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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곤의 미래대화 Jun 06. 2023

숨어있는 사회적 자본

사회적 자본 하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건 ‘신뢰’다. 실제로도 신뢰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는 건강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고 수많은 사회갈등을 해결하며 사회통합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다. 최근에는 새로운 사회적 자본으로 신뢰와 함께 심리자본과 창의자본을 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숨어있는 또 다른 사회적 자본이 있다. 바로 60⁺다. 특히 건강한 고령자다. 60⁺란 60세 이상의 모든 고령세대를 의미한다.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60⁺는 우리 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축적해온 귀중한 사회적 자본이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60⁺는 약 1,300만명이다. 60⁺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을 겪었고, 그런 속에서도 교육열은 세계 최고였다.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열정과 도전, 인내와 끈기, 경험과 문제해결 역량이 몸에 배어 있다. 60⁺들의 새로운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 나이는 들어도 여전히 건강하고, 60⁺의 60% 이상이 여전히 더 일하기를 원한다.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으로 여전히 일하기를 원하고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60⁺는 어림잡아 1300만 60⁺의 약 60%인 800만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800만명에 달하는 이 건강한 60⁺들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여전히 건강하고 더 일하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것은 개인차원에서도 사회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상황이다. 개인의 수명은 훨씬 길어져 최소한 100세 인생이다. 그런데 인생 후반의 40년 가까이를 마땅한 일 없이, 의미있는 활동 없이 지내는 건 안된다. 사회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모습으로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800만 60⁺를 이렇게 내버려두면 사회시스템이 무너진다.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이 중대한 문제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60⁺ 개인의 문제로만 보면 안된다. 60⁺는 우리 국민 누군가의 가족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보고 긴 안목으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반드시 해결한다는 목표의식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풀어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관점만 전환한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60⁺의 단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60⁺를 부양해야 할 부채, 구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주체, 기여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일하기를 원하는 건강한 고령자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발굴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적은 돈을 받고도 일하고 기여하려는 60⁺들은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일자리는 민간기업에 의해 창출된다. 그게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자연스런 이치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대변화의 흐름을 보면, 공공적인 성격을 지닌 사회적 일자리의 증대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①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을 보살피고 돌보는 돌봄 일자리, ② 지식과 입시 중심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어린이와 청소년의 체육, 독서, 창의성, 문제해결 역량을 길러주고, 청년과 중년의 새로운 역량 증진과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키움 일자리, ③ 쾌적한 환경, 아름다운 자연, 안전한 동네, 노후시설 관리와 개선 등을 담당하는 환경지킴이 일자리, ④ 외로움, 소외감, 우울증, 자살 등 사람들의 부정적인 마음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정신건강을 케어하는 정신건강지킴이 일자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5년 임기의 정부 변화에 무관하게 긴 안목으로 이런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중장기 미래비전과 전략을 만들고 20년, 30년 계속해서 일관되게 추진하자. 그리고 이런 사회적 일자리 중에서 60⁺가 수행하기 적합한 일자리는 60⁺에 맡기자. 이런 노력이 쉼없이 지속된다면 60⁺ 개인도 더 의미있는 활동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국가차원에서도 묻혀있는 귀중한 사회적 자본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지속성장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21세기 장수시대를 맞이해서 앞으로는 5000만 국민 모두가 100세 인생을 살게 되고, 누구나 50⁺ 60⁺가 된다. 이제 고령자는 결코 부채가 아니다. 일할 의욕이 있는 800만명 이상의 건강한 60⁺는 대한민국이 가진 자랑스런 사회적 자본이다. 묻혀있는 보석, 건강한 60⁺들이 더 활발하게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생계에도 도움이 되는 사회적 일자리를 함께 만들자. 정책의지와 믿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춘 800만명의 60⁺ 대군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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