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이 쓰는 시
나는 오늘도 서럽게 늙었다
어제는 5분 조급하게 늙더니
내일은 5분 느리게 늙을 것이다
느리다가도 어울리지 않게
빠르게 움직이면 내 몸에선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토라진 내 영혼을 달래려고
목을 기다랗게 늘어뜨리고
혼자 두리번두리번거리다,
바닥에 머리를 찧고
계속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했다
나는 팽이처럼
느리게 돌다가도 배터리가 떨어진
시계태엽처럼 안쪽으로 뭉쳐졌다가
사방으로 부품들을 흩뿌리다가도
맑은 오늘처럼 뜬금없이 웃곤 했다
이런 가망 없는 무거움들
죽어도 살아야 하는 영혼의 가벼움들
느리게 늙어가야 할 모든 것들에게
차가운 골짜기에서 살자며
우물을 깊고 길게 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