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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곤의 미래대화 Jun 18. 2023

새벽예찬

새벽과 시간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인지할까? 시간을 정확히 얘기할 때는 시계에 표시되는 시간을 얘기한다. 오전 9시 30분, 오후 4시 등으로. 하루의 시간을 대략 나눌 때는 보통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한다.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하루의 시간을 나누다보면 빠진 시간대가 있다. 바로 새벽이다. 새벽은 실제로 애쓰지 않으면 잘 인지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이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시간이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맛보거나 느낄 수 없는 시간이다.


  중립적인 시간의 단위로만 따지면, 새벽은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오기 전의 시간이다. 늦잠을 자는 사람은 볼 수 없는 시간대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 새벽이라는 시간은 희소성이 있는 귀한 시간대다.


  의지를 가지고 애를 써야 볼 수 있고 일찍 일어나야만 맛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 새벽은 매일 한번씩 반드시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다. 비록 길지는 않지만, 언제나 누구나 하루 한번씩은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시간의 종류는 많다. 그렇지만 필자는 새벽을 가장 사랑한다. 많고 많은 시간 속에서도 힘써 찾아야만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만들고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둠이 끝나고 밝음이 시작되고, 잠들었던 몸도 정신도 꺠어나는 시작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새벽과 공간     

  새벽 풍경은 묘하다. 처음에는 밤처럼 깜깜하고 어둡다. 그러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낮처럼 환하게 밝아진다. 그런 점에서 새벽은 밤과 낮, 어둠과 밝음을 함께 지닌 신비한 시간대다.


  새벽은 같은 공간에 대한 느낌의 변화를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무대다. 새벽은 온밤 내내 어둠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다. 그러다 우리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샌가 어두움을 스스로 떨치고 삽시간에 온 세계에 빛과 함께 환한 아침을 퍼뜨린다. 어둠에서 빛으로 바뀌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이 세상’이라는 라이브 무대를 확 열어 젖힌다.


  새벽이라는 공간은 참 특별하다. 실제로는 수많은 사물이 존재해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서 특별하다.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환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공간이라서 특별하다. 보이지 않다가 보이는 공간을 대할 수 있게 해주어서 참 특별하다. 그래서 헬렌 켈러는 눈을 뜨고 3일만 볼 수 있다면 그 중 하루는 어둠에서 아침이 오는 새벽풍경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새벽과 인간     

  새벽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새벽은 더욱더 신비한 시간대가 된다. 우리 인간은 밤새 잠든다. 잠이 들면 정신도 잠든다. 아침이든 새벽이든 잠에서 깨면 정신도 같이 깬다. 새벽에 깨면 아직 어두운 밤이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진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새벽 시간대의 정신은 고요하다. 맑다. 잔잔하다. 비어있다. 열려있다. 한마디로 무한한 가능성을 준다. 새벽 시간대의 정신은 새로운 생각, 더 좋은 방법, 아이디어, 통찰력,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창의와 창조의 샘이다. 하루 한번씩은 반드시 만날 수 있는 새벽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룻밤 자고나서 생각해보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 고요한 새벽에 별안간 문제해결을 위한 묘안이 떠오른 경험이 누구나 한두번은 있을 것이다. 새벽이 주는 힘이다.


  인생의 성공은 젊은 시절에 달렸고, 하루의 성공은 새벽에 달렸다고 한다. 시간은 금이다. 순간순간이 소중한 금쪽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새벽은 시간 중의 시간이다. 금 중에서도 가장 귀한 금이다. 날마다 지나쳐가는 새벽을 반드시 붙잡고 친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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