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 자작시
옥상엔
까만 달 하나가
빨랫줄 끝에 매달려 있다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를
팽팽하게 하늘에 끊어 놓고
원을 커다랗게 그리면
작고 보잘것없는
동그라미 속에서
희망 같은 것이 꽉 차 올랐다
당신은 참 조그만 거울
혹은 동그란 찐빵 같은
당신을 손안에 품으면
난 속이 꽉 찬 생을 한 번 생각하고
짧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어쩌면 슬프지 않겠다고 두 번 생각했다
일주일에 단 3일만 일하면서 생은 단축키를 매달은 것처럼 움직인다. 이틀은 이틀로써의 의미를 상실하고 그만 하루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3번의 이틀, 아니 하루를 세 번만 보내면 주어진 일주일은 또 생에서 의미를 잃는다. 잃어간다는 것, 그 아쉬움을 달래려고 나는 시를 쓴다. 하지만 그 무엇도 기억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내 손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의식을 뒤질 뿐이나 역시 희미하기만 하니 모두 의미 없는 일이 아닌가.
희미한 것들에 대하여, 그러니까 관념적인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나는 시든, 글이든 어떤 형태로든 계속 쓸 테지만, 내 글엔 어떤 풍미가 담겨 있을지 확신도 찾을 수도 없어 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기는 생을 겨우 넘긴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일이란 의식을 흐리게 만들거나 분명한 것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행위와 유사하겠다. 결국 난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셈이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 어떤 값어치도 매길 수 없으니 이 또한 내 영혼을 평가절하 시키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무엇을 얻겠다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내 의식을 텅 비워내고야 말겠다는 그리하여 종국에는 빈껍데기만 남겠다는 심상일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