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100점 맞는 사회

by 김현곤의 미래대화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수없이 들었던 얘기다. 필자가 60년 인생을 살아보니까 실제로도 그렇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하던 친구가 사회에서는 더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런데도 우리들의 머리 속에는 ‘인생은 성적순일 것이다’란 고정관념이 알게 모르게 박혀있는 듯하다.


시험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이 그 기원일 듯 싶다. 관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변별력이 필요했고 그러다보니 시험은 당연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시험의 목적은 뭘까? 물론 특정 분야의 선발이 목적이라면 변별력있게 시험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는 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시험의 목적이 선발이 아닌 경우에도 시험은 항상 어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우리 사회 전체가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


중고등학교의 시험문제를 보신 적이 있는가? 너무 어렵다. 학생들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학원과 사교육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생들이 초중고와 대학의 16년간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을 한번 살펴보자. 학교시험의 목적은 뭘까? 성적 순으로 학생들을 줄세우기 위한 걸까?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시험의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필수지식과 기본정보의 습득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우리 사회는 알게모르게 시험을 통해 성적 순으로 줄을 세우는데 익숙해져 있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과목별 등급을 매긴다. 대학에서는 입시를 통해 성적 순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 대학 졸업시까지 학교 다닐 때의 16년간의 청소년들의 인생은 성적 순으로 결정되고 있다.


미래 세대의 미래를 이렇게 어려운 시험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는가? 꿈과 끼를 키우라고 하면서 청소년들을 시험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는 것이 맞는가? 이제는 원점에서 진지하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학생들 모두가 100점을 맞도록 시험을 출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변별력이 없다고, 성적 순으로 줄세우기가 불가능하다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손실보다 이득이 훨씬 클 듯 싶다.


왜 그럴까? 100점 맞는 학생들은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긴다. 모두가 100점을 맞으면 더 많은 청소년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주는 결과가 된다. 그 학생들이 자라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사회구성원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모두가 100점을 맞는 게 훨씬 낫다.


변별력과 성적 순 줄세우기가 불가능하다고? 시험이 아닌 다른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면 된다. 시험은 수많은 평가방법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시험은 줄세우기의 도구가 아니다. 학습한 필수내용을 숙지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정도로 비중이 훨씬 낮아져야 한다.


모두가 100점 맞을 정도로 학교시험과 대학입시가 쉬워지면 당연히 사교육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어려운 시험공부 할 시간에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문제해결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 소통역량, 관계역량 등을 제대로 배울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스포츠, 문화예술을 배우며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모두가 100점 맞는 사회의 미래는 혜택이 손실보다 훨씬 크다.


학교교육과 학교시험에 대한 원점에서의 검토와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100점 맞는 사회’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시작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보자. 그것이야말로 모든 개인이 자신에 맞는 꿈을 꾸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줄세우기 시험의 굴레를 벗어나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될 미래세대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꿈과 끼를 발휘하게 하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