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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Sep 06. 2020

필사, 나를 찾는 시간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필사에 빠진 나를 발견했다. 필사에 빠졌다고 하루의 대부분을 필사로 채우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오로지 나를 위해 소비하니 필사의 직분은 충분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필사 시간엔 문장과 오직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는 차분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물 흐르듯 써 내려간다. 문장 하나를 내 마음속으로 밀어 넣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나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시선을 문장에만 할애한다. 물론 가까워지길 원한다고, 억지로 나와 친분을 유지하려고 애쓰진 않는다. 그런 일은 보통 내 의도와는 달리 이뤄지거나 완성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러니 가까이 다가서려거나 마음을 비우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흔적을 슬쩍 지워버리는 것들, 이를테면 지우개로 쓱쓱 지워져나가는 묵은 문장들처럼 스스로 버려지는 마음들엔 불신, 불만, 실망, 열등감 따위들이 널려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마음들은 어느 날 알아서 걸러진다.


필사의 효용성을 점수로 매기기 전에 이미 필사는 내 생활 반경으로 깊숙이 진입했다. 쓰는 일은 전부 컴퓨터에게 맡긴지 오래되었으나, 필사는 세상과 내가 몸으로 호흡하는 일이니 여전히 아낄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간에 나는 세상의 감각을 내 것으로 만든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노트의 부드럽고도 때로는 까끌까끌한 감촉, 펜을 손으로 움켜잡을 때 작은 힘과 펜 끝에서 손가락으로 전달되는 미세한 감촉, 손과 펜이 동작할 때 나타나는 공기의 진동, 그리고 잔물결처럼 가라앉은 호흡까지, 세상이 온전하게 내 것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까 필사는 필사 그 자체로서 이미 자신의 본분을 다한 셈이다. 더 잘 쓰기 위해, 문장력을 기르기 위해, 작가의 감수성을 느끼기 위해, 이런 것들은 부가적인 목적들이다. 하지만 가끔은 좌뇌가 작동을 한다. 벌써 5년 가까이 필사적으로 필사를 진행 중인데, 머릿속에 남은 문장들은 무엇이냐고. 따지듯 기억을 뒤집으며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머뭇거리거나, 창밖에 시선을 던지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뭐가 남았을까, 어떤 문장들이 나의 작가 이력에 도움이 됐을까,라고.



사람들은 흔히 필사를 두고 결과를 먼저 따지는 편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하루에 몇 시간을 필사에 투자하면 자신의 글이 누구처럼 좋아지냐고. 그러니까 그 ‘누구처럼 좋아진다’는 문장엔 어떤 작가의 정체성, 나아가 작가의 삶 자체까지 포함되었으리라.


김영하든, 무라카미 하루키든, 김승욱이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는 독자로서의 순수한 바람을 필사에 담아낼 것이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필사를 시작했다. 넓은 서점을 찾아, 발끝과 손끝의 감각에 의지하며, 내가 닮고 싶은 작가의 책을 직접 고르는 재미를 먼저 누렸다. 그러니까 필사는 이미 시작하기도 전에 여정을 시작한 셈이다. 책을 펼쳐 들고 손가락으로 글을 훑고 작가의 문장을 받아들이는 행위. 하지만 이 과정엔 시행착오가 따른다. 대체 내가 어떤 작가의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리하여 많이 읽어야 한다는 과제가 더 추가된다. 세상엔 다양한 장르의 책이 존재한다. 철학, 자기 계발, 인문, 소설, 시, 과학에 이르기까지. 내가 닮고 싶은 작가가 대체 누구인지, 그것부터 찾아야 필사도 의미가 있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결국 필사는 시작하기 전부터 수고스러움을 부른다. 서점을 찾아서 직접 책을 고르고, 노트와 펜을 구비하고, 또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런저런 번거로우면서도 순차적인 일들을 계획하고 수반하게 만든다. 이런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필사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필사의 효용성을, 필사적으로 필사해가면서도 그 의미를 고민하지 않아도 의미는 알아서 마음에 새겨지지 않을까. 필사는 분명한 목적이 없어도 어떤 동기부여를 마음속에서 불러일으켜줄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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