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 자작시
당신이 만약
통영에서 나를 기다린다면
그늘진 방 한 칸,
담으로 몰래 넘어갈 거야
바람에 밀린 월세도 갚고
여름 별빛에 밤도 끼얹는
사위가 낮은 밤에 말이야
심심하다면
조그만 창을 하나 긋고
문은 조금만 열어둬
당신의 지난밤을
가득 품은 시 한 편이
바람에 실려 올 테니까
시 한 편을 혼자 외우다,
파도가 날갯짓을 하면
슬며시 도착한 내 어깨를 끌어안고
청록색 넓은 춤과 덩실거려봐
하얀 덧신을 밟으면 벽이
비틀대며 일어나,
우리를 에워쌀 거야
그럴 땐,
두꺼운 이불을 개고
커피 한 모금,
얼음 한 조각을
입에서 살살 녹이다,
흰 마음들을 슬쩍 빼앗으면 돼
그러면
아침이 우릴 보관해줄지도
그래서 말끔하게 비워질지도
통영에서
당신과 나뿐이라면
떠오르는 노을이 마지막이어도
출렁거릴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