩌면
우리를 기념해 줄지 몰라요
그러니 슬퍼할 일도
숨을 한꺼번에 몰아쉴 이유도 없어요
이것은 그냥
뜨거운 불의 장난일 뿐이니까요
당신과 내가 꿈꾸던
끝없는 생의 조합들 같은 것들이니까요
이 모든 고백이 거짓이었다면
당신은 꽤 슬플 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