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공심 자작시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검은 강물이 발에 기대어

맨발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면

너에게 미소를 보여줄 거야


어둠 속에서는

반가운 인사도 아쉬운 잔소리도 아닌

천사의 부재들만 너울거리겠지만


어떤 근원적인 냄새만이

인간의 자태를 드러낸 빛의 창가에서 춤을 추겠지


갓 태어난 막막함에게, 비틀거리는 외로움에게

반사되지 않은 어제의 대답이 너울거리면

너는 입술 없는 조각상을 그리다 말고

눈망울을 아프게 쓰다듬는 거야


그래, 눈은 감아도

아침은 빈 몸의 냄새를 풍기겠지만

싱싱하고 탐스러운 너의 날개깃에도

물방울은 흐르고 곧 말라가겠지


멈추어버리거나 쓸려나간 자욱들

바람에 이끌려 어딘가로

떠나는 온기들을 낚아채

남은 빚을 쓸어 담아


잘 가,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네가 피우려다 만,

마당에서 스러져간 꽃들에게 인사는 전해줘

따뜻하게 품으려는 생각은

내일쯤 되살아날지도 모르잖아

오늘 밤은 꿈꾸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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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가 불분명한 색깔들, 막연한 꿈들, 관념적인 상상들 속에서도 삶은 엄연히 숨을 쉰다. 의식 없이 세상을 바라보느라 몇 시간을 소비하고 나면, 삶은 정신을 태워버린 재에 가까워진다. 나는 그렇게 태워지고 소진되고 피곤해진다. 자아를 완벽하게 지워버리면 그러니까 순수한 상태에 도달하면 익숙함에서 나는 비로소 멀어지는 것 같다. 영혼은 대화를 거부하고 나는 다시 녀석을 달래고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들풀처럼 힘없이 스러지고 몽롱해질 테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몇 년 전에 남겨둔 메모들을 들춰봤다. 나는 홀로 놓여 있다. 나는 살아있었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 미래의 나는 지워져야 할 것 같다. 메모들은 할 일들로 둔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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